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9

2010.05.31

피드백 음반 한 달 만에 뚝딱 제작

‘갤럭시 익스프레스’ 2집 앨범 ‘Wild Days’

  • 현현 hyeon.epi@gmail.com

    입력2010-05-31 13: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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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 음반 한 달 만에 뚝딱 제작
    1990년대를 기점으로 대중음악 창작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디지털 기기가 소형화하고 값이 싸지면서 스튜디오가 아닌 간단한 작업실, 심지어 가정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홈 리코딩’이라는 말이 그때 생겨났다. 주로 전자악기를 이용하는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아티스트들이 홈 리코딩을 선호했다. 물론 초고가 디지털 또는 아날로그 장비와 저가형 디지털 장비의 성능 차이는 있지만, ‘음악 자체의 퀄리티를 좌우할’ 수준은 아니었다.

    녹음실이 아니라 자유로운 공간에서의 창작과 취입이 가능해진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느 3인조 밴드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었다. 바로 4월 1일 만우절부터 5월 1일 노동절까지 한 달 안에 음반을 발표하겠다는 것이었다. 밴드의 이름은 ‘갤럭시 익스프레스’. 그들은 자신들의 음반 제작 과정을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실시간 중계했다. 오늘은 어떤 곡을 만들었고 어떤 스타일인지 상세히 공개했다. 팬들은 이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았다. 적극적인 피드백으로 ‘인터랙티브’가 이뤄지는 것이 블로그와 트위터의 장점 아니던가. 프로모션 트랙으로 어떤 노래를 선정할지를 투표에 부치기도 했다. 결국 한 달 만에 왕성한 창작력을 자랑하는 이 밴드는 실물 음반을 제작, 발표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나온 음반이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Wild Days’다.

    이런 작업이 ‘아마추어리즘’으로 평가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이번 음반을 들어보면 그런 평가가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고에서 만든 음악이라는 뜻의 ‘개리지 록(garrage rock)’을 글자 그대로 실현한 거친 사운드가 탄성 강한 그들의 노래와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다.

    2008년 한국 록계를 뒤흔들었던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데뷔 앨범 ‘Noise On Fire’는 노래의 완성도뿐 아니라 CD 2장에 꽉 채운 엄청난 노래 수 때문에 더 놀라웠다. 왕성한 창작력은 고작 한 달 만에 ‘뚝딱’ 만든 이번 음반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보너스 트랙을 포함해 무려 20곡을 수록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만든 노래 하나하나가 한국 록 역사에 남을 만한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이다.

    팬들의 투표로 뽑힌 프로모션 트랙 ‘진짜 너를 원해’는 아메리칸 개리지와 한국 인디가 아름다운 모양으로 절충된 느낌의 곡이다. 거칠게 변조된 ‘퍼즈 사운드’로 베이스가 포문을 열고, 더욱 강력한 노이즈를 섞은 기타가 등장한 뒤 직선적이지만 민첩한 코너워크를 구사하는 보컬이 등장할 때, 1990년대 영미권 록에 대한 부채의식은 깔끔하게 사라진다. 섬세한 보컬 운용이 빛나는 ‘난 아무것도 아닌데’에서는 팝 감각도 도드라진다. 블루지하고 흥분도 높은 리프(기타 반복구)와 리듬으로의 변주가 에코 사운드 등 레게 장르의 고유성을 재현하는 것이라 더욱 놀라운 ‘Reggae 치킨’은 대가의 풍모를 느끼게 해준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짧은 시간에 더욱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난 완성도의 음반을 가지고 대중 앞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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