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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관세청의 달인들

숨어 있는 관세청의 달인들

채널을 돌리다 SBS 프로그램 ‘생활의 달인’과 마주하면 꼭 끝까지 봅니다. 판사, 검사, 의사, 변호사, CEO 등 누구나 선망하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아니지만 전문성만큼은 뒤지지 않습니다. 높다란 건물의 조그만 창에도 신문을 쏙쏙 던져 넣는 신문 배달원, 자신의 몸보다 큰 냉장고를 머리에 이고 나르는 이사업체 직원 등 묘기에 가까운 솜씨를 발휘하는 달인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의 프로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관세청을 취재하며 달인을 만났습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입니다. 인천공항세관 X레이 판독실의 최완숙 달인은 쓱 지나가는 X레이 영상을 보고도 트렁크에 어떤 물건이 들어 있는지 정확히 알아냅니다. 기자의 눈에는 시커먼 덩어리로만 보였지만 판독관은 대마초 특유의 결을 구분해 결국 대마초 밀수범을 잡아냈습니다. 인천본부세관 종합상황실의 박문수 달인은 여의도보다 넓은 인천항의 지형지물을 모두 머리에 담고 있더군요. 인천항 후미진 곳에 작은 박스를 숨겨도, 그 박스가 화면에는 작은 점으로 보일지라도 그는 정확히 발견하고 감시반을 출동시키는 달인입니다.

달견도 있습니다. 폭발물 탐지견 오로라는 제가 테스트를 위해 일부러 트렁크에 꼭꼭 숨긴 무연 화약을 찾았습니다. 훈련교관은 냄새가 스며들 때까지 시간이 걸려 바로 못 찾을 수 있다고 겸손해했지만, 오로라는 겸손의 미덕을 모르는지 곧장 달려와 무연 화약이 숨겨진 트렁크를 골라냈습니다.

숨어 있는 관세청의 달인들
달인은 하루아침에 될 수 없습니다. 최완숙 달인은 매일같이 뚫어져라 모니터를 바라보며 노하우를 쌓아 달인이 됐습니다. 직업병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직업인이라면 다 똑같다”며 대인배답게 웃습니다. 달인들의 공통점은 쉬지 않는 것입니다. 달인끼리 모여 새로 등장한 물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기본이고, 경진대회와 모의상황 훈련으로 감을 잃지 않도록 단련합니다.

G20 정상회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테러 안전이라 하면 모두 군대와 경찰을 떠올리지만 관세청 직원들의 존재는 모르고 있습니다. 국경 수비의 제일선에 있음에도 주목 한 번 못 받은 관세청 달인들. 그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안전합니다.



주간동아 2010.08.23 751호 (p13~13)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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