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8

2010.05.24

양심에 중병 든 대한의사협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05-24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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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주간동아’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탈세 의혹과 경만호 회장의 횡령(업무상 배임) 의혹을 지적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기사를 쓰는 내내 의협이 집단 이익보다 국민 건강을 위하는 공익 집단으로 거듭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의협의 행태를 보면서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기자에게 취재과정에서 입수한 내부 문건을 반환하라고 공문을 보내는 것은 물론, 의협 안팎으로 문건 제공자를 색출하겠다며 야단이었습니다. 또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본지 보도내용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자성이나 반성의 기미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업무상 배임과 탈세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법적 문제에 대해 앞장서 책임지겠다는 임원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급기야 경 회장은 5월 18일 회원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불순한 의도로 회무를 방해하고, 협회의 위상과 명예를 훼손시킨 세력들에 대해 알리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면서 5월 17일 경 회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전국의사총연합(이하 전의총·대표 노환규)을 주간동아에 내부 문건을 제공한 단체로 지목했습니다. 주간동아 기자들이 협회 임원들과 전화통화하면서 “전의총이 관련 자료를 주었다”고 한 것과 “경 회장을 고발하려는 단체의 제보”라고 했다는 것이 근거라는 겁니다.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주간동아 기자들은 의협 임원들과 그런 통화를 한 적이 없습니다. 특히 주간동아 측에 내부 문건을 넘긴 것이 전의총이라는 주장은 단단히 잘못 짚은 것입니다. 경 회장의 편지내용은 명백한 거짓입니다.

    양심에 중병 든 대한의사협
    의협 회원은 10만 명에 달합니다. 이 사태 추이를 그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국민도 함께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 본질은 제쳐두고, 다른 곳으로 관심과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협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모든 의사들이 다짐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나의 양심과 위엄으로서 의술을 베풀겠노라.’ 지금 의협은 양심도, 위엄도 크게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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