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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환자 내쫓는 시스템 수술…심뇌혈관 치료 No.1으로 만들 것”

박재갑 국립중앙의료원장 “응급의료 구심점으로 탈바꿈에도 노력”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환자 내쫓는 시스템 수술…심뇌혈관 치료 No.1으로 만들 것”

“환자 내쫓는 시스템 수술…심뇌혈관 치료 No.1으로 만들 것”
만약 대형 대학병원에 익숙하다면,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이 작고 소박하게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깔끔하게 단장된 정원, 깨끗한 로비와 진료실, 친절하게 안내하는 직원들에게서 마치 가정집 백반 같은 따뜻함이 전해져왔다.

한때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해체해야 한다’ 등 온갖 비난을 받았던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 4월 2일 특수 법인으로 출범한 후, 수익성 있는 공공의료 기관으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그 중심엔 박재갑(62)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있다. 과거 국립암센터를 성공적으로 육성해낸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이제 의료계의 또 다른 골칫거리였던 국립중앙의료원 개혁에 앞장섰다.

6월 23일 오후, 13㎡(약 4평) 남짓한 원장실에서 박 원장을 만났다. 입구에 명패도 따로 없고, 내부에 책상 4개가 빠듯이 들어찬 이 작은 공간을 박 원장과 전임의, 비서가 사용한다고 했다. 그는 “특수 법인으로 전환하기 전 국립중앙의료원은 마치 ‘중병을 앓는 환자’ 같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원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싶어 모자를 쓰고 몰래 의료원에 와봤는데, 한마디로 폐허나 다름없는 모습에 기가 찼습니다. 병원 입구의 경비원은 드나드는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화장실은 제대로 청소가 안 돼 있었죠. 4월 2일 취임해서 상황을 살펴보니, 더 심각했어요. 그동안 의사를 비롯해 직원들이 말 그대로 놀고 있었죠. 유방암 전문의가 1년에 수술을 고작 20건 정도밖에 안 했어요. 전립선 수술도 20~30건이었죠. 간호사 및 레지던트 숙소도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쓰레기장처럼 지저분했고, 심지어 수술실도 아수라장이었어요. ‘심각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진료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제’ 도입



그는 취임하자마자 ‘환경 미화’부터 시작했다. ‘고여 있는 물이 없게 하라’ ‘외래 환자들이 오기 전에 청소를 완료하라’ ‘폐기물 집하장 담장을 보수하라’ ‘은행 광고물을 제거하라’ ‘수술실 탈의실에 수건을 비치하고, 거치대를 설치하라’ ‘의사와 간호사에게 개인 사물함을 제공하라’ ‘병원 도로의 쓰레기차를 철수하라’ ‘화장실 바닥을 보수하라’ 등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지시했다. 만성 적자 해소, 특화 분야 발굴보다는 환자들이 기꺼이 진료를 받고 싶게, 깔끔하고 친절한 병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렇게 기초 작업을 끝낸 후 박 원장은 의사를 비롯한 전 직원에게 인센티브제를 도입했다.

“과거 국립중앙의료원 시절에는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가 적용됐어요. 즉 진료를 열심히, 많이 하는 의사라도 근무 연수가 적으면 월급도 적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법인화 이후 의료원장이 병원 경영에 필요한 예산을 사용·관리할 수 있게 돼, 과감히 인센티브제를 도입했습니다. 즉 진료 실적이 우수한 의사라면 근무 연수가 적어도, 실적이 미미한 고참 의사보다 많은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됐죠. 의사가 진료를 많이 봐서 병원 수입이 늘어나면, 그 특진비 중 상당 부분을 그 의사에게 돌아가게 했어요. 도입한 지 100일도 안 됐지만, 벌써 국립암센터 의사보다 많이 받는 의사도 생겨났지요.”

여기에 더해 박 원장은 직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복지제도도 마련했다. 공공보건의료, 공공간호, 응급의학 등 전문 프로그램의 최고위 과정을 개설했고 명사 특강이나 첨단의학 강좌 등도 운영하고 있다. 어학 과정도 조만간 개설할 예정. 또 직원들에게 병원 경영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 매월 넷째 주 월요일을 ‘직장발전전략회의’를 하는 날로 정하고, 병원의 각종 업무와 진행사항 등을 박 원장이 직원들에게 ‘보고’한다.

