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6

2010.07.19

교원평가 코끼리 만지기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7-19 13: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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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는 부담스럽습니다. ‘이 판단이 맞을까. 내 기준이 틀린 건 아닐까.’ 수많은 자문을 거쳐 결론을 내려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올해 처음 교원능력개발평가제가 실시됐습니다. 평가자와 피평가자의 입장을 바꿔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의 점수를 매기게 된 것이죠. 하지만 학교 현장 어디에도 ‘평가’에 대한 책임과 고민은 없었습니다. 그저 학생과 학부모는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고, 교사는 유쾌할 것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평가 방식에 있을 겁니다. 얼굴 한번 못 보고 ‘교사는 효과적인 언어를 사용합니까’ ‘올바른 생활습관을 지도합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라니요. 동료 교사 평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교사는 “평가를 위해 동료교사 수업에 들어가면 반 아이들 수업을 못한다. 평가 항목도 모호한 것이 많아 그냥 좋은 점수를 준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럼에도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복잡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상당수 학부모는 평가 자체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아이들 선생님인데, 불이익을 받을까 나쁜 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데 알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익명 보장도 못 미더워했습니다. 동시에 아이들 눈높이에서 감정적인 평가를 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교사의 꾸지람에 아이가 상처를 받거나 하면 가차 없이 ‘매우 미흡’을 주는 식이죠. 한 학부모는 “혼나고 돌아온 아이가 하는 우는소리를 곧이곧대로 듣는 학부모도 있다”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교원평가 코끼리 만지기
    MB정부 출범 이후 ‘교육 소비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됩니다. ‘자율과 경쟁’을 모토로 하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를 소비자로 봐야 학교 개혁이 가능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간 학교는 이런 분위기와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림자를 피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나라처럼 선생님 이름을 부르는 일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교원능력개발평가제는 문화를 바꾸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먼저 학생·학부모와 교사의 거리가 더 좁혀져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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