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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오픈마켓이냐, 사기마켓이냐”

끊이지 않는 범죄에 소비자 불만 고조 … 판매자 공인인증제 도입 시급

“오픈마켓이냐, 사기마켓이냐”

“오픈마켓이냐, 사기마켓이냐”
“직거래로 하시면 10% 더 싸게 드릴게요. 현금 입금해주세요.”

지난 4월. 시가 180만 원 내외의 니콘 디지털카메라를 사고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송모 씨는 유명 오픈마켓 11번가에서 같은 제품을 160만 원에 내놓은 판매자를 발견했다. 게다가 직거래로 하면 더 싸다는 게시물을 보고는 망설임 없이 그날 저녁 144만 원을 판매자 개인통장으로 입금했다. 다음 날 판매자에게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 사기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 치트’(www.thecheat. co.kr)에서 판매자 전화번호를 검색한 결과, 벌써 많은 사람이 그에게 같은 식으로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계좌에서 돈이 인출돼 지급 정지도 할 수 없는 상황. 송씨는 11번가에 전화했으나 돌아온 것은 “경찰에서 공문이 오면 수사 협조는 가능하지만 직거래 중에 생긴 문제이므로 책임질 것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오픈마켓(open market)이란 사업자가 온라인상에 개설한 마켓에 판매자들이 입점해 자유롭게 판매하는 쇼핑몰로, 사업자는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대부분의 오픈마켓은 중간 마진을 최소화해 제품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취한다. G마켓(도달률·특정 사이트에 접속한 순 방문자의 비율, 37.7%), 옥션 (36.9%), 11번가 (24.1%)가 대표적이다. 이 3군데 오픈마켓은 롯데닷컴, 신세계닷컴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보다 도달률이 높다. 하지만 그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오픈마켓에 대한 고객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직거래 피해 우린 책임 없다”

하루 30명 내외의 사람이 송씨와 같은 직거래 사기를 당했다고 ‘더 치트’에 글을 올린다. 주요 사기 수법 중 하나가 유명 오픈마켓에 판매자로 등록한 다음 소규모 사이트로 연결하거나 개인 연락처로 전화하도록 해 직거래를 유도한 후 돈만 받고 글은 지우고 도망가는 방식이다. 소비자들은 “비싼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라며 판매자를 알선한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유명 중개업체를 믿고 선뜻 입금을 했다가 피해를 입는다. 이런 사례는 계속 늘고 있지만 오픈마켓 측은 “직거래에 의한 피해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입장만 유지하고 있다.



‘오픈마켓=짝퉁의 보고’ 역시 오래된 공식. 특히 단속요원이 퇴근한 밤늦은 시간, 오픈마켓은 명품 위조품 야시장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낮에는 유명 브랜드를 검색하면 중고 명품만 나오지만 늦은 시간에는 실가격의 20분의 1도 안 되는 위조품이 쏟아져 나온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8년 대형 오픈마켓 4곳에서 적발된 위조품 판매건수는 1만505건, 액수로 따지면 85억 원이 넘는다. 한 해 1만 건이 넘는 위조 사건이 관계 기관에 적발되지만 이미 구매한 소비자는 피해 사실을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픈마켓 측은 책임이 없다. 서울고등법원 민사4부는 지난 5월 “오픈마켓 운영자가 상표권 침해행위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오픈마켓 운영자가 개별거래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것.

“오픈마켓이냐, 사기마켓이냐”

‘더 치트’에는 하루 30여 건의 오픈마켓 사기 신고가 올라온다.