또 7월부터는 임신한 직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했다. 이는 직원에 대한 복리후생이자,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내부 고객이 병원 서비스를 이용한 다음 외부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것. 또 직원이 직접 이용하니 불편한 점을 쉽게 개선할 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안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가 진작되면, 그동안 문제가 됐던 의료원 적자는 자연스럽게 풀린다는 게 박 원장이 강조하는 바다.

“환자 내쫓는 시스템 수술…심뇌혈관 치료 No.1으로 만들 것”

박재갑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부서별로 개선할 내용을 정리해 지시했다. 의료진 영입, 교육 프로그램 개설 및 운영부터 아주 세세한 환경미화까지 정리한 게 총 106가지나 됐다.

“의료원 적자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였어요. 즉 인력과 병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발생했던 거죠. 직원들이 신바람 나서 일하면 더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고, 그러면 환자들은 오게 마련입니다. 물론 환자들을 위해 스타 의사들도 영입할 계획입니다. 심뇌혈관센터장으로 영입한 전 서울의대 신경외과 한대희 교수와 성형외과 박철규 교수도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모셔올 수 있었죠. 능력만 있다면, 원장인 저보다 높은 연봉을 줄 수도 있어요.”

박 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 내 심뇌혈관 질환 특성화 센터를 구축해 이 분야 최고 전문기관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국립암센터가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암을 맡은 만큼, 국립중앙의료원은 2위와 3위인 뇌혈관과 심혈관 질환을 전담하겠다는 것. 국내 뇌혈관 질환의 권위자인 한대희 교수를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3차원 CI, MRI 등 최신 의료장비도 도입할 예정이다. 특히 국립암센터가 학회와 공동으로 암 관련 지침을 만들어낸 것처럼, 국립중앙의료원도 민간 의료기관·학회 등과 협력해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 진단 등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자 한다. 이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 또 박 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이 의료의 또 다른 사각지대인 응급의료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년 안에 전 직원 금연시킬 것”

“대형 병원의 응급실을 한번 가보세요. 각종 난치병 환자가 입원하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실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정작 응급환자는 뒷전이기 십상이죠. 국립중앙의료원은 심뇌혈관뿐 아니라 외상 환자 진료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구비해, 응급환자가 제때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외래 1, 2층을 모두 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활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또 장기적으로는 수술실과 중환자실만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자 합니다. 민간 병원에서 중환자실이 없어 수술을 못할 때도 많은데, 그런 경우 이 공간을 모두 개방할 생각이에요. 민간의료가 못하는 걸 하는 게 공공의료죠.”

‘금연 전도사’로 유명한 박 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전 직원 금연을 명령했다. 대장암 전문가인 그는 “1년 내내 대장암 수술을 하면 300명 정도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만, 전 국민이 담배를 끊게 하면 매년 4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그런데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기관 종사자가 담배를 피운다는 건 그야말로 웃음거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립암센터 원장을 맡았을 때도 전 직원 금연을 명령했고, 결국 2년 반 만에 모든 직원이 금연에 성공했다. 박 원장은 “간혹 거짓말로 ‘금연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입술만 보면 금연 여부를 알 수 있다”면서 “이번에도 3년 이내에 전 직원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며 허허 웃었다. 실제로 병원 곳곳에서 ‘금연’ 표지를 볼 수 있었다.

또 박 원장은 국방부와 함께 추진 중인 국방의학원 설립에 대해 “심각한 부상을 입은 군인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군 병원의 3차 기관화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3차 군 병원의 모체가 될 국방의학원이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면서 “특히 국방의학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은 서로 도우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박 원장은 “국립중앙의료원도 국립암센터처럼 성공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내 가족을 마음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다짐이 조만간 이뤄지길 기대한다.



주간동아 2010.07.05 744호 (p78~79)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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