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8

2010.08.02

“야구, 어려워서 더 매력 있는 운동이죠”

한국 여자야구대표팀 좌완투수 명현삼 씨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8-02 13: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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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 어려워서 더 매력 있는 운동이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우주공학과 박사과정 명현삼(31) 씨가 한국 여자야구 대표로 선발됐다. 명 선수는 대표팀 유일의 좌완투수다. 졸업논문이 ‘스핀 안정화 방식 인공위성의 자세제어’인 만큼 포심, 투심, 커브 등 구종마다 공의 움직임을 공기역학 이론으로 이해하는 학구파 선수다. 그의 야구실력에는 탄탄한 이론이 뒷받침된 것. 주성노 대표팀 감독도 “한국 여자야구계에 좌완투수가 귀한 데다 학구파란 장점이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운동신경을 타고나지 않아 코치를 받아도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해야 몸이 따라줬어요. 야구입문서, 피칭이론서를 읽으며 공부했죠. 기술을 설명할 때도 사람마다 다르거나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도 하나씩 따져가며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물론 글로 야구를 배우니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지만요.(웃음)”

    몸이 못 따라간다고 겸손을 보였지만, 마운드에서 공을 뿌리는 폼이 시원하다. 지켜보던 이광환 전 프로야구 감독도 “자세가 깔끔하다”고 칭찬했다. 박사과정에 있으면서도 늘 악력기를 들고 다니며 손의 힘을 키우고, 매일 러닝과 섀도 피칭을 거르지 않은 덕분이다.

    명 선수가 대표팀에 선발된 데는 좌완투수란 이유가 컸다. 하지만 어릴 적에는 왼손을 써서 자주 혼이 났다.

    “밥 먹을 때 왼손을 사용하면 옆 사람과 팔꿈치가 부딪히잖아요. 남에게 폐 끼치지 말고 오른손 쓰는 습관을 들이라며 많이 혼났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야구에서는 왼손잡이인 것이 장점이죠.”



    명 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다. 2007년 평범한 친구가 야구를 한다는 말에 자신감이 생겨 야구를 시작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공 던지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특기는 유연한 완급 조절과 다양한 볼 배합. 친구는 곧 야구를 그만두었지만 명 선수는 야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야구는 어려워서 매력 있어요. 볼 배합, 협력수비, 타격, 주루 등 배워야 할 게 많고 어려워 더 재미있어요.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생기죠. 좋아하는 야구를 하다 보니 생활도 즐거워지고 생각도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야구 자체의 매력도 크지만, 여자야구계 인사, 소속 팀원들이 준 감동도 명 선수를 이끈 힘이다.

    “소속팀 대전레이디스가 만들어질 때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분이 많았어요. 그분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순수함, 팀에 대한 애정을 생각할 때마다 지금도 정신이 번쩍 듭니다. 지난 7월, 올해 첫 공식경기의 마운드에 섰을 때도 뒤에 있는 팀원들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좋은 플레이 때는 서로 칭찬하고 격려해주고, 부족한 부분은 고쳐주면서 팀원끼리 한 곳에 모여 같이 성장해가는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야구를 하기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입니다.”

    여자야구 대표팀은 8월 12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리는 제4회 세계여자야구월드컵에 출전한다. 여자야구는 남자야구와 달리 세계정상권과 한참 멀다. 지난 3회 대회 때는 총 8개 팀 중 6위에 그쳤다.

    “특출한 선수가 아니라서 대표팀에 뽑혀 월드컵에 나간다는 생각은 사실 못했어요. 목표를 이뤘으니 다시 높게 잡아야겠죠. 강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고 경기를 하고 싶어요. 공에 자신감을 갖고 평정심을 유지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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