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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의 味食生活

죽순 맛을 망쳐놓는 언론의 조바심

죽순의 계절

죽순 맛을 망쳐놓는 언론의 조바심

죽순 맛을 망쳐놓는 언론의 조바심

분죽의 죽순이다. 부드럽고 아삭한 것이 맛있다. 맹종죽에 비해 길쭉하고 가늘다.

농수산물 생산 정보에 관한 한 우리나라 언론은 늘 앞서 나간다. 산지에서는 나올까 말까 한 시점에 출하 전성기인 듯이 보도한다. 특히 영상 중심의 보도가 그렇다. 산지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 계절의 변화를 전하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의도하지 않게 소비자들은 진짜 출하 전성기를 놓치는 ‘불행’을 겪는다. 산지에서도 불만이다. 보도를 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물량이 없을 때 주문이 폭주하다가 한창 나올 때면 뚝 끊기기 때문이다.

죽순 역시 발 빠른 언론 때문에 산지에서 곤란을 겪는다. 죽순은 이르면 4월 초순에도 나오지만, 5월 말에서 6월에 많이 나오고 맛도 이때가 가장 좋은데 언론 보도는 5월 초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왕죽(왕대), 맹종죽(죽순대), 분죽(솜대), 오죽, 해장죽(신우대), 조릿대 등이다. 키가 작은 오죽, 해장죽, 조릿대의 어린 줄기는 먹지 않으며 왕죽, 맹종죽, 분죽의 어린 줄기를 죽순이라 하여 먹는다. 맹종죽이 가장 크게 자라며 죽순이 굵다. 가장 빨리 나오는 죽순이 바로 맹종죽의 것으로 4월 초순에 나온다. 그러니 매년 봄 언론에서 보여주는 죽순은 맹종죽의 죽순이다. 그렇지만 산지에서는 이것을 맛있는 죽순으로 여기지 않는다. 썰어놓으면 모양이 좋긴 하지만 육질이 두툼한 데다 질기기 때문이다. 진짜 맛있는 죽순은 5월 중순에서 6월 중순까지 나오는 분죽의 죽순이다. 이어 6월 중순부터 말까지 왕죽의 죽순이 나온다. 모양과 맛은 분죽과 비슷하다.

분죽과 왕죽의 죽순은 부드러우면서 아삭한 식감이 있다. 결이 고와 입 안에서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맹종죽의 죽순은 흔히 중국집에서 먹는 그것으로, 대부분 중국산이 통조림 형태로 수입된다. 기억나지 않는가. ‘어쓱어쓱’ 씹히고 심지어 질긴 나무 질감까지 느껴지는 그 죽순 말이다.

산지 농민들은 이보다 맛있는 분죽과 왕죽의 죽순을 판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에게 항의를 받는다. 언론에서 내내 맹종죽 죽순의 ‘그림’을 내보이니 맹종죽보다 가늘고 길쭉한 분죽, 왕죽의 죽순이 왜소해 보일 수밖에 없다. 농민들이 해명 아닌 해명을 해보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로잡기란 쉽지 않다.



제철이라 하여 죽순을 생으로 파는 일이 흔한데, 이도 잘못된 방법이다. 죽순은 캐내었다고 해도 계속 생장을 하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죽순 속의 아미노산과 당류가 급격히 소비돼 맛이 떨어진다. 또 수분도 달아나 식감도 나빠진다. 그러므로 죽순은 되도록 빨리 적절하게 수확 당일에 삶아야 한다. 이 조리 시기에 따른 맛의 차이는 아주 크다. 아침에 따서 저녁에 삶아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참고로 크기나 무게로 따지면 생죽순이 무척 싸 보이지만 조리 과정에서 밑동, 껍질 등을 버리면 30%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가공품이 여러모로 낫다.

죽순 가공품에는 삶아서 포장한 것과 염장한 것이 있는데, 염장하지 않은 것이 당연히 맛있다. 그러나 그냥 삶아서 포장할 경우 보존 기간이 길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죽순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한은 7월 말까지인데, 8월부터 팔리는 것은 국산이라 해도 염장이다.

죽순은 향이 약하고 식감이 부드러워 강한 양념을 하면 좋지 않다. 소금 간에 살짝 볶기만 해도 충분히 맛있다. 통조림에 든 죽순이 아닌 제철의 것이면 더더욱.



주간동아 2010.06.07 740호 (p84~84)

  • 황교익 blog.naver.com/foodi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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