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1

2010.06.14

장충리틀야구장 철거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6-14 11: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남산 산책로는 걷기 좋은 곳입니다. 그곳을 찾을 때마다 장충리틀야구장에 들릅니다. 어린이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씩씩하게 야구하는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무척 귀엽습니다. 관중석에 앉아 아이들을 응원하는 부모들의 모습이 한없이 행복해 보입니다. 유소년 선수뿐 아니라 여자야구 선수들도 이곳에서 경기를 하며 열정을 불태웁니다. 야구장 맞은편 호텔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입니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야간 경기를 하고 있으면 어떻게 입장권을 끊는지 묻는 외국인의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2012년에 장충리틀야구장은 철거됩니다. 서울시가 남산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야구장과 옛 중앙정보부, 소방재난본부, 장충테니스장을 철거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리틀야구연맹 한영관 회장 등 야구인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남산 끝자락에 자리한 야구장이 남산의 경관을 얼마나 해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합니다. 옆자리에 새롭게 단장한 장충단공원처럼 푸른 그라운드는 남산과 잘 어울립니다.

    장충리틀야구장 철거
    서울시가 별 고민 없이 역사 깊은 건축물을 허물고 있는 건 아닐까요? 1959년 건립돼 첫 프로야구 개막전, 고교야구 명승부 등 한국 야구역사를 오롯이 간직한 동대문야구장은 이미 철거됐습니다. 서울시는 대체 구장을 지어주면 된다는 식이지만 새 구장이 동대문야구장에 얽힌 추억, 역사, 숨결을 대신할 순 없습니다. 장충리틀야구장의 역사도 깊습니다. 1970년 박정희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가 어린이날을 기념해 만든 구장으로, 현역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들도 이곳에서 꿈을 키웠습니다. 유소년야구의 성지이자 메카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6·2지방선거에서 간신히 이겼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했던 정책들에 대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남산르네상스 사업도 중요하지만,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야구를 통해 꿈을 키우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합니다.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 고시엔구장이 부럽습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