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4

2010.07.05

남성들은 대오각성하라!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7-05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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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인 기자에게는 계획 임신 주제가 ‘뜨악’했습니다. 당장 결혼 계획이 없으니 2세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임신 문제는 아내의 일이지 남편의 몫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자연 임신을 위한 몸을 만들어본다고? 할 게 뭐 있겠느냐며 자신만만했습니다.

    비뇨기과의 문을 열었을 때 조금씩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환자들과 눈이 마주칠까봐 바닥만 봤습니다. 임신 능력에 대한 성적표를 받아들 생각을 하니 긴장감에 점점 ‘작아’졌습니다. 정액 채취를 위한 방에는 성인영상물이 흐릅니다. 자극적인 영상과 소리로 성적 흥분을 도와 사정을 돕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도통 흥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경건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볼 때처럼 한없이 진지해지며 저의 존재 의미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더군요. 지인은 시간이 흘러 바깥에서 재촉하는 간호사의 외침에 놀라 끝내 검사를 받지 못했답니다.

    음낭초음파 검사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바지를 내렸을 뿐이지만 벌거벗은 것처럼 부끄러웠습니다. 초음파 기계가 아래를 훑을 때는 천장을 바라보며 어서 끝나기만을 바랐습니다. 검사는 짧은 시간이지만 정상 판정을 받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흐른 듯했습니다.

    남성들은 대오각성하라!
    검사 내내 자연 임신을 하려고 이런 검사까지 받아야 하는가 싶었지만, 의사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임신과 관련해 여성이 받는 검사는 이보다 몇 배 복잡하고, 힘들고, 비싸다고 하더군요. 이런 줄도 모르는 남편들은 아내에게 모든 검사를 미루다 결국 마지못해 병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사연을 취재하면서 저를 포함해 한국 남성들이 참 못나 보였습니다.

    임신 전 검사, 금주·금연, 적정 체중 유지, 고환 건강 등 남자들이 할 일이 많습니다. 할 일이 많아 보이지만 여성들이 해야 하고 조심할 것들에 비하면 참 쉬운 일입니다. 난임의 3분의 1은 남자가 원인입니다. 할 일은 하는 남자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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