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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특집 | 얼어붙는 한반도 ②

일촉즉발 위기 … 최악 충돌 벌어지나

남북 물러설 수 없는 상황 … 당분간 ‘한반도의 겨울’ 이어질 것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일촉즉발 위기 … 최악 충돌 벌어지나

일촉즉발 위기 … 최악 충돌 벌어지나

서해상에서 훈련 중인 해군 함정. 남북간의 긴장고조로 또다시 한반도에 위기가 감돌고 있다.

한반도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남과 북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로 규정하고 남북 간 교역·교류의 중단과 북한 선박 한국영해 운항금지 등을 선언하자, 북한은 25일 곧바로 남한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다음 날 북한은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남측 인원을 모두 추방하고, 판문점 직통전화와 해사당국 간 통신을 전면 차단했다. 북한은 남측이 대북심리전을 개시하면 개성공단 폐쇄를 단행하겠다고까지 했다.

남한은 24일부터 대북 FM방송과 전단지 살포를 재개한 데 이어 6월 둘째 주부터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확성기를 설치해 라디오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무력도발과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남한 주요 건물엔 대테러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상태다.

과연 한반도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까. 국내 각계 북한전문가에게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향후 남북관계의 전망을 들어봤다.

▷▶동용승_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천안함 사건, 정상적인 남북관계로의 전환점 될 것”

일촉즉발 위기 … 최악 충돌 벌어지나
현 상황을 진단한다면 ▶ 현재의 긴장 상황 자체가 남북관계 전환점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남한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 변화시킬 여지를 찾았다. 그만큼 북한을 많이 고려했다. 하지만 국제 환경이 변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고려하는 관계는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 남북관계도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한은 과거처럼 북한의 특수성에 맞춘 남북관계에서 탈피하려고 했다. 반면 북한은 이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했다. 유지하려는 관성과 벗어나려는 관성은 충돌하게 마련이다. 결국 그 충돌이 북쪽에 의해서 ‘천안함 사건’이라는 군사도발 형태로 촉발된 것이다. 현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 자체가 과거와 달라진 대북 대처방식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세계적 기준에 맞는, 정상적인 국가 간 관계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 어떤 식으로든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북한이 이 상황을 버티지 못한다면 현 체제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추가 도발이나 테러 등 물리적 행동을 감행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천안함을 격침하면서 남한이 근거를 찾지 못하리라 본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도 이번 남한의 발표내용이 곤혹스러울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끝까지 보호할까 ▶ 과거처럼 무조건 북한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경제의 중심에 선 중국이 더 이상 국제교류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많이 변했다.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유엔안보리 차원의 제재에 중국도 동의했다. 북한 문제를 논의의 대상으로조차 상정하지 않았던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공조해 북한을 압박한다면 중국도 어떤 형태로든 북한 측에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남북 경색국면이 북한의 의도나 요구대로 풀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독자적 선제타격 가능성은 ▶ 현재의 한미동맹은 역대 가장 강한 상태다. 그 중심은 한국에 있다. 한국이 원치 않는 상태에서 미국의 독자적 군사행동은 어렵다. 우리 군이나 정부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분명하면 선제타격도 불사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인 것으로 안다.

남북 경색국면 얼마나 갈까 ▶ 국면이 완전히 전환되는 시기에 큰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어느 한쪽이 양보하거나, 양측이 긴장을 빠른 시일 내에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의 국면이 조금 오래갈 것 같다.

▷▶유호열_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남북 간 위기 최정점, 이르면 9월 ‘대화 모드’ 전환 가능성 높아

일촉즉발 위기 … 최악 충돌 벌어지나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 ▶ 남북관계가 추가적인 군사충돌 직전까지 가 있다. 상황이 지금보다 악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기-승-전-결’ 중에 ‘전’ 단계에 와 있다고나 할까. 지금의 위기와 갈등이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돌파구나 해법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시점인 것 같다. 북한은 군사도발 이후 수습을 위해 배수진을 친 모양새고, 남한도 대북 압박을 할 만큼 한 상태다. 조만간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겠나 싶다.

