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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제2용산 파국 막자’… 극적인 타결

제2롯데월드, 포장마차 철거 진통 끝 합의 … 상반기 중 본격 공사 추진 전망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제2용산 파국 막자’… 극적인 타결

‘제2용산 파국 막자’… 극적인 타결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자리한 포장마차촌은 롯데와 노점측의 합의에 따라 자진철거함으로써 2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월드 지하 1층에는 롯데물산이라는 낯선 이름의 롯데그룹 계열사가 있다. 직원은 30명 안팎.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이라고까지 일컫는 제2롯데월드 건설을 전담하기 위해 30여 년 전 만들어진 회사다. 지난 30여 년간 이 회사가 한 일은 거의 없다. 1988년 롯데호텔월드 맞은편에 부지를 매입하고 사업부지 행정업무를 맡는 등 제2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논란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성남 공군기지(구 서울공항)의 활주로까지 바꿔가며 제2롯데월드 건설을 사실상 승인해준 것을 계기로 이곳도 활기를 띠었다. 근 20년간 공터로 내버려져 있던 제2롯데월드 부지는 지하 5층까지 땅을 팔 만큼 공사가 진행됐다. 제2롯데월드는 최근 디자인 계획을 수정·보완하라는 서울시 건축위원회의 재심 결정에 따라 이를 수정·보완하는 대로 상반기 내에 건축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1년 점유권 vs 사유지 무단사용

그러나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만 같던 제2롯데월드 건설은 부지 한쪽에 있는 포장마차들의 철거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잠실역 1번 출구 공사장 담 옆의 조그만 문 안으로 들어가면 술과 간단한 안주를 파는 포장마차 8개와 떡볶이, 어묵, 핫도그 등을 파는 노점상 3개 등 모두 11개의 노점상이 있다. 이들이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것은 21년 전부터. 1989년 노태우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노점상 일제 단속에 나서자 그해 7월 노점상들은 명동성당에서 37일간의 농성을 벌였다. 정부는 이들이 노점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신림동, 방배동, 잠실역 일대에 마련해줬다. 다른 지역의 포장마차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이 진척되지 않은 덕분에 이곳은 지금까지도 영업을 계속했다.

롯데는 2009년 8월부터 노점 철거문제로 협상을 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점상들은 계속 영업하게 해주거나 대체 부지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지만 롯데는 “엄연히 사유지인데 말도 안 된다”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롯데는 조바심이 났다. 포장마차가 자리한 곳 아래로 지하철 8호선이 지나가기 때문에 롯데 측은 한시라도 빨리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 롯데물산 관계자는 “전체 공사기간이 정해졌는데 이렇게 지연되면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4월 5일 기자가 찾아간 날도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사무소 한쪽에서 고성이 오갔다. 결국 협상장에서 분을 참지 못한 전국노점상연합회 송파지역연합회(이하 송노련) 김영진 지역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강제집행을 하려고 꼼수를 두는 거여.”

김 지역장은 “우리가 계속 이곳에서 영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정착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건데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21년간 서울시민들이 찾아온 문화공간을 한순간에 없앨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노점상들은 롯데에 △수도와 전기를 제공하면 현재 사용하는 부지를 절반 이상 줄이는 안 △대체 부지를 제공하면 그곳에서 일정 기간 영업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롯데는 이들이 ‘생계형’이 아닌 ‘기업형’ 노점으로 사유지를 무단 사용해온 것도 불법인데 따로 철거에 대한 보상을 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좌석이 690석 넘는 포장마차에서 이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이처럼 협상이 평행선을 긋다 보니 “노점 하나당 수십 억의 영업권을 요구한다” “제2롯데월드가 만들어지면 상가운영권을 달라고 했다” “롯데가 깡패를 동원해 강제집행을 하려 한다”는 등 온갖 루머가 퍼지면서 양측 분위기는 흉흉했다.

법과 원칙에 따른 해결 또 다른 숙제

협상이 결렬될 것에 대비해 양쪽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했다. 롯데는 2009년 9월 노점상을 상대로 시설물 철거 및 토지 인도 단행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노점상들에 2월 20일까지 자진 철거를 권고했다. 몇 차례 용역인들이 진입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노점 측은 전국노점상연합회, 송노련 등 다른 지역 노점상과 연대해 소집집회와 농성을 벌였다. 롯데는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말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점 측은 2월 19일 망루를 만들고 포장마차 영업이 끝나는 자정이면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11개 포장마차 사람들은 물론 송노련에서 나와 함께 보초를 섰다. ‘롯데물산은 잠실 포장마차 철거계획 즉각 중단하라’는 플래카드 뒤편으로 수백 개의 폐타이어와 가스통을 쌓아놓고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였다.

“이대로 죽을 순 없잖아요. 용역깡패들이 밀고 들어오면 우리도 스스로를 지켜야죠.”

노점상들은 전혀 물러날 기세가 아니었다. 고착상태에 빠졌던 협상은 결국 롯데가 한발 물러서면서 물꼬를 텄다. 진통 끝에 제2롯데월드 건설과정에서 만들어질 임시식당(속칭 함바집) 5곳 중 1곳을 노점 측이 운영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를 봤다. 최종 타결까지도 고비가 여러 번 있었다. 특히 당사자 문제로 막판에 또 틀어졌다. 협상 합의문을 작성하는 데 실질적으로 제2롯데월드 건설을 진두지휘하는 롯데물산이 빠진 채 롯데건설이 당사자가 되자 노점 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 이 부분도 롯데물산이 당사자로 들어오면서 해결됐다.

최종 인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2용산 사태’로 확대되면 제2롯데월드 건설계획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파국을 막았다. 협상안에 따라 노점 측은 4월 11일 자정까지 영업을 하고 자진 철거하기로 했다. 4월 12일 노점 측은 변호사의 공증을 받아 최종 협상안을 확정지었다.

‘제2의 용산’으로 불린 잠실 포장마차 철거문제는 수면 위로 불거지기 전 평화적 해결을 봤지만, 또 다른 숙제를 남겨줬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원칙과 법에 따른 해결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연 진정으로 생계형 노점상들을 위한 협상이었는지도 논란거리다. 일각에선 5년여의 공사기간에 250만 명의 공사인원이 예상되는 만큼 적어도 수십~수백억 원의 매출이 보장되는 엄청난 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장 식당은 현금장사여서 매우 유리하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 얼마나 많은 인부가 동원되겠는가? 사실 건설사들은 인허가 과정에 도움을 준 공무원들의 친인척한테 공사장 식당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 노점 측은 “말도 안 된다. 그것이 (롯데 측) 전략”이라고 잘라 말한다. 김영진 지역장은 “공사가 한창일 때 인원이 7000명가량 된다. 한 끼 식사값이 3500원 정도고, 보통 인부는 아침을 안 먹는다. 11개의 포장마차 사람이 공동으로 함바집 하나 운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폭발 직전 극적인 타결에 롯데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롯데 측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 정도로 해결돼 다행”이라며 말을 아꼈다. 중대한 고비를 넘긴 제2롯데월드 건설은 상반기 중 건설승인이 떨어짐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10.04.27 733호 (p48~49)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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