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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벽지·바닥재와 아토피 함수 푼다

LH공사 청정주택 ‘아토피’ 적용성 조사 … 주택시장에 새로운 변화 이끄나

벽지·바닥재와 아토피 함수 푼다

벽지·바닥재와 아토피 함수 푼다

국내 한 건설사가 분양한 판교 임대아파트 모델하우스 거실.

2008년 8월 초 경기도 화성시 동탄 능동마을 주공아파트에 입주한 손모(30) 씨는 2년이 다 된 지금까지 아토피 피부염에 시달리는 두 딸을 볼 때마다 안쓰럽고 미안하다. 큰딸(5)에게서 아토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입주 후 한두 달 지나면서부터. 얼굴에서 시작한 가려움증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손톱자국투성이가 됐다. 병원과 한의원을 오가며 처방받은 약을 먹고, 바르면 증세가 조금 호전됐지만 그때뿐이었다. 약을 중단하면 곧바로 재발했다. 치료를 계속하는 지금도 팔과 다리 접히는 부분에는 아토피 증세가 남아 있다.

“큰아이는 초기에 아토피로 인한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다. 정말 고생 많았다. 지금도 밤에 잘 때 등이 가렵다고 해서 긁어준다.”

능동마을에 입주한 그해 12월 23일 태어난 둘째 딸(1) 역시 얼굴에 아토피 피부염 증세가 나타났다. 비염 증세도 있고, 감기에 걸리면 쉽게 낫지 않는다. 면역력이 약하다는 방증이다. 손씨는 두 딸이 아토피에 시달리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새집증후군’과 아파트 실내 공기 오염을 의심한다. 이전에 살던 집에서는 없었던 아토피가 새 아파트로 입주하면서 생겼기 때문이다.

새 아파트 입주하고 아토피 발병

2009년 8월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소하휴먼시아에 입주한 김모 씨의 경우 두 딸은 물론 자신도 아토피 증세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 올해 초 태어난 둘째 딸이 가장 심하다. 온몸이 울긋불긋하고 가려워서인지 짜증도 많고 자주 운다. 세 살인 큰딸은 머리와 목 뒤를 피가 날 정도로 긁는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도 아토피 증세가 있긴 했으나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 와서 더 심해졌다. 김씨는 “시댁이나 친정에 가면 아이들 아토피 증상이 많이 완화되는데 아마도 실내 공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LH(한국주택토지)공사가 이들과 같은 아토피 질환자 거주세대를 대상으로 청정주택 개발을 위한 친환경 벽지와 바닥재(장판과 마루) 등 마감재 적용성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아토피 질환으로 고통받는 영·유아와 어린이, 노인 등 질병 취약계층 가정의 벽지와 바닥재를 옥수수와 소나무, 황토 등 천연 자연소재로 만든 제품으로 교체해주고 개선효과를 확인하는 작업에 나선 것. 비록 ‘예비실험’ 성격의 조사지만, 아파트 마감재와 아토피 질환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국내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적용성 조사는 2004년 정부가 실내 공기 질 개선대책을 내놓았지만 아토피와 비염, 천식 등 환경성 질환자의 수가 오히려 증가하자 좀 더 근본적인 원인규명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고 LH공사 측 관계자는 설명한다.

‘베이크 아웃(환기기법)’ ‘피톤치드’ 살포 등 새집증후군을 없애기 위한 여러 기법이 일반화됐지만 아토피와 비염, 천식 등 환경성 질환자는 2003년 570만 명에서 2008년 715만 명으로 5년 사이 25%나 증가했다. 이는 국내 총인구의 15%에 가까운 수치다. 같은 기간에 환경성 질환자들이 부담한 진료비는 4531억 원에서 6344억 원으로 급증했다.

LH공사 주택디자인처 황광범 상품기획팀장은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의 증가 원인으로 아파트 실내 마감재 중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벽지와 바닥재의 소재를 의심한다. 대부분의 벽지와 바닥재에서 방출되는 프탈레이트(PVC 가소제)와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이 문제라는 것. 이들 실내 공기 오염물질은 입주 초기 베이크 아웃을 통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벽지와 바닥재를 실내 공기 오염물질이 방출되지 않는 천연 자연재료로 만든 제품으로 바꿀 경우 과연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을까?

