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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ALL THAT 월드컵④

그물수비 그리스 - 최강 공격 아르헨티나 - 도깨비 나이지리아 어렵지만 붙어볼 만하다

한국팀 상대 B조 3개국 전력 분석

그물수비 그리스 - 최강 공격 아르헨티나 - 도깨비 나이지리아 어렵지만 붙어볼 만하다

“유로 2004 우승이 이변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겠다. 우리의 눈은 16강보다 높은 곳을 향해 있다.”(오토 레하겔 그리스 감독)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안았던) 1986년 월드컵 멤버를 능가하는 최강의 전력이다. 정상에 오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감독)

“팀 정비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의 역경만 이겨내면 세계를 놀라게 할 충분한 능력을 우리는 갖췄다.”(라르스 라예르베크 나이지리아 감독)

‘지구촌 축제’ 남아공월드컵이 눈앞에 다가왔다. 본선에 나서는 32개국은 이제 모든 시곗바늘을 월드컵에 맞췄다. 우리와 조별리그에서 차례로 맞붙을 그리스(6월 12일 오후 8시 30분·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스타디움), 아르헨티나(17일 오후 8시 30분·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 나이지리아(23일 오전 3시 30분·더반 스타디움)도 마찬가지. 남아공으로 향하는 이들 감독의 출사표에선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최근 월드컵 예비 엔트리를 발표하고 최종 점검에 들어간 이들 3개국의 전력을 분석해 우리의 16강 가능성을 가늠해본다.

상대 공격 질식시키는 그물수비 그리스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이 물샐틈없이 촘촘하다. 상대 수비에 말리면 전체 흐름까지 내줄 가능성이 크다.”

허정무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조별리그 첫 상대 그리스 축구의 특징을 한마디로 ‘질식수비’로 표현했다. 허 감독의 말대로 그리스 축구는 수비를 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유로 2004에서 ‘벌떼수비’로 상대 공격을 막은 뒤, 장신 공격수들을 이용한 역습으로 우승컵까지 거머쥔 그리스는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5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등 12경기에서 단 10골만 허용했다. 최근 발표한 월드컵 예비 엔트리에선 30명 중 13명이 수비수일 만큼 수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리스의 기본 수비 포메이션은 3명의 수비수가 일자로 서는 스리백 형태. 하지만 공격할 때를 제외하고는 수비형 미드필더인 루카스 빈트라(파나시나이코스)와 니코스 스피로풀로스(파나시나이코스) 등이 수비까지 내려와 파이브백에 가까운 전형으로 수비를 강화한다. 주전 수비수들은 힘과 체격이 좋고 경험까지 풍부해 웬만해선 좋은 슈팅 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평가. 하지만 나이가 많고 순발력이 떨어져 2선에서 빠르게 침투하는 공격수를 자주 놓친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그리스를 상대할 땐 박주영, 이근호 등 순간 스피드가 좋은 선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측면 수비수들이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상대 공간을 파고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그리스의 공격력은 확실히 수비력에 비해 떨어지지만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역습만큼은 위력적이다. 테오파니스 게카스(프랑크푸르트)는 그 중심에 있는 선수. 빠른 스피드에 한 박자 빠른 슈팅으로 예선 11경기 10골이란 폭발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장신 공격수 앙겔로스 카리스테아스(뉘르베르크·191cm)도 경계 대상. 유로 2004에서 결정적인 한 방으로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던 그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능력은 물론 동료에게 헤딩으로 기회를 제공하는 판단력까지 갖췄다.

그리스 전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바로 독일 출신 레하겔 감독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그는 강한 카리스마와 완성도 높은 전술, 놀라운 용병술을 바탕으로 유로 2004 우승컵을 들어 올려 그리스 대표팀 전력의 ‘절반’이란 평가를 받는다.

누구 발에 걸려도 득점, 세계 최강 공격라인 아르헨티나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인 아르헨티나는 그리스와 정반대로 공격력이 막강하다. 독일 축구 전문사이트 ‘트란스퍼마르크트’(www.transfer-markt.be)에 따르면 선발 공격수로 출전할 것이 유력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1220억 원),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456억 원), 곤살로 이구아인(레알 마드리드·426억 원)의 몸값(이적 시장에서 선수들의 가치) 합계는 2102억 원. 한국 대표팀 베스트11의 몸값을 모두 합한 금액(520억 원)의 4배에 가깝다. 백업 공격수 디에고 밀리토(인터 밀란·365억 원),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548억 원) 등의 몸값만도 어마어마하다.

화려한 공격진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역시 메시. 현존 세계 최고 선수로 꼽히는 메시는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34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팀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8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메시는 올 시즌 47골을 터뜨리며 브라질 축구황제 호나우두(코린티안스)가 1996~1997시즌 기록한 바르셀로나 구단 사상 한 시즌 최다 골과 타이 기록을 세웠다.

미드필드 라인에선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드리블 능력을 갖춘 양쪽 측면 공격수 호나스 구티에레스(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가 눈에 띈다. 마라도나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복귀한 후안 베론(에스투디안테스)의 정확한 판단력과 자로 잰 듯한 패스도 여전히 위협적. 하지만 에스테반 캄비아소와 하비에르 자네티(이상 인터 밀란)는 대표팀 예비 명단에 들지 못하며 월드컵 꿈을 접었다.