남북관계 악화 원인은 ▶ 북한은 지난해 연평해전 패배 이후 내부적으로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화폐개혁 실패 등 경제문제에 후계 구도를 둘러싼 내부 갈등까지 겹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여유를 갖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한 정부도 세종시 문제와 4대강 사업 등 민감한 정치문제에 정치력을 집중하면서 남북관계에 관심을 쏟지 못했다. 북한과의 대화 의지도 부족했다. 남한과 북한 모두 내부 요인으로 남북관계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남한 정부든 북한 정부든 정치적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결국 정상회담도 무산되고 말았다.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은 ▶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8대 2 정도로 높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북관계는 완충장치가 거의 없는 상태다. 북한이 전면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도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끝까지 보호할까 ▶ 중국은 일단 북한 쪽 주장보다 한국의 조사결과가 신빙성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그동안 북중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일방적으로 편을 들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남북 경색국면 얼마나 갈까 ▶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사의 확인조사가 끝나고 유엔안보리에 회부되면,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중국이나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천안함 문제를 풀려고 할 것이다. 시기적으로 7월 하순이나 8월에 조정기를 거쳐 9월부터 남북관계가 새로운 ‘대화 모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11월 G20 정상회담을 치러야 할 한국 입장에서도 한반도 상황이 안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김정태_ 대북경협업체 안동대마방직 회장

지금 북한은 강경파 득세, 더 큰 사건 발생할 수도

일촉즉발 위기 … 최악 충돌 벌어지나
남북관계 악화 원인은 ▶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통일부를 없애자고 하면서 과거 진보정부가 세웠던 남북관계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무시했다. 그러면서 남북은 서로 대화통로를 막았다. 북한만 막은 게 아니다. 오히려 우리 정부 측에서 더 심하게 막았다. 북한은 우리가 나가는 만큼 강경하게 나갔고, 그 대결구도가 악순환하면서 점차 악화돼 결국 천안함 사건까지 발생하지 않았나 싶다. 정부는 20여 년 전 노태우 대통령 재임 때인 1989년, 민족공동체 개념을 도입하고 북한과 적대관계에서 동반자 관계로 전환한 이후 남북관계에 엄청난 변화가 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금 북한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변했다. 북한 정부는 내부 사회를 과거처럼 통제하려고 해도 이제 잘 안 된다. 남한에 대한 북한 주민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이런 변화를 인정하고 대북정책을 펴야 했다.

현 정부 들어 북한 내부의 변화 있었나 ▶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면 경제부흥 세력과 체제수호 세력으로 갈려 있다. 현 정부 들어서면서 체제수호 세력이 전면에 등장한 반면, 경제부흥 세력은 모두 숙청당했다. 북한은 실책을 저지르면 그 책임을 강하게 묻는다. 경제부흥 세력은 이른바 강경파다. 이들이 강해지면서 남북관계도 결국 악화된 것이다. 정말 아쉽다.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은 ▶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다. 현재와 같은 ‘강 대 강’ 대결구도가 이어져 관계가 악화된다면 더 큰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말 걱정스럽다.

정부가 남북 교류·교역을 전면 중단했는데 ▶ 다른 건 다 막아도 민간 차원의 경협까지 막는 것은 지나친 조치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시장경제 체제를 존중하고 세계경제 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 북한에 진출한 500여 개 기업은 지난 20년 가까이 노력해서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었다. 북한이라는 특수 지역에 생산거점을 확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 과정에 우리 정부가 도와준 것도 없다. 그런데 이런 것을 하루아침에 다 무너뜨린다는 것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과연 정부가 이 문제를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실물경제를 제대로 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평양과 남포 등지에서 운영해온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인력은 10만 명에 달한다. 그중 기능공이 5만 명 정도다. 시설도 그대로 있고 기능공도 충분하기 때문에 자생력이 있다. 우리가 북한에 들어가지 않아도 공장은 자체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개성공단을 중요시하는데,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에 비하면 개성공단 내 기업들의 매출과 규모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우리 기업과 정부만 손해다.

중국이 북한을 끝까지 보호할까 ▶ 중국이 세계경제 질서에서 G2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북한이 필요하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북한이란 ‘분쟁국가’ 덕분에 미국과 마주 앉아 자국의 능력을 과시할 수 있다. 중국으로선 북한을 포기할 수 없다. 특히 원자재 전쟁을 벌이는 중국이 엄청난 원자재 보유국인 북한을 버리겠는가. 북한은 우라늄과 마그네사이트, 철광석, 몰리브덴 등 매우 풍부한 지하자원을 갖고 있는 매력적인 국가다. 결국 나중에 부채는 우리가 지고, 원자재와 엄청난 수익은 중국이 챙겨갈 것이다.

남북 경색국면 얼마나 갈까 ▶ 우리 정부가 취하는 태도에 달렸다. 지금처럼 북한을 막다른 궁지로 계속 몰아넣는다면 현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점점 악화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더욱 냉철하고 성숙한 자세로 현 상황을 풀어가야 한다.



주간동아 2010.05.31 739호 (p18~20)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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