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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뭐, 벌써 의전원 폐지한다고?

의학전문대학원 자율화 논란 일파만파 … “인생 삽질” “낙동강 오리알” 격한 반응

  • 이설 기자 snow@donga.com

뭐, 벌써 의전원 폐지한다고?

최근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6월 말 의전원의 존치를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안(A안), 의전원 전환을 의무화하는 방안(B안) 중 하나를 택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A안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환 시기는 현재 대학 1학년생이 졸업하는 2015년 전후가 될 것으로 전해진다.

자율화 방침이 정해지면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가 점진적으로 의전원을 폐지하기로 했다. 의대와 의전원 체제를 병행하는 서울대 의대는 유예기간을 거쳐 의대 체제로 복귀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고려대와 가톨릭대도 의전원 폐지 가능성을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수험생도 혼란에 빠졌다.

“그간 논란이 많았지만 정말로 없어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의전원은 교과부의 지원금을 받고 있고, 한번 생긴 제도가 쉽게 바뀌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자율화 방침이 구체화되니 당황스럽습니다.”

서울 신촌의 한 의전원 학원에서 만난 김현진(25) 씨는 의전원 자율화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모 대학 유전공학과 04학번인 그는 대학 입학 이듬해부터 학점관리를 하는 틈틈이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를 공부해왔다. 학과 친구 절반 정도가 이렇게 고3처럼 수험생활을 한다. 특히 의전원에 가기 위해 이공계를 선택한 05학번 아래 후배들은 목표의식이 더 뚜렷하다. 김씨는 “의전원은 한 번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 수년 안에 의전원 상당수가 사라진다니 수험생들의 불안이 크다. 특히 올해 대학에 들어온 후배들은 시간적으로 압박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고3처럼 준비 수험생 등 혼란과 당황



중앙대 건축과 1학년인 A씨는 어려서부터 의사가 꿈이었다. 수능을 망쳐 의대 진학에 실패했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의대에 가기 위해 재수하는 학생이 수두룩한데, 대학을 다니면서 의전원 시험을 준비해볼 만하다 싶었다. 그런 그에게 지금의 1학년이 졸업하는 2015년부터 의전원 수가 대거 줄어든다는 뉴스는 충격이었다. A씨는 “수능 때도 등급제 때문에 갈피를 못 잡고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폐지를 한다니 걱정이 크다. 수능으로 의대를 못 간 사람들에게 의전원은 소중한 기회인데, 그런 측면에서 다양성이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학생들도 불안에 휩싸였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 운영하는 학교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 갈등을 더러 겪는다. 함께 수업을 듣고 평가받지만 출신과 연령대가 달라 융화가 쉽지 않다. 한 재학생은 “학교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심한 경우 시험 족보를 의대생끼리만 공유하기도 한다. 의전원생을 비하하는 ‘의전충’이란 용어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남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장성현(31) 씨는 의전원 출신의 고립을 우려했다. 그는 “의전원이 폐지되면 우리는 ‘낀 세대’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사회로 나가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성균관대 의전원에 다니는 B씨는 “객관적 근거 없이 제도를 바꾸려는 의도가 궁금하다”며 서운한 속내를 전했다. 그는 “수능점수 1% 학생들을 뽑는 게 꼭 좋은 건지 모르겠다. 당장 학습능력은 모르겠으나 의사 생활에는 시야가 넓은 의전원 학생들이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은 물론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는 중·고등학생의 학부모들도 수심이 깊다. 교과부 김혜경 사무관은 “최근 교과부로 수험생 학부모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여러 의견을 수렴해 방침을 결정하겠지만, 교과부도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모호한 시기를 우려했다. 수능 모집인원이 점차 늘어나고 의전원 인원이 줄어들면 현재 고등학생은 의사가 될 길이 요원하다는 것. 그는 “빠르면 2013년, 늦으면 2015년부터 의전원 인원이 줄어든다고 들었다. 그럼 현재 중·고등학생은 의대 가기가 힘들어진다. 로스쿨과 달리 의전원이 폐지되면 다시 수능을 봐야 하므로, 정책 결정에 더 신중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의 이기심이 작용했나

뭐, 벌써 의전원 폐지한다고?

