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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이-설 콤비(이주호-설동근), ‘교육계 異說’ 잠재울까

실세 장관 전면 등장 MB 교육정책 본격화 … 진보교육감들과 대립각 풀기 어떻게?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이-설 콤비(이주호-설동근), ‘교육계 異說’ 잠재울까

이-설 콤비(이주호-설동근), ‘교육계 異說’ 잠재울까

이주호 장관이 차관 시절이던 지난 2월 참석한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

“정책 입안자, 추진자, 책임자 등 세 가지 역할을 한 사람이 도맡은 적이 있습니까? 앞으로 교육정책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리게 됐네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개각 이후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명박(MB) 교육 브레인이자 실세 차관인 이주호 1차관이 장관에 오른 것을 두고 한 탄식이다. 이주호 장관 내정자는 자율과 경쟁을 모토로 한 교육정책으로 교원단체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1차관에는 설동근 전 부산시교육감이 내정됐다. 새로운 교과부 수장을 맞은 교육계의 전망은 어떨까.

이번 교과부 개각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 내정자는 차관 시절부터 후임 장관에 오를 것이라는 하마평이 돌았고, 차관에는 장관의 부족함을 메울 연륜 있는 인물이 점쳐졌다. 한 교육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주호 장관 내정자는 40대다. 추진력 있고 개혁적인 대신 현장 경험이 없으며 교육계 원로를 아우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 설동근 차관은 그런 점을 보완하기에 적합한 인물로 보인다. 60대인 그는 초등학교 교사와 부산시교육감을 역임해 현장 정서를 잘 안다. 친화력도 뛰어나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개혁 강력한 드라이브?



이처럼 두 사람의 조합은 ‘보완 인사’라는 평가가 가장 일반적이다. 이 내정자가 엘리트 교육 브레인의 이미지라면, 설 차관은 농익은 교육정치가에 가깝다. 설 차관은 경력이 독특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그는 외항선 선원으로 업종을 바꾼 뒤 해운회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그러다 2000년 부산시교육감에 올라 3선 연임 끝에 올해 임기를 마쳤다. 교육감 시절에는 ‘부산발 교육혁명’의 주인공으로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렸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설 차관이 노무현 정권에서도 역할을 했다는 것. 그는 2005년부터 1년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엄민용 대변인은 “설 차관은 교육적 가치가 특정 이념으로 지칭되기를 바라지 않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교과위)의 한 관계자는 “이념적으로 보면 오히려 민주당 쪽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내정자와는 어떤 점에서 코드가 맞는 것일까. 한 교육계 인사의 말이다.

“개인적 친분이 두텁다기보다 교육적 가치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다. 교육감 시절 언론매체에서 접한 설 차관 보도나 교육 행사에서 보여준 모습에 이 내정자가 호감을 가졌다. 설 차관은 교육감 중에서도 언변이 좋고 통찰이 예리했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기소됐을 때 설 차관이 대신 발언한 적이 있는데, 이 내정자가 좋게 말씀한 기억이 있다.”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굳이 따지자면 두 사람의 공통 코드는 개혁성”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장·차관 모두 공교육과 고인 물에 가까운 학교사회를 바꾸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 그는 “설 차관은 공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을 현장의 큰 거부감 없이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임시절 독서교육이 대표적이다. 그런 면에서 이 내정자와 통하는 면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갈등 본격화 vs 당분간 잠복

이-설 콤비(이주호-설동근), ‘교육계 異說’ 잠재울까

설동근 차관은 부산시교육감을 3번 연달아 했다.

6·2지방선거 이후 교과부는 줄곧 진보교육감들과 갈등을 빚었다. 학업성취도평가, 자율학교 지정, 학생인권조례 등을 둘러싼 공방이 오갔고, 그때마다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설 차관은 교과부와 교육감 사이의 소통 창구 노릇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교과위 한 관계자는 “3선 교육감인 설 차관은 교육감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적임자”라고 말했다.

“교육감이 취임한 지 두 달이 채 안 됐다. 하지만 정책이 나올 때마다 교육계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고 교육감을 오래한 설 차관은 교육감협의회는 물론 교원단체와의 소통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차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위태로운 상황은 다소 개선되겠지만, 교과부의 정책 추진은 가속을 내리라는 것.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이하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차관의 역할은 장관이 정책을 구체화하면서 벌어지는 갈등을 수습하는 정무적인 성격이다. 설 차관이 교육감의 역할과 고충을 잘 알아도 행동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MB 교육의 시작이자 끝이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경쟁과 자율’을 모토로 하는 그의 교육정책은 지난 2년 반 동안 모양새를 완성했다. MB도 그의 교육가치관에 적극 동의하며 꾸준히 지지를 보내왔다.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과부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번 장관 인사로 정부의 의지를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이 내정자의 대표 작품은 크게 세 가지다.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수능성적 등 성적 공개 제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도입이 그것이다. 이런 정책은 이 내정자의 트레이드마크이자 갈등의 핵심이었다. 지난 2년 반 동안 교과부와 교원단체·학교 현장, 그리고 여야가 이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이번 장관 인사로 교육계 갈등이 본격화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다음은 교원단체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일제고사는 3년간 여야가 계속해서 대립한 부분이다. 자율학교 지정 문제로 전북교육감과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인권조례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지금은 수능개편안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교과부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정부의 이번 장관 인사는 공격형 포석이다.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도 엿보인다.”

한편 교육감과의 갈등이 당분간 잠복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진보교육계의 핵심인 서울·경기교육감이 당분간은 교과부와 격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리라는 것. 또 교과부가 임기 말에 교사 달래기에 나서면 자연히 교육감과 거리를 좁히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현재 교과부와 진보교육감들이 법령을 들먹이며 점잖게 머리싸움 중이다. 교과부가 교육감 권한을 넘어서는 행보를 보이지 않는 한, 주요 지역에서는 지금 정도의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차관 시절부터 장관급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거꾸로 말해 장관이 된 이후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설 차관이라는 변수가 생겼지만, 정책 지휘는 이 내정자의 몫이다. 다만 이 내정자와 설 차관 콤비가 교육계 정상화를 위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간동아 2010.08.23 751호 (p44~45)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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