최강의 공격진에 비해 허약한 수비는 아르헨티나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니콜라스 오타멘디(벨레스 사르스필드)-왈테르 사무엘(인터 밀란)-마르틴 데미첼리스(바이에른 뮌헨)-가브리엘 에인세(마르세유)로 이어지는 포백 라인은 투쟁심이 좋고 압박에 장점이 있지만 실수가 잦다는 지적. 서형욱 MBC 해설위원은 “안정감이란 면에서 아르헨티나의 수비는 A~D 등급 중 C 수준”이라며 “조직력도 엉성하고 측면 수비수들이 오버래핑 뒤 수비에 복귀하는 속도도 느리다”고 평가했다.

허약한 수비보다 큰 고민거리는 2008년 11월 취임한 ‘초짜감독’ 마라도나다. 최근 현지의 한 일간지는 “벤치에 마라도나만 없어도 도박사들은 지금쯤 아르헨티나에 베팅하느라 바쁠 것”이라며 “메시가 대표팀에서 부진한 것도 마라도나 때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또 다른 일간지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85%가 ‘마라도나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비난 여론이 빗발치지만 정작 마라도나는 태연하다. 5월 초 대표팀을 소집한 뒤 선수들이 손발 맞출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동안의 우려를 모두 씻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 선수 기용, 전술 운용 등에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도 아르헨티나에는 위안거리다.

조직력이 관건, 도깨비 팀 나이지리아

“첫째도 조직력, 둘째도 조직력, 셋째도 조직력이다.”

올해 1월 샤이부 아모두 전임감독의 뒤를 이어 나이지리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스웨덴 출신 라예르베크 감독의 취임사다. 그의 말처럼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나이지리아의 성적표는 남은 기간 조직력을 얼마나 가다듬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최근 발표한 월드컵 예비 엔트리 30명 중 28명이 해외파로 구성된 나이지리아 선수단은 화려함 그 자체다. 최근 큰 대회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아프리카 축구 강국의 주도권을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에 넘겨줬지만 개개인의 능력만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역시 조직력이다. 특히 월드컵 예선과 올해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드러난 수비 조직력의 문제는 심각하다. 조지프 요보(에버턴), 오니에카시 아팜(니스) 등이 주축이 된 수비 라인은 체격이 좋고 개인기도 수준급이지만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나이지리아 최근 경기를 분석한 결과 수비수들이 높은 볼엔 상당히 강점이 있지만 낮게 깔리는 크로스나 2선에서의 침투 패스 등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대길 KBS 해설위원은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한꺼번에 공에 시선이 쏠려 반대쪽 공격수의 움직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후반 중반 이후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안한 수비에 비해 자원이 넘치는 공격력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오바페미 마틴스(볼프스부르크)와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가 공격 전방에 서고 피터 오뎀윙기(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치네두 오바시(호펜하임) 등이 뒤를 받치는 공격 라인은 어느 팀과 견줘도 부럽지 않다. 팀의 에이스 존 오비 미켈(첼시)은 안정적인 볼 컨트롤과 창의적인 패스로 공격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라예르베크 감독은 나이지리아 사령탑에 앉자마자 뇌물수수 스캔들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나이지리아 축구협회의 주먹구구식 행정도 월드컵을 앞두고 나이지리아 국민의 힘을 빼는 우울한 소식. 그러나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은메달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나이지리아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역대 A매치 전적으로 본 B조 예상 구도

아르헨>한국>나이지리아=그리스順


축구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상대하기 어렵고 쉬운 상대가 있게 마련이다. 한국만 만나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중국과 일본이 단적인 예. 결국 상대 전적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축구이기도 하다. 상대 전적에서 우위에 있다는 것은 선수들의 자신감과 직결된다.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는 역대 세 번의 A매치 중 월드컵에서 두 차례 만났다. 1994년 미국월드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 예선에서 만나 아르헨티나가 2대 1, 1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1995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선 0대 0. 역대 전적에서 아르헨티나가 2승1무로 앞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도 메시의 결승골 어시스트로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를 격파했다. 그리스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를 1994년 월드컵 예선에서 상대했다.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그리스는 아르헨티나에 0대 4, 나이지리아에 0대 2로 완패했다. 나이지리아와는 1999년 홈 평가전에서 2대 1로 승리, 1승1패 균형을 이뤘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와 역대 전적 2승1무를 거뒀다. 가장 최근엔 2002년 월드컵 직전 대전과 부산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유럽파 주전이 빠진 나이지리아와 1승1무를 거뒀다. 그리스에도 역대 A매치 전적 1승1무로 앞서고 있다. 2006년 1월 평가전에서 1대 1로 비겼고, 2007년 2월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평가전에선 이천수의 프리킥 골로 1대 0으로 신승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예선 첫 경기에서 홈팀 그리스를 만나 2대 2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 아르헨티나와는 역대 전적에서 2패로 열세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1대 3으로 패했고, 2003년 서울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도 0대 1로 석패했다.

4팀의 역대 전적만 놓고 보면 아르헨티나 > 한국 > 나이지리아=그리스 순. 이 순서가 이번 월드컵 예선 결과로 이어지는 행운을 기대해본다.

유재영 동아일보 출판국 문화기획팀 기자 elegant@donga.com




주간동아 2010.05.31 739호 (p34~36)

  • 신진우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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