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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다이어트 잔혹사②

살살 바르면 지방이 술술? “보습제가 어떻게 살을 빼냐”

보디슬리밍 화장품 과대광고 여전 … 사실상 진피까지 침투 힘들어 효능 미미 지적

살살 바르면 지방이 술술? “보습제가 어떻게 살을 빼냐”

살살 바르면 지방이 술술? “보습제가 어떻게 살을 빼냐”
“유전적 요인까지 방어해주는 성분이, 지방 분해·단백질 발현을 촉진해 당분이 지방으로 바뀌는 걸 막아줍니다.”_ 비오템 ‘쉐이프 레이저’

“셀룰라이트 국소 부위를 집중 공략해 축적된 지방으로 8시간 지속적으로 연소해줍니다.”_ 로레알 ‘퍼펙트 슬림 바디패치’

노출의 계절, 여름이 다가왔다. 몸매를 예쁘게 가꿔준다는 보디슬리밍 화장품은 올해도 어김없이 봇물을 이룬다. 이들은 ‘8시간 지속 효과’ ‘2주 완성’ 등 구제적인 수치를 내세우며, ‘바르고 문지르고 붙이기만 하면 광고 전단 속 아름다운 보디라인이 될 것’이라고 유혹한다. 식사를 조절하고, 죽어라 운동해도 빠지지 않던 군살이 화장품 하나 바르는 것으로 쏙 들어갈 수 있을까.

대한비만학회 오상우 연수이사(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장품은 기능상 지방을 태우거나 셀룰라이트 제거를 할 수 없다”며 “심지어 유전적 요인까지 방어하고 단백질 발현을 촉진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 제품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으로부터 과대광고로 적발됐고, 비오템 ‘쉐이프 레이저’의 경우 3개월 광고 중단 처분이 내려졌다. 하지만 보디슬리밍 화장품의 과대광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10월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식약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화장품 과대광고 단속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9년 6월까지 52개의 보디슬리밍 화장품이 과대광고로 적발됐다. 소비자로 하여금 ‘의약적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부작용 우려 때문에 고효능 성분 넣지 않아



도대체 보디슬리밍 화장품은 어떤 성분으로 구성됐을까.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조금 과장된 것일까. 이를 확인하려면 의약품과 화장품의 차이부터 짚어봐야 한다. 의약품은 환자가 특정 부위에 치료나 예방 목적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효능도 있지만 부작용도 동반될 수 있다. 반면 화장품은 정상인이 미용을 위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 부작용은 없지만 효능이 미미하고, 특히 치료나 예방 효과가 없다.

오랫동안 화장품 회사에 근무했던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의 저자 구희연 씨는 “보디슬리밍 화장품의 성분은 보습제인 보디로션과 거의 똑같다. 다만 카페인이 미량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인 성분은 지방세포 안의 중성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이를 일반적으로 지방 분해라고 칭한다)하는 데 필요한 효소의 작용을 활성화한다. 천식치료제로 쓰는 아미노필린 성분이 함유된 제품도 있는데, 작용 원리는 카페인과 같다. 이 성분들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피하지방층이 있는 진피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잘게 쪼개졌는지, 이 성분들이 피부를 통과하는 걸 도와주는 성분이 있는지 등에 따라 효과 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일단 이 성분들이 효과를 기대할 만큼 들어 있지 않다는 게 비만전문의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2008년 10월부터 시행된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 덕에 소비자들은 화장품에 포함된 모든 성분을 볼 수 있지만, 성분당 분량이 어느 정도인지까진 알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이 성분들은 진피까지 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구씨는 “화장품은 부작용이나 안전성의 우려 때문에 진피까지 침투하는 성분은 거의 넣지 않는다. 즉, 미량 들어 있는 카페인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카페인이나 아미노필린 대신 비만치료 주사요법으로 알려진 PPC 성분을 넣은 화장품 ‘PPC 슬리밍 크림’도 비만클리닉, 피부관리실 등에서 인기다.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의 약자인 PPC는 콩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이를 주사했을 때 지방세포에 염증 반응을 일으켜 조직의 크기를 줄이고, 중성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로 분해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성분을 크림으로 만들었을 때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리셋 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카페인이나 아미노필린 성분이 든 크림에 비해 피하지방 표층의 두께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반면, 라마르 클리닉 서울대점 장세진 원장은 “PPC 크림 역시 단순히 바르기만 해서는 피하지방층까지 흡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상우 연수이사는 “설사 이런 제품들이 지방 분해에 도움을 준다고 해도, 운동과 병행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양의 지방이라도 잘게 쪼개면 더 많이 태워 없앨 수 있다. 그런데 운동은 하지 않은 채 제품만 바르면, 지방을 쪼개만 놓고 태워 없애지 않는 것과 같다. 그러면 이 지방은 몸속을 돌아다니다 다시 뭉칠 수밖에 없다. 즉, 체지방 감량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운동과 병행 안 하면 무용지물