반품·배송 연기 등에 대해서도 무조건 ‘모르쇠’다. 오픈마켓들은 “우리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역할만 하니 판매자와 직접 의논하라”는 대답만 한다. 5월 말 옥션을 통해 아기용 유모차를 샀지만 한 달 넘게 ‘상품 준비 중’으로만 표시돼 있을 뿐 7월 초까지도 배송을 못 받은 김모(33) 씨는 “언제 온다든지, 아예 상품을 못 주니 환불해주겠다든지 속 시원히 말해주면 좋겠는데 판매자와 오픈마켓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한다. 다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판매자들도 할 말이 있다. 몇몇 판매자는 오픈마켓의 중개수수료가 너무 높아 영세 판매자는 영업이익을 낼 수 없다는 지적을 한다. 판매자는 물품이 낙찰되면 오픈마켓 측에 물건값의 10%(G마켓은 12%)에 해당하는 중개수수료는 물론이고 각 오픈마켓의 판매동향을 한곳에 모아주는 인터넷 프로그램 이용료, 프리미엄·추천·급상승 등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내는 수수료, 추가 트래픽 비용 등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물건값과 택배비까지 쓰면 적자라는 게 판매자들의 주장이다. 판매자 김모 씨는 “오픈마켓은 판매자들끼리 경쟁을 시켜 추가 비용을 내는 한이 있어도 ‘프리미엄’ 배너를 달고 키워드 광고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러니 수수료가 점점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유사 업체 간의 가격 경쟁도 심각해 제값에 팔지도 못한다. “결국 겁 없이 오픈마켓에 덤벼들었다 ‘피박’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고 김씨는 전한다.

판매자 명의 도용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08년 한 인터넷 카페에 “옥션에서 명의를 도용당해 세금을 내라는 고지서가 왔다”는 글이 올랐다. 누군가가 옥션에 글쓴이의 아버지 명의를 도용해 6개월간 상품을 등록한 뒤 3100만 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정작 세무서의 세금 통지서는 명의를 도용당한 아버지에게 날라왔다는 내용이다. 글쓴이는 바로 옥션에 전화했지만 “판매 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회원 가입도 주민번호 인증돼 정상 가입됐으므로 책임질 부분이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유출된 개인정보로 판매자가 불법 등록했는데 오픈마켓 측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자정작용 노력 여전히 미흡

이와 같이 오픈마켓이 불법을 묵인하는 것은 수수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픈마켓 처지에서는 물건값의 10~12% 하는 수수료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사기 물품, 불법 위조품, 불량품은 상관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11번가 모 매니저는 “말도 안 된다. 우리 역시 피해자”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오픈마켓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 이러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 오픈마켓의 신뢰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는 판매자 공인인증제 실시다. 현행법에 따르면 간이과세 사업자의 경우에는 통신판매업자로서의 신고의무가 없어, 오픈마켓에 누구든 주민등록번호만 등록하면 판매자 등록이 가능하다. 11번가는 판매자가 범용 공인인증서로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G마켓은 2008년 이후 신규 회원한테만 부분 적용했고, 옥션의 경우 작년에 공인 인증제를 도입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2009년 4월 개인판매자가 판매자로 등록하려면 공인인증서나 I-PIN 등을 통한 확인 절차를 거치게 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중개 의뢰자의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그 방법을 공인인증서와 I-PIN으로 제한하는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각 오픈마켓 역시 ‘자정작용’을 하려 애쓰고 있다. 옥션 측은 “우리도 공인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재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11번가 측은 “2008년 9월 도입한 ‘위조품 110% 보상제’로 1년간 위조품 판매자 총 80여 명을 적발하는 등 믿을 수 있는 오픈마켓 환경 조성에 힘썼다”고 밝혔다. G마켓 측도 “위조상품 방지 전문 프로그램 BPP(Brand Protection Program)로 100여 개의 브랜드와 실시간 협조 시스템을 구축, 상표권자가 신고하면 상품을 내리고 판매자 아이디를 영구 박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각 오픈마켓은 홈페이지 하단에 “등록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상담센터 이주홍 정책부장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업계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올 2/4분기에 소비자상담센터로 접수된 상담을 분석한 결과, 옥션과 11번가, G마켓에 대한 상담이 지난 1/4분기 대비 각 2.4배, 1.9배, 1.2배 많아졌다. 우리나라 의류업계 판도를 바꾼 인터넷 오픈마켓. 규모를 키우고 당장의 이익을 좇기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주간동아 2010.07.12 745호 (p52~53)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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