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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한국교총, 교과부에 반기 들었다

잇따른 교육개혁 정책에 반대의견 개진 … 일부에선 ‘기득권 챙기기’ 비난도

한국교총, 교과부에 반기 들었다

한국교총, 교과부에 반기 들었다
“잃어버린 10년을 지나 이제 좋은 시절이 오나 했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에서 만난 김동석 대변인은 긴 탄식을 내뱉었다. 평등교육을 지향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쳐 맞은 MB정부. 교육에 대한 지향점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용정부 등쌀이 더 심하다고 푸념한다. ‘학교수업 온라인 공개’를 담은 기사를 내밀며 김 대변인이 말을 이었다.

“비리교사를 축출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이 틈을 타 정부가 상관없는 정책들을 끼워넣기 식으로 남발하고 있어요. 수시로 교육비리를 터뜨려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니 저희가 목소리를 낼 수도 없어요. 교총 역사 60년에 가장 큰 위기입니다.”

바람 잘 날 없는 교육계지만 최근 상황은 유독 시끄럽다. 교원평가제 도입, 연4회 공개수업 실시, 교장공모제 확대 등 개혁성 정책이 연타로 발표됐다. 그때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교원단체는 각을 세웠고, 언론에서는 정책의 향방을 점쳤다.

이런 상황에서 교총은 3월 말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를 꾸리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항원 교육정책연구소장은 “복잡하고 질서 없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특위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교과부에서 몇 가지 정책을 엮어 종합계획을 발표했어요. 교장공모제 100% 실시, 인사 청탁자 명단 공개 등이 포함됐죠. 교총은 일련의 제도가 비합리적, 비현실적이라 판단하고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서울시 부교육감, 청와대 교육수석, 국회의원 등을 만나 입장을 관철하려 노력 중입니다.”

“교원 사기저하, 지난 정권보다 힘들어”

특위에는 위원장인 서울대 성낙인 교수를 비롯, 각계 인사 23명이 위원으로 참가한다. 교총은 주요 이슈가 있을 때 특위를 구성한다. 교총 내부와 교육 관계자들의 견해를 정리하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목적이다. 이번 특위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 이후 처음. 그만큼 상황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교총은 보수적 성격의 교원 연합. 1947년 조선교육연합회로 창립, 현재 회원 18만 명의 가장 큰 교원단체로 성장했다. 교원의 지위 향상과 교권 옹호가 주요 업무다. 매년 교과부와 교섭협의를 통해 현장 교직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교육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전교조와 대립해왔다.

창립 이후 지난 60년간 교총은 교과부와 충실한 파트너십을 맺어왔다. 타 부처와 달리 교과부는 정권이 바뀌어도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 공공성이 강한 데다 긴 안목이 요구되는 교육의 특성 때문이다. 관련단체인 교총도 마찬가지였다. 필요한 부분에 목소리를 내며 서로 의견을 조정해왔다.

그런 교총이 최근 교과부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만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 “일부 정책이 지나치게 개혁적이거나 현실성이 없고, 교과부가 현장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MB표 교육정책의 핵심은 자율과 경쟁.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 300’ ‘3단계 대입자율화’가 대표적이다.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교총은 논평을 냈다. “방향은 맞지만 지나치다”는 기조가 대부분이었다. 교총이 뿔난 결정적 계기는 교원능력개발평가제와 교육계 비리에 대한 당국의 처방이다. 김 소장은 수석교사제와 교장공모제 확대, 그리고 연 4회 공개수업 추진은 교육비리 근절은 물론 학교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 교과부에 반기 들었다

지난 2월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에 참석한 이주호 차관.

“교장직은 전문성과 학교 행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자리인데, 공모제를 확대하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교사들이 대외활동에만 치중할 위험도 생기고요. 1년에 4번 공개수업 실시는 전형적인 인기영합 정책이에요. 공개를 하려면 관중이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많은 학부모가 관심을 갖고 참여할지 의문입니다.”

집중적인 교육계 비리 수사에 대한 무기력함도 크다. 교육비리 소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공안정국에 가깝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교총의 한 관계자는 “경찰들 사이에서 교육비리 사건이 ‘황금알 낳는 거위’로 인식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귀를 닫은 교과부. 관계는 예전과 같은데 의견 수용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게 교총의 체감이다. 김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 때도 수많은 투쟁과 협의를 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소통이 더 힘들고 일방통행식 정책이 남발한다는 인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밀어붙이기식 방식

지난주 교총은 2010년도 교섭안을 제출했다. 2009년 교섭 합의가 끝난 지 두 달 만이다. 조항 내용도 교장공모제, 수업공개, 성과급제 등 이미 논의된 것이다. 통상 교섭은 7월에 요구안을 접수해 이듬해 1, 2월에 협의가 끝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른 교섭안 제출에서 기존 협의에 대한 교총의 불만이 읽힌다. 이런 교총을 교과부는 어떻게 바라볼까. 교과부 이난영 교원단체협력팀장의 말이다.

“협의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만 이미 결정된 행정사안에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죠. 교과부는 교총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학생, 학부모 등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 상대적으로 교총의 목소리가 덜 반영되는 거죠. 정책 추진속도가 빠르거나 개혁적이라는 얘기에도 동의하지 않아요. 교원평가제는 10년간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강행하는 것입니다. 성과급 부분에서 성과 측정이 힘든 것은 사기업도 마찬가지고요. 정책이 정해지면 학교에 가 닿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원들의 기득권을 위해 교총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교총과 교과부 간 갈등의 핵심에는 교과부 이주호 차관이 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역임한 이 차관은 MB 교육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핵심 브레인. 대부분의 교육정책은 그의 저서 ‘평준화를 넘어 다양화로’에서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장관보다 입김이 세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다는 얘기도 들린다.

교과부의 한 관계자도 이 차관과 교총의 앙금을 인정했다. 수석 시절 교총의 반발로 떠난 그가 교과부 차관으로 귀환했다는 것. 교총 출신의 교육계 관계자는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니 컴백을 놓고 교총이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다. 그러나 당연히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관도 한 인터뷰에서 “소통 대상은 현장의 교사, 학생, 학부모이지 교원단체는 아니다”라고 언급해 교원단체에 대한 그의 생각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이 차관의 ‘성과주의식’ 스타일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청와대 소식통은 “이 차관은 앞뒤 가리지 않고 저돌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교육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 차관이 성과 중심, 실리 중심 스타일이라 갈등이 불거지는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김동석 대변인도 같은 맥락의 당부를 건넸다.

“차관은 자신의 이념과 이상을 구현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공적인 자리인 만큼 학교 현장의 속도를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죠. 참모 역할을 하던 이 차관이 교과부로 들어와 정책 의사결정권자가 된 순간부터 교육계가 혼란스럽습니다.”



주간동아 2010.04.20 732호 (p54~55)

  •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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