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2

2010.06.21

노숙인 자활축구단 희망과 재기 드리블

구세군 브릿지상담센터 이호영 사무국장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6-21 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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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숙인 자활축구단 희망과 재기 드리블
    월드컵 축구 열기로 전국이 달아오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축구팀이 있다. 구세군 브릿지상담센터에서 운영하는 ‘브릿지 자활축구단’. 이 축구단의 선수는 노숙인 25명이다. 매주 목요일 연습을 하고 매달 첫째, 셋째 토요일에 서울 한성고 동문 축구클럽과 친선경기를 한다. 2005년 팀이 만들어진 뒤 곧 해체됐지만 지난 3월 이호영 사무국장이 주도해 부활했다.

    “축구팀을 지도할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힘들어 해체됐지요. 하지만 끊임없이 축구팀에 관심을 가졌답니다. 노숙인은 마땅히 즐길 여가가 없어요. 주말이면 말꼬리 잡으려 간다며 경마장으로 향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브릿지 자활축구단은 지난 5월 다시서기 상담보호센터의 ‘다시서기 희망FC’와 친선경기를 해서 열띤 응원전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노숙인들은 축구를 하며 소속감도 느끼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취감도 느낀다. 이 사무국장은 “축구를 통해 노숙인들이 조금씩 달라진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젊은 시절엔 권투선수로 활약했지만 노숙생활을 하다가 알코올 중독으로 몸을 망친 길수(가명) 씨도 축구경기를 앞두면 술을 딱 끊어요. 운동하면서 술을 조절하는 힘을 기른 거죠. 축구가 유명인의 강연이나 교육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상담센터는 축구뿐 아니라 배드민턴, 탁구 등 체육프로그램을 마련해 노숙인의 자활을 돕고 있다. 노숙인들도 유니폼을 입고 운동을 할 때면 여느 사람들처럼 활기가 돈다. 운동이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는 데 촉매제가 되는 것.



    “다른 노숙인 상담보호센터나 쉼터에서 우리 팀을 벤치마킹해 8강 리그까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홈리스(homeless) 월드컵에 나갈 대표팀이 꾸려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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