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5

2010.05.03

습관 바꾸면 암 두려움도 극복

20대부터 암 예방 생활방식 실천, 정기적인 암 예방검진은 필수

  • 안윤옥 대한암협회 상임고문·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입력2010-05-03 12: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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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에게 자주 발생하는 암은 크게 남성 4대 암(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 여성 7대 암(위암,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폐암, 간암)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암을 일으키는 3대 요인은 식생활 요인(전체 암 발생의 35% 차지), 흡연(15~30%), 만성 감염증(10~25%)이다. 모든 암 발병을 한 번에 예방하는 완벽한 수단은 아직 없으며,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다. 모든 암이 통일된 단일 과정과 기전으로 발병하는 것이 아니며, 암 발병에 관여하는 인과적 요인 또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부위별로 예방수단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암 발병 35%가 식생활습관 탓

    습관 바꾸면 암 두려움도 극복

    암 부위만 집중 치료하는 양성자 치료기. 치료 기술은 발전했지만 식생활 개선으로 암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 암 발병요인의 약 35%는 식생활습관 요인 때문으로 추정된다. 음식 또는 식품에 포함된 특정 영양소(섬유소, 엽산, 비타민, 라이코펜, 셀레늄, 칼슘 등) 섭취와 특정 암 발병 예방효과에 관한 과학적 증거는 ‘농후(probable)’한 수준이다. 이런 영양소 결핍을 유발할 수 있는 편식 또는 단조로운 식단은 암 발병위험을 높인다. 즉 골고루 먹는 식습관이 암 예방에 이롭다. 특정 영양소는 대부분 채소·과일 등 식물성 식품에 많으며, 채소·과일에는 이 밖에도 수많은 활성화합물이 있다. 세계암연구재단의 2007년 보고서는 채소·과일을 하루 최소 400gm 이상 섭취하도록 권고하며, 육식보다는 채식 중심의 식생활이 암 예방에 좋다고 전한다.

    반면 육류의 과다 섭취는 암 발병위험을 높인다. 육류 섭취는 일주일에 500gm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한다(2005년 현재 한국인 1인당 하루 평균 육류 섭취량은 95gm). 특히 고기를 불에 직접 굽거나 고온에 요리하는 경우 HCA, PAH 같은 발암물질이 생성돼 위암 등의 원인이 된다. 육류를 가공한 식품이나 육류식품과 구워 만든 음식은 피하고 전, 찜, 수육 등의 방법으로 조리한 것을 먹는다. 우유·치즈와 같은 낙농식품 섭취는 대장암 예방 효과가 인정되지만, 너무 많은 칼슘 섭취(하루 1.5gm 이상)는 오히려 전립선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한국인은 염장 생선구이, 고염 젓갈, 고염 장아찌 등을 즐겨 과도한 염분을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2005년 현재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2~13gm이다. 이는 위암, 인후암 같은 암뿐 아니라 심장병, 고혈압의 원인도 된다. 소금은 하루 6gm 이하를 섭취하길 권한다.



    과거에는 같은 부위의 암이 한 가족에게 집중 발병하는 경우를 보고 암 발병의 유전성을 의심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공통 생활환경 또는 비슷한 생활습관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유전적 요인의 중요성은 낮아졌다. 최근에는 유전체 또는 유전자를 직접 검사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유전자가 독자적인 발암원인으로 인정된 경우는 없다. 외부 발암요인과 상호작용해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는 특정 유전자형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대부분이다.

    2009년 11월 국제암연구소(IARC)는 “알코올 분해 효소능력이 낮은 특정 유전자형(ALDH2*2) 소지자에게 알코올이 식도암 등의 확실한 발암원”이 된다고 판정했다. 특정 유전자형과 외부 발암요인의 상보효과에 관한 과학적 사실이 더 밝혀진다면, 특정 유전자형에 따른 더욱 세밀한 암 예방방법이 제시될 것이다.

