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0

2010.04.06

정치인들의 구설수는 전략?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0-03-29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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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3월 21일 열린 일요법회 때, 봉은사가 조계종 총무원 직영사찰로 편입되는 과정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촉발된 파문은 점차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안 원내대표의 부인에도 그의 평소 발언과 명진 스님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논란의 발언을 했을 개연성이 커 보입니다. 안 원내대표는 3월 16일 한 교육단체의 출범식에 참석해 “(좌파) 이념교육이 아동 성폭행을 발생시킨다”고 말하는 등 유독 좌파 발언을 거리낌 없이 쏟아냈습니다.

    이미 불교계에선 오래전부터 집권세력으로부터 좌파로 찍힌 강남의 명진 스님, 강북의 수경 스님을 몰아내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명진 스님은 북한 김정일 정권을 미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민족 21’의 발행인이며, 사법부에 의해 이적단체로 규정된 범민련의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범민련 중앙총회에 참석해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종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안 원내대표가 계속되는 좌파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설왕설래합니다. 평소 좌파 알레르기를 가진 그가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주장부터 6월 지방선거에서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또 하반기 국회의장이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경 발언을 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옵니다. 사실 안 원내대표는 강단 있게 일을 처리한다는 평가와 함께 유력한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차기 국회의장 자리는 물 건너갔다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정치인들의 구설수는 전략?
    한편 여권은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의 설화(舌禍), 사법부 개혁안을 둘러싼 법원과의 갈등에 이어 조계종 사태까지 불거져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하반기 국회 일정을 보면 세종시 법안 처리, 개헌 문제 등 굵직한 사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이러한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계속 속도를 낼지 아니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지, 향후 정국을 가름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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