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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ITARY

하늘의 척후병 ‘무인 헬기’ 뜬다

제자리비행 장시간 촬영, 해군에서 시범운용 … 민수용·활용 분야도 많아 주목

  •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하늘의 척후병 ‘무인 헬기’ 뜬다

하늘의 척후병 ‘무인 헬기’ 뜬다

오스트리아 시벨사가 개발한 무인 헬기. 육군은 헬기를 주로 사용하므로 헬기를 쓰는 것이 작전상 유리할 수 있다.

요즘 항공산업계의 대세는 무인기다. 에어쇼마다 새로 만든 무인기가 출품된다. 한국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무인기는 크게 전략용과 전술용으로 나뉘는데 전략용은 공군이, 전술용은 육군과 해군이 주로 사용한다. 전략용 무인기에는 U-2 정찰기처럼 고(高)고도로 날아가는 것과 전투기처럼 중(中)고도로 날아가는 것이 있다. 고고도 무인기의 대표가 미국제 글로벌호크이고, 중고도 무인기의 간판은 프레데터(미국제)다.

한국에는 고고도와 중고도 무인기가 없다. 그래서 고고도 무인기를 미국 등지에서 사오려 하고, 중고도 무인기는 자체 개발 중이다. 그러나 저고도 무인기는 있다. 육군 군단은 이스라엘제(製)인 ‘서처(Searcher)’와 국산 ‘송골매’ 무인기 운용 부대를 운용한다. 현재 군단은 30×70km를 작전구역으로 삼는데, 무인기는 이 구역 위로 날아가 적의 동태를 촬영해서 보내준다. 육군 사단에도 무인기 부대를 두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고정익기가 주류

현재 한국 사단의 작전구역은 15×30km (450km2)인데, ‘국방개혁 2020’에 따라 지금의 군단 작전구역 면적과 엇비슷한 30×60km(1800km2)로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4배나 넓어진 작전구역을 감시하려면 무인기 같은 확실한 정찰 자산이 있어야 한다. 육군의 사단 수는 군단 수의 3배이니, 그만큼 필요로 하는 무인기도 많아진다. 때문에 국내외 무인기 제작업체가 한국의 사단용 무인기 사업의 향방에 큰 관심을 쏟는다.

지금까지의 무인기는 일반 비행기처럼 날개를 가진 고정익기가 주류였다. 고정익기는 활주로나 활주로에 버금가는 평탄한 지형이 있어야 뜨고 내릴 수 있다. 공군이 운용하는 고·중고도 무인기는 덩치가 커서 후방에 있는 공군기지 활주로에서만 이착륙을 한다. 육군 부대는 전황에 따라 자주 이동해야 하는데, 활주로가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따라서 육군용 전술 무인기는 활주로 이륙과 함께 발사대를 이용한 발사를 병용한다(사진1 참조). 활주로가 없는 곳에선 트럭에 실린 발사대에서 쏘아 올리는 것이다. 임무를 끝내고 돌아올 때는 사진2에서처럼 트럭 위에 쳐놓은 그물을 향해 내려오다 걸려드는 방식을 이용한다.



무인기는 지상에 있는 조종사가 컴퓨터를 보면서 리모컨으로 조종하는데, 하늘에 있는 무인기 처지에서 보면 그물은 ‘점(點)’에 지나지 않는다.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무인기가 그 그물에 정확히 걸려들기가 쉽지 않다. 잘못되면 지상과 충돌해 박살이 난다. 전술 무인기 운용 부대에게는 이것이 큰 부담이다. 전술용 고정익 무인기는 다른 문제도 안고 있다.

육군 부대가 살펴봐야 하는 적은 대부분 지상군이다. 지상군의 기동 속도는 항공기처럼 빠를 수가 없다. 트럭이나 장갑차로 이동한다고 해도 하늘에서 보면 ‘느릿느릿’이다. 이러한 적을 살피려면, 아군 무인기는 헬기처럼 제자리비행을 하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고정익기는 한 곳에 떠 있을 수가 없으므로 선회비행을 하며 살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선회를 하다 보면 산과 같은 방해 지형을 만나 일시적으로 적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 게다가 고정익기는 일정한 속도를 내야만 ‘떠 있는 힘’인 양력(揚力)을 얻는다. 따라서 이륙하는 순간부터 양력을 얻을 때까진 계속 상승비행을 해야 한다. 적이 코앞에 있어도 지나쳐, 양력이 발생할 때까지 멀리 상승비행을 했다가 돌아와 살펴야 한다. 내려올 때도 그물 트럭 상공에서 그물이 찢어지지 않을 정도가 될 때까지 속도를 줄이는 하강비행을 거듭하다 걸려들어야 한다. 따라서 무인 고정익기의 실제 작전 시간은 상승과 하강비행 시간을 뺀 것이 된다.

