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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위기의 기업 2020 생존 프로젝트③

너도나도 신재생에너지… 외형 거품만 키울라

기업들 치열한 경쟁 속 중복 투자 … 내실화 위한 교통정리 필요

너도나도 신재생에너지… 외형 거품만 키울라

너도나도 신재생에너지… 외형 거품만 키울라
신재생에너지가 화두다. 한계를 드러내는 화석연료, 그로 인한 고유가,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등을 고려할 때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와 관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명박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국가 핵심정책으로 삼아 대기업의 참여 확대, 예산 증액, 기술개발을 통한 경제성 확보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에 힘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처음 열린 에너지위원회에서 “기후변화 대책과 화석에너지 비중을 낮추는 문제에는 진보도 보수도 있을 수 없다. 이념적 싸움을 넘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 결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빠른 성장속도를 보여왔다.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는 올해 신재생에너지 산업규모를 매출액 약 8조1000억 원, 수출액 46억 달러, 투자비 약 4조 원, 고용인원 1만2000여 명으로 전망했다. 지난 5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산업(제조업 기준)은 기업체 수 3.6배, 고용인원 13.3배, 매출액 29배, 수출액 31.4배가 오르는 등 급성장했다. 특히 2009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 총매출액 중 태양광과 풍력이 85%를 차지한다.

올 8조1000억 원 매출 급성장 지속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급성장은 기업들이 신수종(新樹種) 사업 발굴에 나선 데 기인한다. 산업 전문가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이 부진하고 경기침체로 조선업계의 불황이 이어지자 기업들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려고 노력한다”고 분석했다. 고유가로 항공·자동차 등 운송 분야, 에너지 소비량이 큰 석유화학·철강·건설 분야 등이 원가 상승, 내수 부진 등으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의식 속에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3월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신성장동력 및 원천기술 R·D 세제지원정책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라고 답했다. 2008년 기준 R·D(연구개발) 투자 상위 4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재생 에너지로 응답(복수응답 가능)한 기업이 67%에 달했다. 2위가 전력, 3위가 신소재·나노융합, 에너지효율 향상이었다.



구체적으로 태양광 산업 분야는 삼성그룹, LG그룹 등이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석유화학이 폴리실리콘, 삼성코닝이 잉곳(ingot)·웨이퍼,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셀·모듈 등에 투자한다. LG그룹도 LG전자, LG화학, LG실트론,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가 태양광 산업에 투자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폴리실리콘부터 태양광 발전시스템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풍력 산업은 두산중공업이 3MW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한 뒤 실증 연구 중이고, 현대중공업은 미국에 1.65MW급 풍력발전기 6기 수출계약까지 마쳤다. 연료전지 분야도 포스코는 용융탄산염 연료전지(MCFC) 스택 공장을 준공했고, 차세대 연료전지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기술 개발하고 있다. SK에너지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차용 리튬-이온 2차 전지를 개발 중이다.

