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5

2010.05.03

‘쉬는 시간 5분’ 얼떨결 해프닝?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5-03 09: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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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우리 학교는 쉬는 시간이 10분인데요.”

    얼마 전 한 인터넷 언론에 ‘서울시내 587개 학교 중 35개교가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5분으로 반 토막 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해당 학교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쉬는 시간을 10분으로 운영했으며, 5분으로 운영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5분제로 운영하다 문제가 생기니 말을 바꾸는 게 아닐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확인하겠다고 하자 선생님은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쉬는 시간을 보고하라기에 얼떨결에 5분이라고 잘못 보고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학교는 20%가 넘었습니다.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쉬는 시간 현황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처음 발표한 자료입니다. 안 의원의 요구에 서울시교육청은 지역교육청, 지역교육청은 각 학교로부터 쉬는 시간 현황을 보고받았습니다. 각 학교에서는 아무 생각 없이 잘못된 통계를 보고했다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받는 곳은 교육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입니다. 물론 서울시교육청의 보고만 믿고 발표를 한 안 의원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국회에 잘못된 정보를 전한 교육기관은 입이 몇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확인 없이 받아쓴 인터넷 언론도 반성해야 합니다. “77%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5분 쉬는 시간제를 도입”했다는 보도는 본질을 흐립니다.

    ‘쉬는 시간 5분’ 얼떨결 해프닝?
    학생들의 쉬는 시간을 줄여도 좋다는 생각은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큰 문제입니다. 학교 현장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이런 게 기삿거리가 되냐” “이 일로 직접 찾아올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각 학교가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인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들의 화장실 갈 시간을 줄이는 결정을 너무 쉽게 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애초에 잘못 조사된 자료, 이를 그대로 발표한 국회의원, 검증 없이 기사를 쏟아낸 언론, 쉬는 시간을 줄이는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선생님들…. 이 모든 것이 맞물리면서 때아닌 ‘쉬는 시간 5분제’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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