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고려대 출신 3인방 금융시장 재편 놓고 ‘수 싸움’

KB 어윤대·우리 이팔성 ·하나 김승유 회장 ‘남다른 인연’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7-26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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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출신 3인방 금융시장 재편 놓고 ‘수 싸움’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 중 3곳이 고려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부터).

    연상고법(延商高法)이란 말이 회자된 적이 있다. 한국의 양대 사학인 연세대와 고려대가 각각 상경대와 법대 쪽에서 두각을 나타낸 데서 비롯된 말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만 좁혀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991년부터 은행장을 3번이나 연임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19년째 장수 중인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CEO 중 3명이 공교롭게도 고려대 출신이다. 지난 7월 13일 취임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고려대 동문인 것. 이들은 1960년대 초반 고려대를 다니며 학창시절부터 오랜 기간 남다른 친분을 쌓아온 관계로 알려져 있다.

    MB 신임 받는 최측근들

    김승유 회장(61학번)과 어윤대 회장(63학번)은 2년 선후배 관계로 고교(경기고)와 대학 학과(고려대 경영대)까지 똑같다. 어 회장은 고려대 총장 시절 김 회장에게 명예경제학 박사학위를 수여했고, 김 회장은 경영대 교우회장을 맡으며 하나은행을 통해 고려대에 80억 원의 학교발전기금을 기부했을 만큼 돈독한 사이다. 반면 이팔성 회장은 법대 출신으로 학과는 다르지만 어 회장과는 63학번 동기로 ‘서로 말을 트고 지낼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과 이 회장 역시 오랜 금융계 생활을 거치며 친분을 이어왔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들이 이명박 대통령(MB)의 신임을 받는 최측근이란 교집합을 지녔다는 것이다. 어 회장은 MB의 고려대 경영대 직속 후배로,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한국은행 후보에서 탈락한 뒤 MB 측에 의해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이 회장은 MB가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지냈고,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캠프 상근특보로 활약했다. 김 회장 역시 MB와의 인연에서 다른 두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다. 김 회장은 MB와 경영대 61학번 동창으로 61학번 친목모임인 ‘61회’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어 회장이 취임하자 금융권 일각에서 “MB의 남자들이 금융계를 접수했다”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다.



    고려대 출신 3인방과 MB의 인연이 새삼 부각되면서 향후 은행권의 각종 인수합병(M·A)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은행 간의 M·A는 경제논리 못지않게 정치논리도 크게 작용한다. 서로 간의 인연과 대통령과의 친분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벌써부터 이들은 ‘公은 公, 私는 私’라며 향후 금융권 시장 재편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수 싸움을 하고 있다.

    포문은 어 회장이 열었다. 그는 6월 15일 회장직 내정 직후 “우리금융과 산업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말해 인수 논의를 촉발했다. 그러자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인수합병 의지는 확고하다. M·A는 규모보다 핵심 역량을 키우고 시너지를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세계 50위권 은행이라도 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 회장을 정조준했다. 이 일은 어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인수 의향을 철회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불씨는 아직 살아 있다. 반면 이 회장은 “다른 금융지주와 합병을 하든, 과점주주에게 분산매각을 하든 빠른 민영화가 최선”이라며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3개 금융지주사 회장이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MB와의 친분이 남다른 만큼, 은행권 재편이나 영업대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하고 있다. 고려대 3인방의 행보는 하반기 금융권의 지형변화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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