주간동아 752

2010.08.30

가까이하기엔 너무 무서운 버스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8-30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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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9일 CNG(압축천연가스) 시내버스 가스연료용기 폭발사고 이후 시내버스를 타기가 겁나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라고 예외겠습니까. 또 다른 ‘폭발사고’를 직접 당한 이후 버스 타기가 더욱 무서워졌습니다.

    CNG 폭발사고가 난 지 10일 정도 지났을 즈음입니다. 출근을 위해 지하철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2~3분 움직였을까. 갑자기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 안은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순간 승객들은 ‘악’ 하는 소리와 함께 잔뜩 몸을 움츠렸다가 절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황급히 주위를 살폈습니다. 무사한 자신의 몸과 주위를 확인한 승객들은 운전사가 황급히 버스를 도로 한쪽에 대고 문을 열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망치듯 내려 몸을 피했습니다. 혹시나 또다시 CNG 연료용기가 폭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말입니다. 운전사가 확인한 결과 이날 폭발음은 타이어 터지는 소리였습니다. 단순한 펑크였지만 승객들에겐 ‘폭발사고’나 마찬가지의 정신적 충격을 줬습니다.

    타이어는 버스를 포함해 모든 차량의 가장 기본적인 부품입니다.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안전점검이 이뤄져야 할 곳입니다. 고속도로 주행 시 타이어 펑크가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CNG 폭발사고 이후 서울 시내버스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이 이뤄진 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사고가 난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울시는 폭발사고 직후 사고버스와 같은 2001년식 시내버스 159대(8월 9일 현재)를 운행 중단시켰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2001년식이 아니더라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전한 버스는 없습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운행 중인 7500여 대의 버스 가운데 저상버스는 1400여 대라고 합니다. 가스연료용기가 버스 상부에 위치한 저상버스는 일반 CNG 버스에 비해 그나마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운행 중단한 버스가 교체되는 모델은 저상버스보다 일반 CNG 버스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반 CNG 버스의 근본적인 안전대책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서울시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가까이하기엔 너무 무서운 버스
    “가스연료용기 위치를 상부로 올리는 안을 검토 중인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국토해양부에서 형식승인이 나야 하는데 아무래도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아서요.”

    당분간 저상버스만 골라 타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시나 정부 관계당국자나 버스회사 관계자가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또다시 안전 불감증에 빠져들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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