LH공사가 이번 적용성 조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확인하려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LH공사는 올 5월 24일부터 적용성 조사 참여대상자를 공개 모집했다. 2008년 1월 이후 LH공사 수도권 임대아파트 입주 세대 중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 증세가 심한 질환자가 있는 세대를 대상으로 삼았다. LH공사는 신청자 중 30세대를 선발했다. 능동마을 손씨와 소하휴먼시아 김씨 가족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11월 초까지 개발방안 수립

조사대상자들은 친환경 벽지와 바닥재로 시공하기 전과 시공 후 2주, 6주, 10주 등 4차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검진을 받는다. 아토피 증세의 변화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검진비용은 LH공사가 부담하지만, 분당서울대병원 측도 이번 조사에 적극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폐센터장(흉부종양학과 교수)은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은 원인을 규명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번 조사도 아토피 질환자의 나이나 성별, 주변 환경, 체질 등 다양한 변수가 있어 객관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본(本)실험에 앞서 마감재에 의한 실내 공기 질 변화가 아토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내 공기 질 측정은 서울대 친환경건축자재 분석센터 이영규 박사팀이 맡았다. 실내 공기 질 측정도 친환경 벽지와 바닥재 시공 전과 시공 후 2주, 6주, 10주 등 4차례 실시해 병원 검진 결과와 비교 분석할 예정이다.

친환경 벽지와 바닥재 시공은 생산업체들이 직접 하기로 했다. 벽지는 엘지하우시스(옥수수), 투텍쿄와(규조토), 서울벽지(옥수수), 신한벽지(아크릴), 에덴바이오(황토숯) 5개 업체, 바닥재는 엘지하우시스(옥수수)와 투텍쿄와(목분) 2개 업체가 참여하기로 했다.

에덴바이오 박그맛 대표는 “그동안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에 시달리던 환자들이 친환경 마감재로 벽지와 바닥재를 바꾼 뒤 개선 효과를 본 사례가 많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가 벽지와 바닥재 시장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벽지와 바닥재 시장에서 친환경 자연소재를 원료로 한 마감재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 이번 적용성 조사 결과 친환경 자연소재의 벽지와 바닥재가 아토피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마감재 시장은 물론 건설업계와 주택문화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용성 조사는 오는 10월쯤 끝난다. LH공사는 그 결과에 따라 국토해양부에서 마련한 ‘청정건강주택’ 건설기준을 반영해 10월 말이나 11월 초까지 새로운 청정주택 개발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인터뷰 / LH공사 주택디자인처 황광범 상품기획팀장

“이미 아토피 개선 사례 접수 … 옵션으로 친환경 마감재 시공할 계획”


벽지·바닥재와 아토피 함수 푼다
청정주택 마감재 적용성 조사 계기는.

“2003년부터 아파트 실내 공기 질을 담당해왔다. 당시 새집증후군 문제가 국정감사 때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관련 민원도 많았다. 이후 아파트를 지을 때 친환경 마감재를 권장하고 환기 설계와 베이크 아웃 실시 등 실내 공기 질 개선에 신경을 쓰면서 민원이 크게 줄었다. 그런데 환경성 질환이 늘고 있고 영·유아와 어린이, 노인 등 환경성 질환에 취약한 계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주간동아’ 기사(710호 11월 10일자)를 통해 실내 마감재에 의한 실내 공기 오염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한 것도 이번 조사의 계기가 됐다.”

실내 공기 질이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에 정말 영향을 미칠까.

“관련 업체들로부터 아토피 개선사례 9건을 접수받았다. 그중 8명에게서 실내 환경 개선이 아토피 치료에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 확신이 든다. 이번 조사에서도 아토피 개선 효과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적용성 조사의 의미는.

“LH공사는 공기업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청정주택의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과제인 환경성 질환도 줄이고, 건강보험 재정도 건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친환경 마감재를 LH공사에서 건설하는 모든 아파트에 도입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옵션’ 개념으로 희망하는 입주자에게만 별도 비용부담 없이 제공할 계획이다. 임대주택의 경우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 매년 일정량의 임대주택을 친환경 마감재로 개선해나가면 정부의 청정주택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10.06.14 741호 (p62~63)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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