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4

2010.07.05

'Boutique Hotel' 전성시대

독특한 디자인·맞춤형 서비스 … 특급 호텔과 모텔 장점만 갖춰 인기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입력2010-07-05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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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utique Hotel' 전성시대

    IP 부티크호텔 객실과 외관, 로비(왼쪽부터).

    여행이라고 하면, 설레는 마음으로 옷가지 등을 차곡차곡 넣던 4각형 ‘슈트케이스’가 먼저 떠오른다. 서울 이태원에 자리한 ‘IP 부티크호텔’에 들어서면 여행을 떠나기 직전 흥분이 전해진다. 로비와 객실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 벽면이 여행용 슈트케이스 형태로 디자인됐기 때문. 객실의 미니바 역시 슈트케이스 모양이다. 침대 벽면엔 경쾌하고 화려한 팝아트 그림이 눈길을 끈다. IP 부티크호텔 마케팅·객실팀 김태연 팀장은 “층마다 카펫 색이 다르고, 객실마다 침대 벽면의 그림이 다르다. 독특한 디자인뿐 아니라 고객 개개인에게 맞춘 친절한 서비스가 우리 호텔의 강점”이라며 “대형 호텔에 비해 객실 수가 142개로 적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가격은 1박에 20만 원(정상가)으로 특급 호텔보다 저렴한 편이다.

    2009년 5월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이 이태원 호텔을 인수해, 2010년 3월 IP 부티크호텔로 재탄생시켰다. 지난 5월 3일부터 전면 리노베이션에 들어간 서울프라자호텔도 “‘부티크 비즈니스’ 호텔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출신 건축·인테리어 디자이너 귀도 치옴피를 총감독으로 초빙했다. 오는 11월 1일 재개장 예정. 서울프라자호텔 양성권 총지배인은 “주요 투숙객이 비즈니스 고객인 만큼, 이들에게 필요한 기능적인 요소를 충족하면서도 부티크호텔의 독창적인 디자인과 완벽한 서비스를 함께 추구하겠다”고 했다.

    ‘부티크호텔(boutique hotel)’이 새로운 호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부티크호텔은 규모는 작지만 개성 있는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자랑하면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을 일컫는 말. 콘셉트 호텔(concept hotel) 또는 디자이너스 호텔(designer’s hotel)로 불리기도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프랑스 파리나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태국 방콕 등지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5년 ‘월스트리트 저널’은 ‘부티크호텔’을 그해의 ‘메가트렌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러브호텔’에서 가장 먼저 도입 후 진화

    그런데 한국의 부티크호텔은 유럽, 북미 등지의 ‘오리지널’과는 의미와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대형 또는 비즈니스 호텔의 획일적인 서비스에 질린 고객들이 소규모지만 호텔 내에서 문화, 예술적 요소를 즐길 수 있고 개인별 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곳을 찾으면서 부티크호텔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달랐다. 부티크호텔이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것은 이른바 ‘러브호텔’이라고 불리는 모텔. 사실 모텔은 현행 법령에 규정된 용어가 아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숙박시설은 관광 숙박시설(관광호텔, 수상관광호텔, 한국전통호텔, 가족호텔 및 휴양 콘도미니엄 등)과 일반 숙박시설(호텔, 여관, 여인숙 등)로 나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호텔은 관광 숙박시설에, 모텔은 일반 숙박시설에 속한다. 즉 호텔은 정확히 따지면 ‘관광 호텔’이고, 모텔은 ‘일반 호텔’인 셈.

    그런데 젊은이를 주요 고객으로 하던 모텔업계가 외국에서 부티크호텔이 뜨자 ‘개성 있는 건축이나 인테리어’라는 외형적 요소를 가져온 것이다. 객실 수가 100개 미만이라는 점도 소규모인 모텔이 쉽게 접목할 수 있었던 부분. 호텔 자바(www. hoteljava.co.kr)의 김형렬 이사는 “부티크호텔을 표방한 모텔은 국내의 웬만한 호텔은 물론, 외국의 부티크호텔 버금가는 시설을 자랑한다. 방마다 디자인이 다른 건 기본이고, 심지어 방에 독특한 이름까지 붙인다. 하지만 숙박료는 10만~12만 원(주말 1박 기준)으로 일반 모텔보다 비싸지만, 호텔에 비해선 저렴한 편”이라며 “칙칙하지 않고 무엇보다 당당하게 모텔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소규모 호텔의 새로운 활로

    서울 영등포구와 강서구 화곡동에 자리한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부티크호텔로 알려진 모텔이다. 건축가 김형탁 씨가 건물 설계를 했고, 디자인 스튜디오 ‘투시’의 장수진 대표(호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인테리어를 맡은 이곳은 48가지 독특한 디자인으로 객실을 꾸몄다. 파티룸으로 특화된 공간이 있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카페와 옥상 야외 라운지 등을 갖췄다. 총 6개 건물로 이뤄졌는데, 이 중 하나인 R호텔은 관광 숙박시설, 즉 ‘호텔’로 등록했다.

    “건물주들이 ‘러브호텔’로 돈을 벌고 이젠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실제로 ‘부티크 호텔을 운영하고 싶으니 인테리어를 맡아달라’는 모텔 건물주의 의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도 비슷하죠. 또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부티크호텔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대형 고급호텔 말고는 모텔밖에 없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한국형 부티크호텔이 그 틈새를 노린 거죠.”(장수진 대표)

    “이렇듯 부티크호텔을 표방한 모텔이 인기를 끌자 호텔업계, 특히 중소규모 호텔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시설 면에서 모텔과 호텔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하지만 IP 부티크호텔 홍보팀 한미선 씨는 “모텔이 부티크호텔의 디자인이라는 외형적 요소만 가지고 왔다면, 우리는 여기에 더해 고객에게 세세한 맞춤형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에 모텔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티크호텔에 대한 대형 호텔 쪽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 대형 호텔은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숙박은 물론 콘퍼런스, 미팅과 행사 등을 유치하기 때문에 휴양과 엔터테인먼트 중심인 부티크호텔과는 대상층이 다르다고 말한다. 롯데호텔 홍보팀 박민혁 대리는 “롯데호텔은 비즈니스맨을 위한 비즈니스 호텔과 가족 단위 휴양객을 위한 리조트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부티크호텔에 대해선 특별한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국형 부티크호텔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렬 이사는 “모텔업계는 과거 ‘러브호텔’에서 ‘부티크호텔’로 변모하고, 중소규모 관광호텔도 여기서 활로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축가 김형탁 씨도 “대형 호텔은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취향을 따라가기 힘들며, 관광호텔이나 모텔 역시 고객층이 한정돼 있다”며 “미래엔 개인 및 가족의 가치와 참살이가 더욱 중시되리라 볼 때, 부티크호텔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쨌든 시설과 서비스가 좋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한 부티크호텔이 많아지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지 말고, 정말 한국적인 부티크호텔은 어떤 모습일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인 친구에게 당당히 “한국을 느끼려면 여기서 묵어라”고 권할 만한 부티크호텔의 등장을 기대한다.

    'Boutique Hotel' 전성시대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다양한 객실 내부와 로비(오른쪽)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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