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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동물학대냐, 경제활동이냐

‘물개사냥’ 놓고 캐나다판 보신탕 시비 가열 … 월드스타들까지 반대 캠페인에 동참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facebok@hanmail.net

잔혹한 동물학대냐, 경제활동이냐

잔혹한 동물학대냐, 경제활동이냐

얼음판에 엎드려 있는 새끼 하프물개. 캐나다 어민들은 이 새끼 물개를 총이나 뾰족한 막대로 사냥한다.

순박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나라. 캐나다에 대해 세계인이 갖는 이미지다. 그러나 해마다 이맘때면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이 캐나다를 잔인무도하다고 규탄하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물개사냥’ 때문이다.

물개는 차가운 바다에 산다. 때문에 남극이나 북극과 가까운 나라에서만 상업적 사냥이 이뤄지는데, 약 3분의 2가 캐나다 몫이다. 2007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36만 마리의 물개가 잡혔는데, 이 중 23만 마리가 캐나다산이었다. 물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캐나다산의 주종은 하프물개(harp seal). 주권국이 자기 영토에서 야생동물 잡는 것을 외국에서 간섭할 일은 아니지만, 하프물개 잡는 방법이 처음 보는 사람 눈에는 특히 끔찍하기 때문에 극성단체(?)가 규탄할 빌미가 된다.

만삭의 물개는 바다에 떠도는 얼음판에 올라가 새끼를 낳는다. 큰 얼음판이면 여러 마리의 어미가 한꺼번에 자리를 잡고 분만한다. 어미는 2주일간 새끼와 함께 지내며 젖을 먹인 뒤 영원히 이별하고 바닷물로 돌아간다. 아직 헤엄칠 줄 모른 채 혼자 남겨진 새끼는 이때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며 근육의 힘을 키우다, 생후 7~8주가 돼야 비로소 물속에 들어가 먹잇감을 찾는다.

무방비 새끼 물개만 잡아

상업적인 물개잡이의 대상은 대부분 이 얼음판의 새끼다. 캐나다 북극권 원주민 이누이트(에스키모)는 대대로 물개사냥을 해왔다. 그런데 사냥 반대단체의 지탄은 대서양에 면한 퀘벡 주와 뉴펀들랜드 주의 물개잡이에 집중된다. 해마다 늦겨울에서 봄까지 이들 지역에 사는 6000여 명의 어민이 새끼 물개를 잡기 위해 나선다.



어민들은 작은 배로 이동해 새끼들이 있는 얼음판에 오른 뒤 총으로 머리를 쏘아 죽인다. 총을 맞고도 즉사하지 않으면 ‘하카피크(hakapik)’라는 재래식 도구를 동원한다. 길이 1~1.5m의 나무막대기 끝에 뾰족한 쇠붙이를 달아 도끼처럼 내리치는 연장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 하카피크를 수백 년 전부터 물개를 잡을 때 써왔다.

물개는 식재료나 동물사료로 쓰이기도 하고, 지방은 건강식품으로 팔리는 오메가3의 원료가 된다. 그러나 어민들이 주로 챙기는 것은 물개의 털가죽. 이들은 갓 잡은 물개의 털가죽만 벗겨가고 나머지는 얼음판에 방치한다.

짐승의 새끼는 다 그렇지만, 새끼 물개는 특히 귀엽다. 보드라운 털이 덮인 포동포동한 몸에 눈망울은 순진무구 자체다. 또 어린 물개는 자기 방어력이 전혀 없다. 위험을 직감해 물속으로 도망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얼음판에서 몸을 자유롭게 가누지도 못한다. 사람이 다가가면 이들은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만 본다.

