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7

2010.07.26

손학규, 黨대표 경선에 뛰어드나

KSOI 비공개 여론조사에서 적합도 1위 … 기대 큰 지금이 정치 무대 복귀 적절한 타이밍

  •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rcmlee@hanmail.net

    입력2010-07-26 13: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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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黨대표 경선에 뛰어드나

    손학규 전 대표가 정세균 대표, 정동영 의원, 박지원 원내대표(왼쪽부터)와 함께 서울 은평구을 7·28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장상 후보(가운데) 지지유세를 벌이고 있다.

    얼마 만이던가. 정말 오랜만에 민주당 전당대회가 관심을 끌고 있다. 메이저리거(major leaguer)들이 한판 세게 붙을 모양이다. 잘해서든 어부지리든 지방선거에서 이겨 기력을 회복한 터라 더욱 성패가 흥미롭다.

    현재 민주당의 권력 프레임은 주류 대 비주류의 대결구도다. 지방선거의 승리로 생긴 기세와 지난 2년 동안의 조직관리 등을 고려할 때 주류-비주류 프레임으로 붙으면 주류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비주류의 논리대로라면 결국 승리한 지도부를 문책하자는 것인데, 아무래도 뭔가 어색하다. 그래서 판을 바꾸기 어렵고 판세를 뒤집기 힘든 것이다.

    하지만 주류 대 비주류의 대결이 차기 경쟁, 노선투쟁으로 바뀔 수도 있다. 바로 유력 차기 주자들이 대거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손학규 전 대표가 당대표 경선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주류 대 비주류의 구도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주류 연합의 일원인 정세균 현 대표와 손 전 대표 간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결선투표제를 통해 주류 연합의 틀이 유지될 수는 있다. 둘이 경쟁하다 결선투표에서 앞선 후보를 밀어주는 협약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결선투표에 누가 나갈지를 놓고 벌이는 경쟁까지 피할 수는 없다. 어차피 득표경쟁은 제로섬 게임이기에 상생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주류 연합 내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주류 연합 내 갈등 불거질 가능성



    손 전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는 아직 미지수다. 한데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출마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당분간 출마를 공언하지는 않겠지만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는 듯하다. 따져보면 손 전 대표에게는 출마가 합리적인 선택이다. 원외인 데다 야권 리더나 차기 주자들에게 주어지는 거의 유일한 무대인 당지도부에 속하지 않고는 2년 뒤 총선과 대선을 기약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손 전 대표는 정치와 거리를 두었다.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탈당의 기억을 씻어내고, 진정성을 인정받고자 했다. 성공했다. 색상 대비도 좋았다. 이런 행보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의원과 대비되면서 더욱 선명한 효과를 낳았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당을 떠난 데다 정치를 그만두다시피 한 것도 호조건이다. 자연히 손 전 대표에게 쏠리는 기대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손 전 대표의 강점은 수도권 출신 후보라는 것이다. 여야에서 현재 거론되는 대권주자만을 놓고 보면 수도권은 무주공산이다. 지역주의 구도 아래서 최대 승부처는 수도권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李)의 세종시 수정 공세에 발이 묶여 수도권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손 전 대표의 지역기반이 수도권이라는 사실이 상당한 매력 요인(wow factor)이 되고 있다.

    손 전 대표의 수도권 지지율은 영호남이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보여주는 지지 강도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손 전 대표는 2009년 수원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무명의 ‘초열세’ 후보를 당선시키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의 당선이 손 전 대표의 ‘후광효과’(coattails)로 해석됐기에 손 전 대표의 가치는 당연히 평가절상됐다. 슬금슬금 위상이 올라가고 힘이 모이더니 어느새 블루칩이 됐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주자는 손 전 대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손학규라는 이름 석 자가 상징하는 이미지가 없다. 정책도 없다. 비전 역시 안 보인다. 현실정치를 떠나 있는 ‘비정치 전략’으로 상당한 성과를 얻었으나 사실 그건 명목가치의 상승일 뿐, 실질가치에 대해선 검증된 바가 없다.

    손 전 대표는 여태 자신을 온전하게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기회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민주당의 정치인, 민주당의 대권주자로서 보여준 정치도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성장 잠재력은 있어 보이나 현실화의 동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뭘 하겠다는 것인지,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제시하지 않는다. 자신이 나서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제 노무현이 노무현 정치로 승부했듯, 손학규도 손학규 정치로 승부해야 한다. ‘손학규’가 도대체 뭔지 실체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의 민주당 전당대회를 그 실체를 드러내는 출발선으로 삼아야 한다. 비유하자면 이제 게릴라전은 그치고, 정규전으로 싸워야 한다. 문제를 우회하려 하거나 외면하는 회피 전략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7월 중순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 대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비공개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했다. 호남과 수도권에서도 1위였다. 이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호남에서의 높은 지지는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 손 전 대표를 주목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수도권에서의 1위는 그가 지닌 대선 승리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민주당, 게임의 룰 아직 못 정해

    닉슨이 말했다. “타이밍이 모든 것이다(Timing is everything).” 대선 패배에 주지사 패배까지 겪은 뒤 재기해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의 말이기에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지금처럼 기대가 표출되고 있을 때야말로 손 전 대표가 복귀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다. 이번에 만약 전당대회를 건너뛰고 다시 정치의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면, 그건 위험한 선택이다. 당대표를 비롯해 차기 지도부 인사와 대권주자들에게 반MB 투쟁의 무대와 대안 제시의 주도권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어려운 싸움을 피하고 거저먹으려 한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기존 권력에 대한 반대투쟁을 진두지휘하지 않고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고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민주당은 아직 전당대회 규정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의 룰을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 간에 치열한 대결이 진행 중이다. 한편에선 7·28재보궐 선거가 한창이다. 따라서 손 전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기엔 조금 이르다. 관전자들이 출마 후의 행로에 대해 논하는 것도 그렇다. 다만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해도 손 전 대표로선 손해 볼 게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패배의 책임이 정세균 대표에게 쏠릴 것이고, 그 후과(後果)로 전당대회 출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연스레 손 전 대표가 주류 연합의 단일후보로 선택될 수도 있다.

    손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흥미로운 전장으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당 대권 게임의 1차 고비가 될 것이다. 과연 손 전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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