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6

2010.05.10

1기 신도시, 부동산 대폭락 전조인가

시장 침체·과잉공급으로 ‘패닉’ 상황 … 바닥 치고 상승 가능성도 충분

  • 봉준호 부동산컨설턴트 drbong@daksplan.com

    입력2010-05-10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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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기 신도시, 부동산 대폭락 전조인가

    한 시민이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의 한 부동산에서 아파트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갈 데까지 간 거 아니겠습니까?”

    2010년 5월 3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경매3계 입찰법정, 참관인들은 혀를 찼다. 2006년 최고가 20억 원을 찍었던 분당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 58평형이 경매에 나왔다. 감정가 14억 원에 2회 유찰돼 감정가 대비 64%인 8억9600만 원을 최저입찰가로 경매가 시작됐다. 경매 입찰자는 단 2명뿐. 최저입찰가보다 600만 원 비싼 9억199만 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액으로 등기권리자 배당, 임차인 배당이 모두 소멸하는 군더더기 없는 경매였다. 이 경매 결과로 가장 손해를 본 사람은 아파트 소유자였고, 다음 피해자는 저당권 설정자였다.

    이런 식으로 2회 유찰되고 3회째 경매에서 좀 더 쓴 입찰자가 낙찰 받는 경매장 풍경이 수도권 1기 신도시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중·대형 아파트다. 근래

    1기 신도시 소형과 중형 아파트를 합친 전 평형 낙찰가율도 평균 79% 수준이다. 그중 대형 아파트가 많은 분당지역의 낙찰가율은 75% 정도다. 말 그대로 1기 신도시 부동산시장 ‘패닉’ 시대다.

    DTI 규제 효과 … 일주일에 1억 뚝뚝



    2009년 9월 7일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ept To Income ratio·이하 DTI) 규제 이후 6개월을 버티던 아파트 가격이 4월부터 흘러내리고 있다. 132m2(40평)대 아파트에서 일주일 만에 1억 원이 빠진 매물이 나왔는가 하면, 중·소형 아파트도 2000만~3000만 원씩 떨어지면서 거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으로 말하자면 하한가다.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까 양보해야 하는 쪽은 파는 사람이다.

    이처럼 1기 신도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1기 신도시가 영향을 받는 것이지, 1기 신도시가 부동산 가격 대폭락의 시발점이 된다는 주장엔 동의하기 어렵다. 1기 신도시 주변의 과잉공급과 1기 신도시의 특수성이 작용한 가격 하락일 뿐, 이곳만의 문제를 다른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까지 확대 적용할 수는 없다.

    2009년 9월 이후 DTI 규제가 시작되고 나서 빠지기 시작했으니, 정책에 의한 인위적 하락 장세라는 평가도 부정하기 어렵다. 돈을 빌린 후 1년 동안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대출액을 제한한 DTI는 현재 강남3구 40%, 그 외 서울지역 50%, 수도권지역 60%이며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DTI 규제를 받지 않는다. 1기 신도시는 수도권에 위치하므로 60%의 DTI 적용을 받는다. 연봉 5000만 원인 회사원이 수도권 아파트를 살 때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연봉의 60%인 3000만 원. 10년간 장기대출을 적용받는다면 3억 원이다. 그것도 신용이 깨끗하고 다른 대출이 전혀 없으며 수완이 좋을 때나 가능하다.

    3억 원의 대출로 매월 140만 원이 넘는 이자를 갚으면서 살 수 있는 집은 평균 6억 원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가능 범위에 들어오는 6억 원 이하의 집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6억 원 이상의 집은 말도 꺼내기 쉽지 않다. 1주택자는 9억 원 이상, 2주택자는

    6억 원 이상이면 높은 세율의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된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도 나날이 늘고 있다. 거래가 정지된 중·대형 아파트와 고가주택의 가격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부동산 시장을 마비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과잉공급이다. 1기 신도시 주변에는 참여정부에 부동산 시장 안정책으로 내놓은 2기 신도시와 경제자유구역, 자율화 시절에 개발계획을 세운 민간택지, 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등 엄청난 공급물량이 에워싸고 있다. 일산신도시를 둘러싼 파주신도시 8만 가구, 김포한강신도시 5만9000가구, 검단신도시 6만6000가구만 해도 20만 가구가 넘는다. 여기에 근접한 은평뉴타운 고양삼송지구, 식사지구, 덕이지구 등의 공급물량을 더하면 총 30만 가구가 일산의 아파트 가격을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분당을 둘러싼 판교 2만9000가구, 광교 3만1000가구, 제1동탄 신도시 4만1000가구에 앞으로 나올 위례신도시 4만6000가구, 제2동탄 신도시 10만5000가구를 합하면 신규 물량이 25만2000가구에 달한다.

    신도시 거품 빠질 만큼 빠져

    1기 신도시가 낡고 주차도 불편한 헌 도시가 돼가는 점도 아파트 가격 하락의 한 원인이다. 인접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 아파트들의 넓고 세련된 로비, 넉넉한 주차 공간, 골프연습장과 피트니스센터 같은 온갖 편의시설, 새로운 인테리어, 보안시스템과 비교하면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초라할 지경이다.

    그래도 각종 편의시설과 교육시설, 인프라 면에서 1기 신도시의 매력은 여전하다.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살아나고 어떤 형태로든 리모델링 바람이 분다면, 1기 신도시는 현재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 종전의 위상을 되찾을 만큼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

    시장은 당장 시행 가능한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완화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지역 아파트분양가 자율화나 DTI 해제,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떨어지는 아파트 가격을 뒷수습해줄 해결책을 정부가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파트 가격이 최고가 대비 반 토막이 나면서 아파트에 설정된 각종 담보권도 줄줄이 망가지고 있다. 금융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정부가 과잉 유동성 관리를 이유로 얼마나 더 DTI를 고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건축비와 택지비, 원자재 가격 등 상품의 적정 가치, 사용가치, 내재가치로 평가해볼 때도 신도시 가격의 거품은 빠질 만큼 빠졌다. 다만 미래가치가 심리적 불안으로 흔들리고 있고, 희소가치가 인근의 과다공급으로 희석되고 있다.

    앞으로 개발가치로 보면 5개 신도시는 각각 다른 가치를 갖는다. 2011년 신분당선, 분당선 연장선이 개통해 서울의 강남과 강북으로 새로운 교통망이 형성되는 분당은 그중 회복이 가장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일산은 제2자유로가 완전 개통하는 2011년 초와 경의선 복선전철이 서울 도심으로 들어오는 2012년에 가격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중동 신도시는 2011년 말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선이 개통하고 인근 뉴타운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때 거래량도 함께 늘어나 가격 또한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파는 사람은 더 기다려야 하고 사는 사람은 인근 아파트 공급량의 소진을 확인해야 하는 지루한 시간이지만, 이것이 곧바로 부동산 가격 폭락의 시발점을 의미하진 않는다.

    1기 신도시, 부동산 대폭락 전조인가

    동탄신도시(왼쪽)와 분당신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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