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2

2010.06.21

걸음마 액체로켓 기술을 어쩌나

나로호 발사 성공했어도 ‘우주발사체 갈증’…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시간만 낭비

  • 최준영 국회 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입법조사관 amaranta@assembly.go.kr

    입력2010-06-21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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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음마 액체로켓 기술을 어쩌나
    2010년 6월 10일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나로호(이하 KSLV-Ⅰ)가 2009년에 이어 또다시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1990년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사업은 과학발전과 우주개발의 당위성에 가려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토와 냉정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어떤 사업이든 실패는 있을 수 있지만, 그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이 있어야만 다음의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우주개발 사업의 핵심은 우주발사체다.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개발은 1993년 6월 발사된 1단형 과학로켓(KSR-I)을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KSR-Ⅰ의 성과를 토대로 2단형 중형과학로켓(KSR-Ⅱ) 사업이 진행돼 1998년 6월 성공을 거뒀다. KSR-Ⅰ,Ⅱ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고체로켓 분야의 기술과 인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고체로켓 방식은 한·미 미사일 양자 지침에 따라 기술개발에 제약을 받았다. 그래서 1997년부터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 개발이 시작됐다. 추력 13t급 액체추진기관 개발을 목표로 한 KSR-Ⅲ 개발 사업은 1단과 3단 2가지 형태로 진행됐으나, 2002년 11월 목표고도에 이르지 못하고 기본형 1회 발사를 끝으로 종료됐다. 이후 자체개발 사업에서 해외협력 사업으로 개발방향이 전환됐다. 이는 1998년 북한의 대포동 1호 발사 성공이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가 해외협력 파트너로 선정한 나라는 러시아. 정부는 2002년부터 러시아와 협력해 100kg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소형 위성발사체를 개발하는 데 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 결과 나온 발사체가 바로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 실패한 KSLV-Ⅰ이다. 현재 정부는 2014년까지 추력 75t급의 액체엔진을 개발하는 우주엔진 K사업과 2018년까지 1.5t급 다목적 실용위성을 고도 700km의 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KSLV-Ⅱ)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모두 액체추진로켓이다.



    러시아, 액체로켓 기술 안 넘겨

    우리나라와 같이 인력과 재원이 한정된 국가에서 대형 우주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면 무엇보다도 정책의 일관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주발사체 개발은 고체로켓을 이용한 KSR-Ⅰ, Ⅱ를 거쳐 액체로켓 구조인 KSR-Ⅲ(가압식, 자체개발), KSLV-Ⅰ(터보펌프식, 해외협력)으로 계속 바뀌었다. 이와 같은 정책적 혼란은 기술 축적을 어렵게 했으며, 한정된 인력과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액체로켓 기술 수준은 미미하다. 우리나라가 실제 발사한 액체로켓은 2002년 고도 42km에 도달한 KSR-Ⅲ(추력 13t)가 유일하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30t급 액체로켓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시험발사 실적이 없음을 고려할 때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학재단이 2007년 수행한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 수정 및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기획연구’에서도 추력 13t급 KSR-Ⅲ 액체엔진조차 완벽하게 개발하지 못하는 수준인데 75t급의 액체엔진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엔진 K’ 사업을 통해 2014년까지 75t급 액체엔진을 독자개발하고 이를 클러스터링(clustering)해 추력 300t의 KSLV-Ⅱ를 2018년까지 개발 완료한다는 계획은 현실성이 낮다고밖에 볼 수 없다. 20여 년간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을 진행해왔지만 현 시점에서 우리의 액체로켓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솔직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현실성 있는 계획 수립 후 추진 필요

    먼저 러시아와의 기술협력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러시아와 합의한 협력방안을 보면, 액체로켓 방식의 1단은 러시아가 설계·제작·시험 후 국내에 반입해 우리나라가 준비한 2단과 합체·조립하게 돼 있다. 1단 개발에서 우리 연구진의 참여는 현지 참관 형태로 제한됐고, 상세 설계도면도 한국 측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러시아가 내건 조건이다.

    이러한 사업방식의 문제점은 2004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수행한 ‘우주센터개발사업 타당성 재검증을 위한 기획연구’와 2009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STEP)의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 등에서 계속 지적돼왔다. 하지만 사업은 그대로 진행됐다. 만약 KSLV-I 발사가 성공했더라도 향후 KSLV-Ⅱ 사업에서 필요한 액체로켓 기술을 확보하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시스템 기술, 발사대 제작·운용, 발사 통제·추적·관제시스템 기술 확보를 성과로 제시하고 있으나 협력사업의 핵심목적은 액체로켓 기술 습득에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우주발사체 사업은 대규모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개발 사업인 만큼 관련 인력의 전문성과 충분한 인력 확보도 중요하다. 200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우주발사체 관련 전문 인력은 393명으로 조사됐다. 2018년 KSLV-Ⅱ 사업을 완료하려면 1000명의 전문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위해 향후 7년 내에 600여 명이 새로 공급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인력양성 규모는 연간 24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항우연이 우주발사체 관련 예산의 대부분을 발사체 개발에만 사용하고, 인력 양성은 소홀히 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의 특성상 연구 인력과 사업관리 인력이 매우 중요하나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사업관리의 부실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결과적으로 같은 이유에서 나타난 문제다.

    예산 및 인력 규모에서 많은 제약을 받는 우리나라로서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한 정책 및 계획의 수립이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연구개발 주체에 대한 안정적 지원과 인력 양성, 그리고 산업체 참여를 위한 유인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효율적 사업관리체계 확보 및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체계의 마련 등이 이루어질 때 우주강국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2007년 수립된 ‘제1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토대로 보다 현실성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고체엔진을 평화적 목적의 우주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약조건을 완화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산업체의 참여를 대폭 활성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소규모 로켓이라도 정기적으로 발사해 산업체에 적절한 일감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정책 수립도 필요하다.

    선진국들도 우주개발 사업 과정에서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보완을 통해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음을 염두에 두고 우주발사체 사업에 대한 분석과 검토를 지금부터 차분하게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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