5년 만에 나온 의전원 폐지론에 수험생들은 좌불안석이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음).

의전원은 다양한 학부생에게 의대 문을 개방한다는 취지로 2005년 도입됐다. 당시 교과부는 결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면서도 지원금을 내걸어 사실상 전환을 유도했다. 그 결과, 기존 의대는 100% 의전원(4+4 과정) 전환, 100% 의대(2+4 과정) 유지, 의전원과 의대 병행운영의 3가지 형태로 쪼개졌다. 현재 41개 의대 중 15개 대학이 완전 의전원 전환, 14개 대학이 의대 존속, 12개 대학이 병행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불만만 잇따르자 제도 수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우수 이공계 학생의 이탈, 학생의 고령화, 학습능력 저하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서울 소재 한 의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성공한 의전원이 한국에서 실패한 것은 취지대로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초연구에 대한 지원이 없는 한 의료계의 다양화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학생이 여전히 개원을 희망해요.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 명문대 이공계 학생들이 대거 의전원으로 빠지자 그쪽 교수들의 불만이 컸죠. 학생들의 고령화도 문제로 꼽힙니다. 8년 만에 의전원을 졸업해 전문의가 되면 30대 후반이니 군의관 수도 부족해요. 또 수능으로 치면 전국 상위 1% 이내 학생들이 의예과에 오는데, 의전원 학생들은 사회 경험이 있고 나이가 있어서 유연성은 있지만 암기력 등 학습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폐지 이면에는 상위권 대학들의 이기심이 깔렸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천의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은 의전원보다 의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 시절에는 성적에 따라 차례로 학생들이 온다. ‘서울대-연세대-가톨릭대-성균관대’ 등 인기 의대는 힘들이지 않고 최고의 학생을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의전원 도입으로 신흥 명문이 생기면서 변화가 왔다. 한 학원 관계자는 “차대, 건국대, 가천의대는 의전원 체제로 혜택을 봤다. 장학금 등 매력적인 조건으로 우수 학생이 그쪽으로 많이 몰렸다. 반면, 과거 힘들이지 않고 우수 학생을 유치해온 서울대, 연세대 등은 그렇지 않다. 지난해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가 수시를 도입한 것도 정시보다 스펙을 많이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로스쿨과 달리 의전원은 법제정 없이 교과부 주도로 체제를 도입했다. 당초 시범 도입 후 2009년경 다시 논의하자는 쪽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 것이다. 이에 따라 2, 3회가 지난 뒤부터 폐지론이 솔솔 불거졌다. 차대 고정재 기획처장은 “교과부가 처음부터 방향을 분명히 했으면 혼란이 없었을 거다. 도입한 대학과 아닌 대학 간 결과를 비교하다 보니 다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폐지 논의 시기가 지나치게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의·치·약학 입시교육기관인 프라임MD 유준철 대표는 “1회 졸업생이 레지던트고 2회 졸업생은 인턴이다. 의전원 학생들의 역량을 충분히 살피고 제도를 다시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전국 의대 인원은 의전원이 54.5%, 의대가 45.5%로 비슷하다. 자율화 이후 당분간은 비율은 변하되 불안한 동거가 계속될 전망이다.

모든 입시 체제는 학생 편의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지금 의전원 논란은 초반 교과부의 오판과 일부 대학의 이기심이 빚은 합작으로 보인다. 의전원 학원에서 만난 수험생들은 “시기를 잘못 만나 인생을 낭비하면 어쩌나”라고 걱정하는 한편 “당장은 아니니 일단 시험을 준비하자”고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때 오락가락하는 등급제도를 겪어서 내성이 생겼다”는 의연함을 보이기도 했다. 교과부와 학교 관계자들에게 “제도개선 위원회에 수험생과 학부모도 참여했으면 한다. 지금은 ‘그들만의 논의’뿐이다”라는 한 수험생의 말을 전하고 싶다.



주간동아 2010.06.14 741호 (p58~59)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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