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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럭셔리 키즈는 먹는 물도 달라!”

한국서도 “최고, 최상” 소황제 마케팅 바람 …부모 신분 상승 욕구 아낌없이 투자

“럭셔리 키즈는 먹는 물도 달라!”

“삼촌, 람보르기니 자동차 사주세요~.”5월 어린이날, 45개월 된 귀여운 조카 재현이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함께 마트에 간 장모(28) 씨는 그날 두 번 놀랐다. 어린 조카가 벌써부터 이탈리아 고가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를 알고 또박또박 발음할 때 한 번, 인터넷에서 아동용 페달카 가격을 알아본 후 또 한 번이다. 어린이날을 기념해 BMW가 BMW 328로드스터를 똑같이 재현해 아동용 전동카를 출시했는데, 20% 할인된 가격이 무려 53만6800원. 고민 끝에 장씨는 조카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3개월 할부로 구매했다.

“5만 원짜리 ‘뽀로로 경찰차’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이젠 함부로 장난감 사주겠다고 말도 못 하겠더라고요.”

아이들이 ‘종합과자세트’와 ‘종이인형 옷 입히기’에 열광했던 건 모두 옛날이야기. 아이들도 이제 명품에 흠뻑 빠져 있다. 노르웨이 유아용품 전문업체 스토케가 생산하는 유모차계의 벤츠 ‘익스플로리’는 이미 신세대 엄마들의 필수용품. 기존 유모차와 달리 유아 시트를 부모의 눈높이에 맞췄고, 최대 170도까지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아이가 유모차에서 완전히 누운 자세로 잠들 수 있다. 익스플로리는 백화점에서 170만 원대에 팔리는데 이조차도 수요가 너무 많아 종종 품귀현상을 빚는다. 익스플로리의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영국 버버리가 개발한 유모차 ‘잉글레시나 클래식’(190만 원), 콩고드가 출시한 ‘네오카본’(520만 원)도 반응이 좋다.

미국 유명 시트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샬롯이 좋아하는 티파니 유아용 딸랑이는 3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 중이다. 이 밖에도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쇼메가 출시한 18k 화이트골드 펜던트는 230만 원대, 까르띠에의 유아용 팔찌와 펜던트는 8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30만 원 딸랑이 … 8000원짜리 생수



유아복 시장에도 시원한 명품바람이 불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09년 전체 아동복 매출 중 17.2%를 수입 브랜드가 차지했다. 이는 2005년 8.5%와 비교했을 때 10% 가까이 상승한 것. 특히 아동복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봉쁘앙’은 올해 들어 매출이 35.6%, ‘아르마니 주니어’는 27.0% 신장했다. 홍보팀 이정아 씨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의 딸 수리, 데이비드 베컴의 아들 브루클린 등 해외 유명 스타들의 2세가 입은 옷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수입 럭셔리 아동복이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특히 수리가 자주 입는 ‘버버리 칠드런’, 귀네스 팰트로의 딸 애플이 입는 공주풍 드레스 ‘룸세븐’이 큰 인기다.

‘럭셔리 키즈’는 먹는 물도 남다르다. 온라인 쇼핑몰 위주로 판매하는 오스트리아산 ‘와일드알프 베이비워터’는 1.5ℓ에 8000원으로 일반 생수보다 10배가량 비싸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남알프스 산맥의 와일드알펜에서 취수한 물”로 알려지면서 엄마들 사이에서 “천연 산소와 미네랄이 풍부해 이 물로 분유를 타 먹이면 좋다”고 소문이 났다.

아이들 전용 미용실도 인기다. 서울 압구정동에 자리한 미용실 ‘차일드 큐브’는 의자가 비행기, 자동차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양으로 돼 있고, 거울 앞에는 만화영화가 나오는 모니터가 설치됐다. 실내 전체가 놀이동산처럼 꾸며져 있으며, 지루해하는 아이를 위해 미용사가 비눗방울도 불어준다. 커트는 2만원으로 성인 여자 커트 비용 수준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압구정점 정은주(36) 점장은 “2만 원이 비싸다고 말하는 부모도 간혹 있지만 아이들이 워낙 좋아하니 별로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 같은 ‘키즈 미용실’은 강남 지역뿐 아니라 영등포, 노원 등 곳곳에서 성업 중이다.

8명 주머닛돈이 한 아이에게

이처럼 유아 럭셔리 마케팅이 인기인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바로 아이 하나를 위해 주머니를 터는 투자자(pocket)가 늘었기 때문이다. ‘8포켓 1마우스(8 pocket 1 mouth)’, 즉 엄마·아빠, 친가 할머니·할아버지, 외가 할머니·할아버지, 거기에 미혼인 고모와 이모까지 모두 8명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한 아이에게 들어간다. 이러한 현상 저변에는 낮은 출산율이 있다. 2009년 우리나라 출산율은 1.15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로 2007년 1.25명, 2008년 1.19명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즉, 한 아이에게 여러 사람이 지갑을 여니 그만큼 비싼 물건을 살 기회가 많아진 것이다.

또 저출산 시대에 아이들 대상 산업이 살아남으려면 럭셔리 마케팅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다. 홍익대 경영학과 전인수 교수는 “예전에는 기업이 한 가정에 유아복을 두 벌 팔았다면 이젠 한 벌을 팔 때 두 벌 가격을 받아야 산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가 전략을 택한다”고 분석했다.

전통적으로 아이들 관련 소비의 주도권을 쥔 엄마들의 변화도 베이비 산업의 럭셔리화를 주도하고 있다. 요즘 엄마들은 1970년대 중·후반~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로 일명 ‘키티맘’이라고 불린다. 키티는 1974년에 만들어져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고양이 모양 캐릭터로, 키티맘은 학창시설 키티 캐릭터 문구나 액세서리를 즐겨 사용했던 세대다. 학교에서는 ‘알파걸’, 사회에서는 ‘골드미스’였으므로 아이도 자신처럼 똑소리 나게 기르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다. 김지영(29) 씨는 “내가 언니(31), 남동생(24)과 부대끼며 자란 탓인지 가족의 끊임없는 지원을 받는 외동딸 친구들이 부러웠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훨씬 좋은 교육을 받고, 풍족한 생활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만큼 지금 두 살인 딸 하나만 정말 최고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새로운 계층의 등장으로 볼 수도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등장한 새로운 계층의 구분 기준 중 하나가 부모가 아이들을 얼마나 통제하고, 아이들 미래에 얼마나 투자하는지”라고 말했다. 즉 부모들이 자신의 지위 향상을 과시하고자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하고, 그 결과 럭셔리 키즈 마케팅이 성공했다는 것. 이 교수는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빈부 격차를 경험해,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계층 간 이동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럭셔리 키즈는 먹는 물도 달라!”

30만 원짜리 딸랑이(왼쪽), 170만 원짜리 유모차 등 유아·아동 물품에 명품 바람이 불고 있다.





주간동아 2010.06.21 742호 (p60~61)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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