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5

2010.07.12

한국의 미는 동네 뒷산에 있었네

‘격물치지(格物致知)’展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7-12 13: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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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미는 동네 뒷산에 있었네

    1 고정남, 서울 ‘창경궁’ 2 금혜원, 충북 단양군‘온달산성 ’ 3 박정훈, 경기 파주시‘자운서원’

    2010 남아공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비록 우리나라가 8강 진출엔 실패했지만, 여전히 월드컵 광고는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요. 그런데 광고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특히 ‘대한민국에 대한민국이 아닌 곳은 없다’라는 문구가 가장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란 것을 강조한 내용이었지만, 저는 문뜩 대한민국에서 가장 대한민국다운 곳은 어디인지 궁금해졌어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8월 22일까지 열리는 ‘격물치지(格物致知)’전은 젊은 사진작가 11명이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아름다움은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8개월 동안 발품을 팔아 찾아낸 가장 한국적인 곳을 180여 점의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여행 포스터나 엽서 등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관광지 모습이 아닌, 맑은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듯 자연스러운 모습에 더욱 눈길이 가는데요.

    작가들은 각자 자신만의 기준에서 한국의 미를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선비 문화에서 한국의 미를 찾고자 했던 고정남 작가는 “두드러지지 않는 고졸하고 수수한 아름다움이 한국의 매력이자 판타지”라며 “이를 훼손하지 않고 고스란히 사각 프레임에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어요. 한국의 산성을 주목한 금혜원 작가는 “산성이 주변 도시 및 자연과 온화하게 어우러지는 데 한국적 미가 있다”고 말했죠.

    ‘격물치지’는 ‘사물을 연구해 이치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무형의 경관과 문화재, 풍속과 기물을 담은 이 전시에 이런 제목이 붙은 건, 사물의 이치는 결국 문화적 형상으로 표현됨을 보여주려는 게 아닐까요? 어찌 보면 한국의 미는 문화적 형상으로 표현된 한국의 모든 사물에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점에서 박정훈 작가의 말은 되새겨볼 만하죠.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은 바로 서울 우리 동네 뒷산에 있었어요. 수많은 건물 사이로 언뜻 보이는 산등성이 자체가 삶에 지친 우리에겐 위로가 되죠. 멀리서 찾을 게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눈을 돌려보세요. 수줍은 듯 숨어 있는 한국의 미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월요일 휴관, 무료, 02-2020-2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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