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2

2010.04.20

난민 출신 귀화 인정은 쇼?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10-04-14 10: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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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자 속의 이모 할아버지는 ‘장동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얼굴을 뵈니 두꺼비만큼 흉측했습니다. 60년 전 벌어진 사건 때문이랍니다. 먹고살기 어려워 고향 여수를 떠나 일본 고베에 정착한 할아버지는 뱃사공으로 부지런히 살았는데, 남들보다 수완이 좋다는 이유로 일본인들의 시샘을 받았고 어느 날 낫으로 난도질을 당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목숨만은 건져 고물상을 하며 5남매를 키웠지만 예전의 그 미소는 잃고 말았습니다.

    ‘할배’를 뵙고 난 이후 이상하리만큼 부초처럼 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난민에게 관심이 간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마침 난민 출신 귀화인 1호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가 된 양 무척 반가웠습니다.

    난민 출신 귀화 인정은 쇼?
    그러나 난민인권센터 김성인 사무국장은 “한국이 UNHCR(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 집행이사국이 되면서 ‘난민 인정자’ 지위를 부여했듯,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인권지수를 높이려는 ‘쇼’가 아닐까”라고 우려했습니다. 난민 신청자들에게 일할 권리를 주지 않아 그야말로 빌어먹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놓은 데다, 그들이 일하면 2, 3년씩 구금시키는 정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에서 ‘난민 신청자에 대한 각국의 지원시설과 사회통합제도 연구’란 용역보고서를 낸 김종철 변호사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무엇보다 연말에 착공될 난민지원센터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난민 신청자들과 원하는 난민 인정자들에 한해 (안산처럼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이 아닌) ‘외딴’ 영종도에 ‘대단위’로 살게 하면서 생활비를 지원하다 보면 국가가 ‘그들만의 슬럼’을 만들어주는 꼴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땅에 사는 이모 할아버지의 후예들이 미소 짓는 날이 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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