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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관세청 두드리면 돈이 보인다②

눈은 속여도 ‘중앙관세분석소’는 못 속여

유전자분석기 등 첨단 분석 장비 가동 … 소가 먹은 물과 공기까지 파악

  •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눈은 속여도 ‘중앙관세분석소’는 못 속여

눈은 속여도 ‘중앙관세분석소’는 못 속여

1 불법 성분이 함유된 수입물품인 비아그라, 주류 등. 2 화학물질, 한약재, 섬유 등 2000여 종의 표준시료가 보관돼 있는 분석표준시료장. 표준시료는 수입물품을 분석할 때 기준으로 이용한다.

#1. 2010년 2월 관세청은 서울시내 한 오피스텔에 보관돼 있던 보이차를 압수했다. 중국에서 밀수입된 보이차에서 농약 성분인 BHC가 검출됐기 때문. BHC는 발암물질로 기형아 출산 등의 부작용까지 일으켜 1979년부터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2. 2009년 11월 관세청은 전국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에 유통 중인 중국산 가짜 창난젓갈을 전량 회수 조치했다. 명태 내장이 아닌 중국산 메기류인 가이양의 내장으로 젓갈을 만든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메기류 내장은 성분, 규격 등이 고시되지 않아 식품위생법상 수입될 수 없다.

최근 멜라민 분유, 가짜 비아그라, 인조 달걀, 신종 마약 등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물품이 밀려들고 있다. 수출입되는 물품은 농·수·축산물에서 가공식품류, 섬유, 철강까지 전 산업 분야를 망라한다. 아무리 베테랑 세관원이라고 해도 이들 유해물품을 언뜻 눈으로 판별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럴 때 해결사는 관세청 직속 중앙관세분석소. 보이차의 농약 성분을 검출하고, 메기와 명태 내장을 구분해 회수하게 한 것도 중앙관세분석소의 활약 덕분이다.

농약 보이차·가짜 창난젓갈 찾아내

1980년에 관세중앙분석소로 출발한 중앙관세분석소는 1996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수출입 물품의 분석을 담당하는 곳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본부세관과 인천공항의 분석실 등 5곳이 더 있는데, 여기서 처리할 수 없거나 정밀분석이 필요한 경우 중앙관세분석소에 의뢰한다. 전국 5곳의 분석실과 중앙관세 분석소에서 한 해 분석하는 수출입 물품은 전체 수출입 품목의 0.2%(약 2만 건)에 이른다. 중앙관세분석소에서는 현재 7, 9급 행정관 85명이 해당 분석업무를 담당한다.



중앙관세분석소의 본래 업무는 수출입 물품을 분석해 물품의 관세율을 정확히 결정하도록 지원하는 것. 하지만 국제 거래가 활발해지고 농축산물 잔류 농약을 비롯해 마약류, 발기부전치료제, 신종 향정신성 물질 등 국민 건강 위해물품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업무 영역이 확대됐다.

지난해 중앙관세분석소의 품목분류 및 관세부과를 위한 품목 분석은 2383건, 유해물품 분석은 1358건이었다. 유해물품의 경우 2007년 240건에서 2년 만에 6배 가까이 급증했다. 중앙관세분석소 최교찬 소장은 “관세를 정하는 일이 주요 업무지만 위해물품을 분석하는 일 또한 국민 건강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첨단 분석 장비를 확보하고 분석 방법을 개발하려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체 빼고는 다 분석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중앙관세분석소는 전 산업 분야의 품목을 분석하기 때문에 분석법도 다양하다. 분석소에는 현재 90종 125대의 장비가 돌아가고 있다. 유기물 분석 장비로는 주사전자현미경, 형광현미경, 가스·액체크로마토그래프, 유전자분석기, ICP-MS 등이 있다.