하늘의 척후병 ‘무인 헬기’ 뜬다

1 무인 고정익기를 올려주는 발사대 차량. 트럭 적재함에 실린 형태와 트럭이 끌고 다니는 형태가 있다. 2 전술용 무인 고정익기를 강제 착륙시키는 그물 트럭.

산이 많은 한반도에 적합한 기종

고정익 무인기가 갖고 있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의 시벨(Schiebel)사는 무인 헬기(무인 회전익기)를 내놓았다. 무인 헬기는 발사대 차량이나 그물 트럭 없이 바로 이착륙한다. 따라서 운용 인원이 적다. 간단한 상승비행을 한 뒤 작전지역 상공으로 날아가 방해 지형이 없는 곳에서 제자리비행을 하며 장시간 촬영을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해군이 무인 헬기에 먼저 주목했다. 항공모함을 제외한 일반 함정엔 활주로가 없어서 갑판에서 뜨고 내릴 수 있는 헬기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타서 조종하는 유인 헬기는 탑승자를 위한 공간과 안전장비를 실어야 하므로 덩치가 커지지만, 무인 헬기는 이것이 필요 없으니 작게 만들어도 된다.

무인 헬기는 같은 기능을 하는 유인 헬기에 비하면 무게를 10분의 1 가까이 줄일 수 있어 초계함이나 고속정 같은 작은 함정에도 실을 수 있다. 때문에 한국 해군은 무인 헬기를 도입해 몇몇 함정에서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머지않아 함정용 헬기의 절대 다수는 무인 헬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인 헬기는 산이 많은 한반도 상황에도 적합해 사단용 무인기 사업을 준비하는 육군도 주목하고 있다.

무인 헬기는 민수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큰 농장주(農場主)가 구입해 씨앗을 뿌리거나 농약을 살포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에도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크레인에 카메라를 실어 하늘에서 보는 장면을 촬영한다. 그런데 크레인을 이동할 수가 없으므로 카메라맨은 원격으로 줌 기능을 조작해 원경(遠景)을 촬영한다. 만약 크레인 대신 무인 헬기를 이용한다면, 카메라맨은 훨씬 다양한 장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무인 헬기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재난현장을 살피는 데도 효과적이다. 인화(引火)의 위험성 때문에 유인 헬기를 접근시킬 수 없는 화재 현장에 무인 헬기를 띄워 화점(火點) 가까이에서 소화액을 살포하는 것이다. 만약 ‘거대 시장’인 육군이 무인 헬기를 선택한다면, 한국형 무인 헬기사업은 힘을 받을 것이다. IT(정보기술) 강자인 한국이 다양한 장비를 접목해 여러 용도의 무인 헬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전술용 무인 고정익기는 소모품?

두세 번 착륙하면 폐기…무인 회전익기가 블루오션


무인기 분야의 선구자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아이들 장난감인 리모컨 항공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장거리 침투가 가능한 군사용 무인 고정익기를 만들어냈다. 이후 미국과 프랑스가 가세하면서 무인 고정익기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선진국에서는 중대나 대대 같은 작은 부대에서도 무인 고정익기를 활용한다. 이러한 부대는 차량이 들어올 수 없는 산으로도 침투하기 때문에 무인 고정익기가 유리하다. 띄울 때는 엔진을 켠 뒤 사람 팔로 던져 날아오르게 하고, 돌아올 때는 낙하산을 펼치고 땅에 떨어지는 방식이다. 낙하산을 펼쳐도 하강속도가 있어 두세 번 착륙하면 이 무인기는 더 이상 이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전술용 무인 고정익기는 소모품적 성격이 강하다. 뒤늦게 무인 고정익기 사업에 뛰어든 한국은 ‘송골매’를 개발했으나 이스라엘, 미국, 프랑스 등에 막혀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개발 중인 중고도 무인기도 미국제 프레데터가 구축해놓은 시장을 뚫을지 의문이다. 무인 고정익기 시장은 한국에게 ‘레드오션’이다.

그러나 무인 회전익기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오스트리아 시벨사에 이어 일본 야마하사가 이라크에 파병했던 자위대에 소형 무인헬기를 제공한 것이 전부일 정도로 참여가 적다. 미국에서는 노스롭 그루먼사가 아파치와 유사한 대형 무인 공격헬기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무인기 시장은 고정익기에서 회전익기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잘 편승한다면 한국이 무인기 시장의 강자로 등극할 수도 있다.




주간동아 2010.04.20 732호 (p44~45)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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