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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때깔만 번지르르한 사과는 싱거워!

맛있는 사과의 조건

때깔만 번지르르한 사과는 싱거워!

때깔만 번지르르한 사과는 싱거워!

앞쪽의 사과는 봉지를 안 씌운 것, 뒤는 씌운 사과이다. 같은 ‘료카’ 품종으로 봉지를 안 씌운 것이 색깔은 거칠지만 맛이 월등히 낫다.

사과가 시장에 깔리기 시작했다. 사과 중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아오리’로 일본에서 만든 품종이다. 원래 이름은 ‘쓰가루’인데 어쩌다 한국 땅에서 아오리라는 엉뚱한 이름을 갖게 됐다. 이 사과에 관한 엉뚱함은 이름에만 있지 않다. 쓰가루는 풋사과로만 팔려 붉게 익은 것을 보기 어렵다. 그래서 흔히 풋사과로 먹는 품종으로 오해하고 있다. 사실 쓰가루 풋사과는 정말 맛이 없다. 단맛이 없고 향이 없으며 식감도 좋지 않다. 그런데도 쓰가루 풋사과가 팔리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추석 대목에 맞춰 익지도 않은 쓰가루를 시장에 내면서 이 품종은 풋사과로 먹는 것으로 굳어진 듯하다.

과일의 맛은 산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품종에 따른 맛 차이가 크다. 과일은 품종별로 익는 시기가 다른데, 그 시기에 맞춰 그 품종을 먹는 것이 가장 과일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사과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사과는 ‘후지’가 가장 맛있다고들 하지만, 9월에 나오는 ‘후지’는 맛없다. 아직 숙기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일찍 내기 위해 때깔만 올리는 경우도 있어 겉만 번지르르한 사과를 살 확률이 높다.

대표적인 사과 품종과 그 숙기, 맛의 특징을 정리해보았다. 이 정도는 알아둬야 미식 생활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때깔만 번지르르한 사과는 싱거워!
입맛 까다로운 어른들은 한결같이 “요즘 사과는 싱겁다”고 말한다. 정확한 지적이다. 사과 맛이 예전 같지 않다. 재배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재배 방법 중 맛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봉지 씌우기’다. 사과에 두 겹 또는 세 겹의 봉지를 씌우고, 익어가는 정도에 따라 봉지를 벗긴다. 이렇게 봉지를 씌우는 이유는 병해충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때깔을 내기 위해서다. 요즘 사과들은 꼭지에서 밑까지 빨간색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이 봉지 씌우기 덕이라 할 수 있다. 또 붉은색도 연해 자연의 색이라기보다 고운 물감을 칠해놓은 듯하다. 그래야 상품으로 취급을 하니 농민들은 번거롭고 맛이 없어도 그렇게 재배하는 것이다.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사과의 색깔이 짙어지고, 그 색깔도 한결같지 않아 얼룩이 지기도 한다. 그러나 맛은 봉지 씌운 사과와 격이 다르다. 때깔만 좇다가 진짜 맛을 잃고 있는 것이다.



주간동아 2010.08.23 751호 (p80~80)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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