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MILITARY

평온한 천안함에 중어뢰 “쾅쾅”

4월 15일 두 동강 난 함미 인양 … 소형 잠수함정 이용 북한군 도발 유력

평온한 천안함에 중어뢰 “쾅쾅”

주검은 진실을 말한다. 4월 15일 군이 함미부를 인양하면서 천안함 폭침 원인이 좀 더 명백해졌다. 처참하게 잘린 함미부를 통해 천안함 폭침 순간과 원인을 유추해보기로 하자.

침몰 사건이 일어난 3월 26일 저녁 9시 22분 직전, 천안함은 백령도 서남방 1800m 연안에서 뱃머리를 북북서 방향인 중국 산둥반도 쪽으로 향한 채 운항 중이었다. 이날 백령도 인근의 파고는 2.5~3m로 높았다. 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은 높은 파도를 피하고 백령도의 섬 그늘을 이용해 북한 해안포와 지대함 미사일의 레이더망에서도 벗어나고자 백령도 가까이에 붙어 운항했다.

천안함 내부의 분위기는 평온 자체였다. 밤이 되면 작전 중인 함정은 갑판 출입구를 닫고 등화관제를 하는데, 천안함이 그랬다. 취침시간이 가까웠기에 근무자를 제외한 인원들은 ‘발 닦고 자려’ 했다. 이는 천안함 생존자 중 다수가 평상복이나 내복 차림으로 구조된 데서 충분히 확인된다. 그런데 9시 22분 직전 엄청난 폭음과 함께 천안함은 두 동강 났다.

좌현 쪽 절단면에 더 강한 충격

인양한 천안함 함미부의 좌현 길이는 36m, 우현은 30m 정도였다. 길게 남아 있는 좌현 쪽 절단면은 더 강한 충격을 받은 듯, 갑판 아래층의 바닥이 위로 솟구쳐 있었다. 이 모습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점은 천안함을 두 동강 낸 무기는 ‘중어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중어뢰가 산둥반도 쪽으로 뱃머리를 두고 운항하는 천안함 좌측 정면에서 흘수선 밑으로 날아와 88m 길이의 천안함 후방 중심부를 강타하면서 폭발했거나, 천안함 근처에서 폭발했을 것이다. 폭발이 워낙 강력해 생존자들은 몸이 20~50cm나 튀어오르는 충격을 받았고 배는 두 동강 났다. 흘수선 밑이 공격받았기에 함정에 바로 물이 들어왔고 부력을 잃은 함미부는 침몰했다. 천안함 후방 좌현을 강타한 충격은 직선으로 뚫고 나갔으며, 그 충격으로 함미는 우현이 좌현보다 짧은 비스듬한 형태로 잘렸다.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에도 탑재하는 중어뢰는 대형 함정을 충분히 두 동강 낼 수 있다. 1999년 서태평양 훈련에 참가한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 이천함은 실제 표적이 돼준 미군의 1만 7000여 t급 퇴역 순양함인 오클라호마시티 함을 향해 8km 밖에서 구경 533mm짜리 독일제 중어뢰를 쏴 27분 만에 침몰시킨 바 있다.

천안함을 향해 어뢰를 쏜 잠수함은 북한 것일 확률이 매우 높다. 45m 정도의 수심에서 기동하며 중어뢰를 쏠 수 있는 것으로 북한 상어급 잠수정이 꼽히기 때문. 이 잠수정은 1996년 강릉 해안에 좌초, 나포된 바 있어 그 제원이 소상히 알려져 있다. 320t급의 이 잠수정에는 사거리 22km, 탄두 중량 300kg, 구경 533mm의 러시아제 중어뢰 4발이 탑재된다.

