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1

2010.08.23

척 보면 음주운전 압니까?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0-08-23 11: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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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늦은 시간, 차를 몰고 가다 보면 두 개 차선을 우왕좌왕하며 갈지(之)자 운전을 하는 차가 있습니다. 뒤따라가는 운전자는 방어기제가 작동해 멀찌감치 떨어져 빠르게 추월하지요. 그러면서 “저 사람 저러다 크게 다치는 거 아냐” 하는 찜찜한 기분에 신고를 하려 해도 도움을 요청할 경찰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때 가장 얄미운 것이 경찰의 음주단속입니다. 꼭 차량이 붐비는 길목에서, 그것도 에둘러 갈 길도 없이 차단된 도로에서 일렬로 길을 막은 채 하는 음주단속. 그러나 경찰은 정작 필요할 때 찾으면 없습니다. 그나마 도로가에 정차한 순찰차도 之자 운전차량을 소 닭 보듯 합니다. 오지랖 넓은 기자가 하도 답답해 순찰차량 옆에 차를 세우고 “저 차 위험하니 단속해주세요”라고 하면 “저 차 운전자가 술에 취했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당신 갈 길이나 가라” 합니다. 경찰에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만취 차량을 잘못 추적하면 대형사고가 날 확률이 더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솔직한 대답을 들려줬습니다. 달리는 차량에 대한 음주단속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죠.

    경찰이 최근 “도로를 통제하고 검문식으로 하는 기존 방식 대신 선별적으로 음주가 의심되는 차량을 확인해 족집게 음주단속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막히는 시간에 대로를 막지 않겠다니 한시가 바쁜 운전자로선 환영할 일. 하지만 경찰의 음주 의심 차량 선별기준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유흥업소, 주점가 밀집지역 등에서 나오는 차량 중 경찰관의 주관적 판단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고른다는 것입니다. 이후 추가로 운전자의 발음, 눈빛, 얼굴색 등을 살펴 음주 여부를 판단하고 마지막 순서가 음주측정기 측정.

    척 보면 음주운전 압니까?
    맥주 한 잔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시면 마실수록 하얘지는 이도 있습니다. 선천적으로 발음이 부정확한 이도 있고, 피곤하면 술을 먹지 않아도 눈이 충혈되고 눈 근육이 풀리는 이도 있습니다. 경찰의 새로운 음주단속 얘기를 들으면서 영화 ‘청담보살’의 점쟁이 모습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요. 음주단속을 잘하려면 ‘관상학’을 공부하거나 ‘신내림’이라도 받으라는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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