주사전자현미경은 몇만 배까지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곡물, 섬유, 철강 등의 표면을 관찰하는 데 주로 쓴다. 중앙관세분석소 분석2관의 육수진 주무관은 “곡물은 수출 품목 중 관세가 특히 높은 편이다. 생쌀은 수입이 불가능하고, 익히거나 찌는 등 조리과정을 거친 것만 수입이 가능하다. 분석 후 수입 여부가 결정되거나 관세율이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형광현미경으로 화장품 내 탤크 함량을 확인하고 석면을 검출한다. 크로마토그래프는 식품 속 당 함량, 비아그라 약 성분, 알코올 함량 분석 등 식품약품 등의 특정 성분을 분석하는 데 쓴다. 질량분석기는 마약류의 화학적 구조, 분자량 측정 등을 통해 마약을 분석, 적발하는 데 이용한다. 최근 신종 마약이 기승을 부려 이에 대한 분석의 중요도와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ICP-MS는 어린이 장난감, 문구류 등에서 금속, 비금속 원소를 미량 분석해 기준 함량치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꽃꿀과 사양벌꿀을 구분하고, 참기름에 다른 기름이 섞였는지도 가린다.

명태와 대구는 자연 상태에선 쉽게 구분되나 모양이 바뀌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때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종(種)을 알아낸다. 창난젓갈과 메기를 구분하거나 마약성 식물 가루, 웅담, 사향노루 등도 이러한 방식으로 진짜 여부를 가려낸다. 하지만 물품에 따라 한 가지 방법이 정해진 게 아니라 여러 방법을 혼용하기도 한다.

고추씨 함량 분석 방법 개발 특허 등록도

눈은 속여도 ‘중앙관세분석소’는 못 속여

3 행정관들이 신종 마약을 분석 중이다.

최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가가 늘면서 쇠고기를 비롯해 어류, 과실 등의 원산지 확인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쇠고기 원산지 분석은 어떻게 이뤄질까. 한우와 수입쇠고기를 구분할 때는 유전자 분석기법을 이용해 종을 구분한다. 하지만 미국산, 멕시코산 등을 구분할 때는 유전자 분석만으로는 어렵다. 이때는 소가 자라면서 접한 물과 사료, 공기 등이 함유한 원소로 구별하는 안정동위원소 분석법을 이용한다. 육 주무관은 “지리적 위치, 즉 위도, 경도, 자연환경에 따라 공기와 물도 다르다. 정식 수입 신고된 쇠고기를 나라별로 샘플 수집해 비교·분석하는데, 현재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체적인 분석법을 연구해 특허를 출원하면서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고춧가루의 고추씨 함량 분석방법이 그 예. 2~3년 전에는 고추씨를 제거한 중국산 건고추를 수입하면서 270%의 관세를 납부하고, 다시 저가·저세율의 고추씨를 다량 섞어 고춧가루를 만들어 외국으로 재수출한 뒤 수입 시 납부한 관세를 전량 환급(270%)받는 부정환급 사례가 기승을 부렸다. 남은 건고추는 시중에 불법 유통됐다. 이에 중앙관세분석소는 고춧가루와 고추씨의 근적외선 투과 파장이 다른 점에 착안해 고춧가루에 함유된 고추씨의 함량을 확인, 구분하는 방법을 개발한 뒤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

현재 중앙관세분석소는 세계 최고 관세과학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86년부터 24년간 분석기술 세미나를 열어 현안 위주로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세계관세기구(WCO) 과학소위원회에 참여한다. 미국, 캐나다 등을 방문해 선진기술을 습득하는 등 기술 연구와 국제교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관세청 규정상 중앙관세분석소는 수출입 물품의 분석 의뢰를 받은 뒤 15일 안에 그 결과를 의뢰 기관에 알려야 한다. 품목에 상관없이 규정은 동일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기간이 유동적이다. 수입신고 수리 전에 성분 분석을 통해 품목분류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4일 전후, ‘수리 후 분석’의 경우에는 10일 이내, 마약 등처럼 시간이 촉박한 경우 1~2일 안에 처리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종 마약 밀수가 급증하면서 마약이 국내에 퍼지기 전 발견하는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새로운 마약이나 발기부전치료제 같은 것을 발견할 경우 전국의 관련 기관에 이를 알리고, 법 개정을 의뢰하는 등 중앙관세분석소가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늘어난 역할만큼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중앙관세분석소 나기열 총괄분석과장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에서 분석 시설이 가장 좋은 편이었지만 지금은 열악하다. 다루는 분야가 방대한 만큼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0.08.23 751호 (p24~25)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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