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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記·충·천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항상 쓰시던 ‘새마을운동’ 모자와 절뚝절뚝 절던 왼쪽 다리만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제가 여섯 살 때 돌아가셨거든요. 어린 마음에 아버지에게 “할아버지 다리 왜 저래?”라고 물었더니, 제 검지 한 마디를 잡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죠.

“이만한 총알이 할아버지 다리 옆을 ‘슝~’ 하고 지나갔거든.”

6·25전쟁 상이군인인 할아버지는 병장 제대 후 평생 농사를 지으시면서 한시도 나라 걱정을 놓은 적이 없습니다. 가난한 나라를 일으켜야 북한 놈들이 만만히 안 본다며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버려진 야산을 밤나무 밭으로 개간한 공으로 대통령 표창도 두 번이나 받으셨지요. TV에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저 빨갱이 놈들!’이라고 소리치셨대요. 아버지가 대학에 가서 학생운동을 하실 땐 “데모할 거면 서울 가지 마라”며 방학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붙들어놓으신 적도 있답니다. “나라는 우리가 지켜놨으니 너희는 공부나 하라”면서요.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육군종합학교 전우 어르신들을 뵈며 할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고무줄놀이를 할 때 종종 불렀던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가 그분들에겐 현실이었으니까요. 점잖게 기억을 털어놓으시던 어르신들이 갑자기 천안함 이야기가 나오니 열을 내시더군요. 한번은 재향군인회와 함께 시청 앞에 가서 “친북좌파 척결하라”며 시위도 하셨대요. 60년이 지났지만 그분들은 온통 제 손으로 지킨 나라를 빼앗길까봐 걱정하시더군요.

누군가는 ‘꼴보수’라고, 세상의 변화를 모른다며 고리타분하다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대한민국은 월드컵 때 부르는 승리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치열한 전쟁터에서 목숨과 바꾼 땅이죠. 다시 한 번 그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마침 6월, 보훈의 달이네요.



주간동아 2010.06.07 740호 (p14~14)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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