세계와 경쟁 더욱 세심한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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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외에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진해운의 신재생에너지 자회사 (주)삼올은 전북 부안에 에너지 자원화 및 무방류 공정을 갖춘 양돈분뇨처리 공장을 가동 중이다. 통신회사 KT도 지하 100~150m 깊이의 지열을 이용, 냉난방과 급탕 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건물에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급성장한 만큼, 이제는 몰려든 기업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는 등 내실을 기할 때라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한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는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일은 고무적이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너도나도 해보겠다고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 기업들이 분야를 잘 선택하고, 어떻게 내실 있게 투자할지 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태양광 산업은 정부가 발전차액제도, 보급 보조, R·D 지원 등 집중 지원을 해 꾸준히 성장했다. 2010년에도 신재생에너지 업계는 약 3조 원을 태양광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 세계 태양광 산업구조는 국내 기업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 미국, 독일 등 선두업체가 태양전지 시장의 약 75%를 장악한 상태다.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만 보고 뛰어들었다간 기술경쟁력이 없어 낙오하기 쉽다. 중국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태양전지 분야의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선테크(Suntech)사는 2009년 태양전지 시장의 12%를 점유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도 중국 제품으로 채워진 실정이다. 선진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가격경쟁력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풍력산업의 경우에도 기업들의 투자가 중복되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풍력산업은 1970년대 유류파동 이후 풍력발전 연구를 시작해 2000년 이후에는 풍력설비 설치용량의 연평균 증가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국내에선 조선, 중공업 기업들이 새로운 먹을거리 동력으로 삼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6130억 원이 풍력산업계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대기업들도 2~3MW급 발전기에 주력해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도업체를 따라가는 식으로는 선도국 시장에 수출하기 어렵다. 이미 규모가 큰 선도국 시장은 자국 기업이 석권해 후발국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 시장도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선도업체가 풍력발전기 시장의 82%를 장악했다. 기업들도 육상풍력 시장의 제약을 극복하려고 해상풍력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의 해외 의존이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참여한 업체는 늘었지만 기술개발 속도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업 간 연계성-지원방식 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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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부가가치가 낮은 곳에 투자가 집중돼 있다. 현재 태양광 산업은 태양전지 재료인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여건이 좋아 당장은 기업이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원재료가 싸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기존 선점 기업이 유리하기 때문에 도리어 독이 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혁수 실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부문보다 모듈 및 시공 등에 기업이 몰려 있다. 이대로 국내 업체의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풍력산업 역시 관련 수출이 늘었지만 단조 부품 비중이 90%에 이른다. 단조산업은 금속을 두드리거나 압력을 가해 변형시켜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산업으로, 자동차·조선업의 발전에 힘입어 성장해왔다. 일부 업체에서 풍력발전기 사업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전자제어 시스템 등 기술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합작을 통해 해외업체에 의존한다. 권혁수 실장은 “블레이드, 발전기, 기어박스 등 핵심부품을 수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참여하는 기업은 늘어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자 일각에선 정부 정책에 코드를 맞추려고 기업들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이런 경향이 감지된다. 각 광역단체는 몇 년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산업 콘퍼런스를 여는 등 신재생에너지의 지역투자 활성화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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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은 ‘가시적인 성과’ ‘차별화 전략 적극 추진’ 등의 표현을 쓰며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한 광역단체 관계자는 “3, 4년은 더 내다봐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이다 보니 지자체는 필연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지경부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산업 분야의 중복투자, 과열경쟁 우려는 지나친 걱정이다. 10명의 선수가 노력해야 1, 2명의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수 있듯 선수 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이르다”고 해명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너나 할 것 없이 관심을 기울이지만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2008년 한국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수준과 국산화율은 각각 73.8%, 72.7%에 그친다. 국제표준화와 관련해 한국이 제안한 국제표준도 함께 늘어야 한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진우 상임위원은 “장기적인 기술개발로 부품 국산화를 제대로 이뤄내야 한다. 잘못했다간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 생산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대한 지원방식도 개선돼야 한다. 그동안 지경부는 정책 집행에 치중해왔다. 반면 R·D 관련 예산은 5년 전보다 크게 늘어났는데도 사후관리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R·D 사업을 추진해도 성과가 덜 나고, 사업주체 간 연계성이 부족해 성과가 축적되지 못했다.

신재생에너지 못지않게 에너지 효율화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온실 감축 기여도 부문에서 신재생에너지보다 에너지 효율 개선이 더 효과가 크다고 봤다. 전문가들 역시 “에너지 효율 개선이 온실 감축효과가 크고 경쟁력을 키울 여지가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더불어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문명에 대한 고민이 이뤄질 때, 신재생에너지의 도입 명분으로 내세우는 ‘지속가능한 지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62개 스타 브랜드 선정 의의

5년간 24조5000억 투자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62개 스타 브랜드를 중심으로 신성장동력을 본격 추진하겠다.”

지식경제부는 2009년 5월 26일 VIP 재정전략회의에서 ‘신성장동력 종합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녹색기술산업, 첨단융합산업, 고부가 서비스산업을 3대 분야로 두고 17개 신성장동력에 2013년까지 5년간 24조5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17개 신성장동력도 세분화해 62개 스타 브랜드를 선정했다. 이 계획은 같은 해 1월 6대 분야 22개 신성장동력을 발표한 ‘신성장동력 비전과 전략’의 후속조치로 정부가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이 기술·설비투자를 확대하는 등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투자 방향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너도나도 신재생에너지… 외형 거품만 키울라




주간동아 2010.06.21 742호 (p44~47)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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