사람들은 이 어린것들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하카피크로 내리친 뒤 곧바로 털가죽을 벗긴다. 눈까지 덮여 순백인 얼음판에 선혈이 낭자하다. 쓰레기처럼 널브러진 물개 시신을 버려두고,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현장을 뜬다. 차마 눈 뜨고 끝까지 보기 어려울 정도로 참혹한 이 현장 동영상을 국제동물보호단체들은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동물학대 방지뿐 아니라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캐나다의 물개사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람이 물개를 해치지 않더라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머지않은 장래에 재앙이 올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남극과 북극 얼음판이 줄어들어 물개가 새끼 낳을 장소를 찾지 못하고, 이에 따라 물속에서 분만한 새끼가 바로 익사하는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것. 국제인도주의협회(Humane Society International)에서부터 그린피스까지 세계의 동물보호 또는 환경단체 모두가 나서서 물개잡이를 성토하고 있다.

30여 년 전부터 해마다 물개사냥철이 되면 캐나다는 이 잔혹 시비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이번에 성난 목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것은 캐나다 연방정부가 어민에게 허용한 사냥 두수(頭數)가 지난해보다 5만 마리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개잡이에 대한 캐나다 정부의 견해는 사냥 반대단체들의 시각과 매우 다르다. 인터넷 동영상은 상황을 자극적으로 편집한 것이며, 그 배경을 이해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연방정부와 해당 주정부는 한목소리를 낸다. 총을 쏘든, 하카피크를 쓰든 물개는 단번에 의식을 잃고 곧 숨을 거두기 때문에 고통은 순간에 그친다는 것. 도살장에서 처치되는 다른 동물과 비교해도 자비심의 관점에서 시비 걸 일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정부는 어민들에게 물개사냥 면허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이들의 숨을 끊는 방법에 대해 교육한다. 털가죽을 벗기기 전 물개가 완전히 의식을 잃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도 가르친다. 총과 하카피크의 규격도 정해져 있다.

캐나다 당국은 자연 상태에서도 새끼 물개가 북극곰 먹이로 많이 희생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리고 북대서양의 하프물개가 690만 마리로 추정되기 때문에 오히려 과잉을 걱정해야 할 단계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개체 수 과잉이 걱정”

캐나다 당국의 해명에 일리가 있고, 그 반대편 주장은 논리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성격이 짙지만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월드스타들도 대거 후자 편에 가세하고 있다. 왕년의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현역 여배우 킴 베이싱어, 대부호의 딸 패리스 힐튼 등이 물개사냥 반대 캠페인에 앞장선다. 논쟁을 지칭하는 용어부터 쌍방이 다른 것은 당연지사. 반대 측은 ‘아기물개 살육(baby seal slaughter)’, 캐나다 당국은 ‘해양포유류 사냥(sea mammal hunt)’이라 부른다.

캐나다 전체 경제활동 차원에서 보면 물개잡이는 소수 어민의 어한기(漁閑期) 부업에 지나지 않는다. 물개모피 및 기타 물개 제품의 연간 총 생산량은 2000만 달러(약 23억 원)에 그친다. 그럼에도 정부가 어민 처지를 적극 두둔하는 것은 ‘남의 나라 일에 왜 외국인들이 간섭하느냐’는 일종의 오기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생각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 3월 초 한 상원의원이 의사당 내 식당에서 물개고기 요리를 주 메뉴로 한 파티를 열자 여당, 야당 가릴 것 없이 많은 의원이 참석했다. 극성스럽기로 소문난 캐나다의 동물보호단체들도 ‘물개 논쟁’에는 대체로 침묵하는 편이다.

캐나다의 물개잡이에 거세게 항의하는 나라는 유럽, 미국 등 주로 잘사는 국가다. 캘빈 클라인, 토미 힐피거, 랄프 로렌 등 유명 패션 브랜드는 물개 제품 사용 중단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 의회도 올해부터 물개 모피를 비롯해 외국산 물개 관련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대해 캐나다 정부는 국제교역 관례에 어긋난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한편, 대체 시장으로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보신탕, 에스파냐의 투우, 캐나다의 물개잡이. 드러내놓고 자랑할 문화유산은 아닐지라도 감출 것 없고, 외부에서 시비 걸 일도 없는 각 나라의 자연과 인문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문화가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요즘 캐나다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주간동아 2010.04.06 730호 (p62~63)

밴쿠버=황용복 통신원 faceb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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