천안함 생존자들은 두 번의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배는 두 발의 중어뢰를 연속해서 맞았을 수도 있다. 천안함의 좌측이 더욱 심하게 파열됐는데, 이는 배 왼쪽이 두 번 공격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첫 번째 충격은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기절할 정도로 강했지만 두 번째 충격은 그보다 약했던 것을 근거로, 중어뢰가 터지는 순간 솟아오른 거대한 물기둥이 떨어지면서 천안함에 2차 충격을 주었으리라고 분석한다.

침몰 순간 천안함의 자동위치 발신기가 작동을 멈춰버려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에서도 천안함이 사라졌다. 그 즉시 2함대는 북한 잠수함이나 반잠수정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으로 보고 A급 대잠(對潛) 경계태세를 발령, 인근 섬에 있는 링스헬기 두 대를 이륙시켰다. 한 대는 구조 작전, 다른 한 대는 대잠 작전을 위해서였는데, 대잠 작전에 나선 링스헬기는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함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와 동시에 2함대는 천안함 후방 49km 해역에 있던 속초함을 북방한계선(NLL) 근처로 신속히 북상시켜 천안함을 공격하고 도주하는 의아 선박이 있는지를 탐지케 했다. 10시 55분 속초함은 의아 표적을 발견하고 11시부터 5분간 76mm 주포 135발을 격파사격(조준사격)했으나, 이 표적은 수로가 없는 육지로 올라가 흩어짐으로써 새떼인 것으로 판단됐다.

그렇다면 의문은 ‘천안함에 중어뢰를 쏜 잠수함이 어디로 도주했을까’하는 점이다. 천안함이 폭침된 현장에서 동쪽으로 가면 바로 북한이니, 임무를 마친 잠수함이 링스헬기와 속초함이 추격하지 않는 이쪽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우리의 허를 찌르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동북쪽으로 변침하는 침로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침몰 사고현장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수로는 백령도와 대청도 사이인데, 이곳에는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이 많다. 그러나 그물은 4월부터 설치하므로 3월에는 잠수함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변에 북한 잠수함의 침입을 막는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

잠수함 막는 최고 무기는 그물

소형 잠수함은 바다의 게릴라다. 백령도 주변의 바다는 조류가 빠르며 물속에서 상당히 큰 소리를 낸다. 새우를 비롯한 바다 생물 중에도 소리를 내는 것이 적지 않다. 어선 소리, 상선 소리, 육지의 자동차 소리까지 들려온다. 이러한 소음 속에서 침투하는 적 잠수함을 찾아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소형 잠수함의 완벽한 탐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2004년 림팩 훈련(환태평양 해군 연합훈련) 때 한국의 장보고 잠수함은 가상 적이 된 미 해군의 존 C. 스테니스 항공모함에 가상어뢰를 적중시키는 등 30척이 넘는 가상 적함에 가상 어뢰를 쐈지만, 정작 자신은 적함에 한 번도 발각되지 않아 ‘퍼펙트 장보고’라는 별명을 얻었다. 대잠 작전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두 척도 장보고에 당했다. 주변 바다가 워낙 시끄러운 데다 천안함의 소나는 미국 함정의 소나보다 성능이 떨어져 스크루를 돌리며 다가오는 중어뢰를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의 기동을 막는 최고 무기는 그물이다. 그물이 스크루에 걸려 휘감기면 잠수함은 꼼짝할 수 없어 그물 제거를 위해 부상하게 되는데, 이때가 잠수함을 탐지해 공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서해 5도를 북한 잠수함의 침투로부터 보호하려면 잠수함 침투 예상 수로에 그물을 설치해야 한다.

제3국 조사단까지 참여한 조사에서 천암함을 침몰시킨 것이 북한 어뢰로 확인될 경우, 국제 사회에 이 만행을 알려 북한을 고립시키고,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다시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 안보는 오히려 탄탄해질 수 있다. 이것이 천안함 폭침으로 얻은 값비싼 교훈이다.



주간동아 2010.04.27 733호 (p26~27)

  •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3

제 1213호

2019.11.08

매장 차별화와 플랫폼 서비스로 ‘한국의 아마존’을 시험하는 편의점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