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6

2010.05.10

혈맹 관계와 동반자 관계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5-10 09: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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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정국에서 수세에 몰리는 것 같던 북한이 명분과 실속을 동시에 챙기고 있습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사실상 북한의 손을 들어주는 형국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김정일의 중국 방문 사흘 전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해당 사실을 철저히 함구했습니다. 이에 신각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에게 한국 측의 우려를 전하자, 중국은 ‘알겠다’고 했지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습니다. 한·중 외교관계가 갈등설에 휩싸이자 청와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억울한 일도 아닙니다. 한국 정부가 그간 중국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중 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까지 격상됐습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중국 쓰촨성 지진참사 현장을 방문했고, 최근에는 중국이 바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적극적인 수용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은 말 그대로 혈맹관계입니다. 현실적으로 한·중 관계가 북·중 관계를 압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의 혈맹인 미국과의 관계를 오버랩해봅니다. 지난 노무현 정부는 대중외교를 중요시하면서 상대적으로 한·미 관계는 등한시했습니다. 자주와 동맹으로 갈라진 외교안보 참모들 간에 국가전략 논쟁이 벌어지면서 한·미 관계는 조금씩 균열됐습니다. 주한미군 감축, 이라크 파병,
    혈맹 관계와 동반자 관계
    북핵 문제 등으로 살얼음판을 걸었습니다. 막연한 미국에 대한 불신과 증오는 2008년 광우병 파동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한국 현대사에 미국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6·25전쟁 때 함께 피를 흘렸고 한국이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기여한 점은 분명합니다. 천안함 사고 이후 한·미 간 공조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중국의 태도에서 보듯 한·중 관계로 한·미 관계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오랜 친구의 소중함을 생각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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