살살 바르면 지방이 술술? “보습제가 어떻게 살을 빼냐”

보디슬리밍 화장품은 바르기만 하면 아름다운 보디라인을 가지게 될 것처럼 광고한다.

물론 보디슬리밍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에 열감이 생겨 신진대사가 다소 높아진다. 제품을 바르고 운동하면 도움은 받을 수 있지만 표피만 살짝 데우는 것이기 때문에, 체온을 올려 얻을 수 있는 효과에 비하면 미미하다.

보디슬리밍 제품들이 강조하는 ‘셀룰라이트’ 제거에 대해서도 비만전문의들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친다. 여성의 허벅지, 엉덩이, 복부에 주로 나타나는 셀룰라이트는 피하지방 과다로 혈액 및 림프액 순환장애가 생기면서 피부가 오렌지 껍질처럼 울퉁불퉁해진 것으로, 치료가 필요한 염증이다. 셀룰라이트 제거는 화장품이 아닌 의약품, 다시 말해 의술의 영역인 것. 박 원장은 “슬리밍 제품은 셀룰라이트를 없앨 수 없다. 이를 없애려면 피하지방을 줄이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든가, 아니면 레이저 시술 등 기계적인 처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보디슬리밍 화장품들은 체지방 분해와 셀룰라이트 제거에 큰 효과가 없음은 물론, 설사 효과가 있다 해도 운동과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구씨는 “이런 제품을 사용했을 때 효과가 있다고 느끼는 건, 크림 자체의 보습 효과로 피부 탄력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며 “즉 일반 보디로션과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을 ‘슬리밍 효과가 있다’고 포장,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여전히 각종 보디슬리밍 제품이 버젓이 과대광고를 한다는 것. 특히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은 정도가 심하다.

“아로마 오일을 바르는 것만으로 한 달 동안 허리 사이즈가 11cm나 줄었어요. 저녁 때 샤워하고 배와 허벅지, 등에 바르고 자기만 했는데요. 지방을 태우는 생약 성분이 피하에 들어가 지방을 태워 녹이고, 노폐물을 제거하는 원리예요. 보통 30ml가 한 병으로, 18만9000원이에요. 증거 사진도 보내드릴 수 있어요.”

기자가 인터넷 쇼핑몰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인 다이어트용 아로마 오일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했을 때, 판매자가 한 답변이다. 이에 대해 비만전문의들은 “아로마 오일이 향기로 식욕을 억제해주는 기능은 있을지 몰라도, 지방세포를 파괴해 분해를 촉진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과대광고와 무분별한 판촉행위를 규제할 식약청의 대응은 무디기만 하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계절성 제품을 출시한 뒤 과대광고를 통해 목표했던 물량을 팔고 나면, 식약청이 뒤늦게 광고 정지 같은 낮은 수준의 처분을 내린다. 벌금이 있다고 해도, 수익에 비하면 미미하다. 따라서 업체들은 적발된다 해도 크게 손해 볼 게 없으니 경쟁적으로 과대광고를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구씨는 “화장품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보디슬리밍 화장품이 되려면 ‘어떤 성분을 어느 정도 함유해야 하고, 광고는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다’ 등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 화장품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슬리밍 제품을 포함해 보디용품은 기초화장용 제품류로만 분류돼 있고, 세부적인 기준은 없다.

