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1

2010.04.13

제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4-07 11: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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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닷새째인 3월 30일 백령도는 침울했습니다. 천안함과 함께 가라앉은 장병 46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백령도 융기포구는 때아닌 손님들로 북적거립니다. 사고 이후 100여 명의 기자가 몰려들고 구조작업을 위해 군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사고 해역으로 나갔습니다. 거센 물살 탓에 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융기포구에서 사고 해역까지는 배로 10분 거리입니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오르더군요. 저 바다 아래 실종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비통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목 놓아 우는 일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실종자 가족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해군의 초기 대응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현장에선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폭파대(UDT)와 해난구조대(SSU)를 필두로, 해병대 민간구조대 등 170여 명이 몸을 아끼지 않고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2m에 이르는 높은 파도와 5노트에 달하는 빠른 유속, 3~4℃에 불과한 낮은 수온 탓에 구조작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고(故) 한주호 준위의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전해져 구조대원들은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래도 구조작업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오후 7시만 돼도 백령도는 짙은 어둠에 잠겨 사람은커녕 지나가는 차도 보기 어렵지만 늦은 밤까지 구조작업은 계속됐습니다.

    제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
    잠 못 드는 것은 백령도 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4월은 백령도 어민의 주 수입원인 까나리 조업이 시작되는 때지만 사고 발생 이후 모든 조업이 중단됐습니다.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히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며 구조작업과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인천 옹진군 백령면 장촌리 마을 주민들은 구조작업에 참여하는 군 장병들을 위해 떡과 커피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기적이 일어나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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