    암 유발 최대원인은 흡연 … 간접흡연도 피해

    습관 바꾸면 암 두려움도 극복
    비만(체질량지수 BMI 30 이상)은 대장암, 유방암, 식도암, 췌장암, 담낭암, 자궁체부암, 신장암 등의 확실한 발병요인이다. 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c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이상적인 수준은 21~22이다. 성인이 된 뒤의 체중 증가가 비만의 주원인이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생활습관이 암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종 육체적 활동은 비만을 막아줄 뿐 아니라 대장암, 유방암, 자궁체부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비만 상태가 아니라도 신체활동이 없는 생활양식은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암 예방을 위해 매일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와 같은 중간 세기의 운동(호흡과 맥박이 안정 시의 160% 정도로 증가하는 수준의 운동)을 한다. 이 운동량에 적응이 되면 60분으로 상향 조정하거나 30분간 격렬한 운동(호흡과 맥박이 안정 시의 180% 정도로 증가하는 수준)으로 조정한다.

    암을 유발하는 최대 원인은 흡연이다. 전체 암 발병의 30% 이상이 흡연과 관련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남성 폐암의 85% 이상이 흡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갑상선암을 제외한 우리나라 7대 암(폐암, 대장암, 간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위암, 전립선암)이 모두 흡연과 관련 있다. 이 밖에도 흡연은 식도암, 췌장암, 방광암, 신장암, 골수성 백혈병 등의 발병요인으로 알려졌다.

    흡연은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흡연량이 많을수록, 흡연기간이 길수록 암 발병 위험이 급속히 높아지는 ‘양-반응관계’를 보인다. 담배연기에 약 70종의 발암물질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흡연하는 것은 발암물질을 마시는 것과 같다. 담배연기를 간접적으로 들이마시는 것만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된다.

    술은 매일 평균 30gm의 에탄올 함유량 이상을 마실 경우 구강암, 인후암, 식도암, 대장암(남성), 유방암의 확실한 발병원인이 되며, 간암과 대장암(여성)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은 간 경변이라는 전구병변을 거친 뒤 발병하는데, 음주는 간 경변의 확실한 유발원인이다. 그러나 중등도 음주는 심장병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주를 권하지는 않는다. 남자는 하루 평균 2잔 이하, 여자는 1잔 이하가 권고 음주량이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술을 마시는 남자라면, 한 자리에서의 허용치는 7잔까지다. 통상 1잔의 에탄올 함량은 10~15gm인데, 맥주 1캔이 1잔에 해당한다.

    한국 남성의 간암 발병은 70%가 B형 간염(HBV)의 만성감염 때문이다. 간디스토마의 만성적 감염은 담관암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간디스토마를 치료하고 B형 간염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간암을 예방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필자 등은 1998년 성인에서 B형 간염 예방접종으로 간암 예방효과를 확인한 연구논문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C형 간염(HCV) 만성감염도 간암의 원인이 되는데, 일본 간암 발생의 약 60%는 이것 때문이다.

    습관 바꾸면 암 두려움도 극복
    이처럼 암 예방 방법은 병원과 같은 전문 의료기관에서만 시행할 수 있는 특이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실행할 수 있는 평범한 내용이다. 생활습관이 어느 정도 굳어진 뒤라도 새로운 생활방식이 습관으로 굳을 때까지만 노력하면 그 후는 저절로 암 예방 생활방식을 실천할 수 있다. 물론 암 예방 생활방식을 오늘부터 실천한다고 내일 당장 암 예방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암이 발병하기까지 십수 년 혹은 수십 년이 경과하는 것처럼 암 예방효과도 마찬가지다. 암 발병이 급격히 증가하는 연령이 남성은 40세, 여성은 30대부터인 만큼 암 예방 생활방식의 실천은 20대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남성은 40대, 여성은 30대부터 암 조기발견 등을 위한 정기 암 예방검진을 받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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