식단 조절, 꾸준한 운동만이 정도

이에 식약청 화장품정책과 관계자는 “화장품법상 누구나 화장품을 판매할 수 있다. 따라서 광고나 판촉행위를 사전에 점검하는 건 불가능하다. 사후에 감시해야 하는데, 워낙 화장품 종류가 많아 일일이 모니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소비자 스스로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다수 여성의 고민인 엉덩이, 허벅지, 아랫배의 군살만 제거해주는 방법은 없을까? 안타깝게도 없다. 이는 체지방이 연소되는 원리만 봐도 알 수 있다. 특정 부위를 운동한다고 해서 그 부위 지방만 연소되는 건 아니다. 즉 윗몸일으키기를 한다고 해서 뱃살만, 팔운동을 한다고 팔뚝 살만 빠지진 않는다. 유산소운동을 하면 내장지방부터 빠지고 이후 피하지방이 빠진다. 우리 몸은 ‘현명’해서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내장지방부터 연소시키고, 특히 여성의 경우 임신을 위해 필요한 아랫배와 허벅지, 엉덩이의 지방은 늦게 태우는 것.

하지만 이 부위의 살을 빼는 게 어려울 뿐, 불가능한 건 아니다. 오 연수이사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식단 조절 및 생활습관 개선, 꾸준한 운동을 하면 결국 이 부위의 살도 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다이어트 식품 & 기구,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식품은 보조 수단 … 먹어서 체지방 감소 크지 않아


살살 바르면 지방이 술술? “보습제가 어떻게 살을 빼냐”
HCA, CLA….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화학기호 같은 이 성분들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HCA(hydroxycitric acid)는 남아시아에서 자라는 과일나무인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의 껍질 추출물로, 탄수화물이 지방으로 합성되는 걸 차단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동물의 고기나 유제품에 있는 CLA(conjugated linoleic acid·복합 리놀렌산)도 체지방 감소와 근육량 증가에 도움이 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많은 다이어트 식품은 이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식품들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북대 식품영양학과 차연수 교수는 “비만 치료를 위한 약물이 아닌 식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식품은 누가 먹어도 부작용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효능 역시 높을 수 없다. 지방 연소와 기초대사량 유지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줘, 운동 효과를 높여주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적절한 식사요법과 운동을 병행하지 않은 채 이 식품들을 먹는 것만으론 체지방을 감소시킬 수는 없다는 것.

식사 대신 먹는 ‘체중조절식’도 단기간 살을 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 효과는 크지 않다. 대한비만학회 오상우 연수이사는 “체중조절식은 칼로리는 적지만 몸에 좋은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한 끼 영양식으로 봐야지, 음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체중조절식을 먹은 후 허기져 과식한다면 요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하는 ‘다이어트 커피’나 ‘마테차’ 등도 큰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 이 차들은 지방분해 기능이 있는 카페인을 함유하지만, 카페인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으려면 지금 섭취량의 수십 배, 즉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발이 떨릴 정도로 먹어야 한다.

한편 최근 큰 인기를 누리는 ‘슬렌더톤’(사진)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슬렌더톤은 허리에 차는 형태로, 초고주파 전기신호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시킴으로써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원리. 하지만 오 연수이사는 “근육은 자발적으로 움직일 때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즉, 외부 자극으로 움직일 때는 전혀 지방을 태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슬렌더톤 판매사인 (주)디비씨홀딩스 컨설팅사업부 이동선 과장도 “슬렌더톤은 다이어트 기구가 아닌 복근 강화기이기 때문에 체지방 연소 기능은 없다”며 “운동할 때 차면 효과를 높이는 보조기구로 봐야 한다. 따라서 허리에 찬 채 가만히 있으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10.06.14 741호 (p28~30)

  •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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