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9

2010.03.30

K-water, 지구촌 생명을 키운다

수력발전산업 수주, 탄소배출권 판매 … 가뭄과 홍수 세계 물 관리 시장에도 도전장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3-23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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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water, 지구촌 생명을 키운다
    3월에는 화이트데이만 있는 게 아니다. 3월 22일 ‘세계 물의 날’도 있다. 알고 보면 물 문제, 생각보다 심각하다. 이쪽은 빙하가 녹아 걱정, 저쪽은 땅이 말라서 아우성. 지구의 불균형은 늘어나는 도시인구와 그들이 내뱉은 이산화탄소 탓이다. 흙탕물을 퍼 마시는 아프리카 아이들이나 갈 곳 잃은 에스키모인들의 아픔은 곧 우리의 문제인 것. 그래서 UN은 1992년 세계인이 머리 맞대고 물 문제를 고민하자는 취지로 ‘세계 물의 날’을 선포했다.

    하지만 물은 골칫덩이로 떠오르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 분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3월 1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현재 10억 명이 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상태라면 2030년에는 2명 중 1명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이라며 “수자원에 대한 가격을 책정해 잠재적 횡포와 불균형을 막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발 빠른 선진국들은 OECD가 선포하기 훨씬 전부터 물의 경제성에 주목했다.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수에즈, 독일의 RWE, 영국의 템스워터 등이 대표적인 물 기업. 일본도 정부 차원에서 자국 기업의 물 관련 해외수주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국의 물을 책임지는 ‘K-water’(한국수자원공사)는 “물의 시대를 맞아 한국도 세계 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물 종합서비스’가 꿈

    “K-water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물 종합서비스 전문 공기업이에요. 15개 다목적댐을 비롯, 수자원의 개발관리를 통해 홍수나 가뭄 등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죠.”



    다소 낯선 이름인 “K-water가 뭐 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홍보팀 이남수 차장이 설명을 이었다. 1967년 문을 연 한국수자원공사는 2006년 ‘K-water’라는 기업브랜드명을 도입했다. 고객 중심의 세계적 물 서비스 기업을 향한 의지가 담겼다.

    K-water의 주요 역할은 안정적 용수 공급과 재해 예방. 계절별로 강수량 편차가 커 물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기상분석 시스템, 홍수분석 시스템 등 선진 시스템을 통합해 날씨를 예측하고 대비한다. 얼마 전에는 기상예측 전용 슈퍼컴퓨터도 도입했다. 효율적인 물 관리를 위한 것이지만 선진 물 관리 기술을 브랜드화해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도도 깔렸다. 다음은 물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배영대 차장의 말이다.

    “K-water는 빈번한 가뭄과 홍수에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물 관리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지난해 태백지역 가뭄은 강수량이 평소 3분의 1 수준인 데다 땅속으로 빠지는 누수율이 커 상황이 더 나빴습니다.”

    물 관리 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세계 시장 진출에도 고삐를 당겼다. K-water가 처음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1994년.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중국과 캄보디아 등에 기술지원과 감리를 제공했다. 그러다 2005년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고, 2009년 파키스탄에서 처음으로 달콤한 결실을 맛봤다.

    K-water, 지구촌 생명을 키운다

    ▲파키스탄 파트린트 수력발전 협약식. ▶베트남에서 식수개발 봉사 중인 직원들.

    이 사업은 파키스탄 인더스 강 지류에 수력발전소를 건설, 30년간 운영하는 내용. 3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해 2014년까지 배당수익을 받게 된다. 이번 수주는 그간 해외사업 기반을 탄탄히 다져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동안 네팔, 아프가니스탄, 아이티, 케냐 등 18개국에 수자원 관련 도움을 주며 물 관리기술 강국의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현재 베트남의 식수개발 사업, 캄보디아의 수력발전소·운하 건설 등 7개국에서 10개 소규모 사업을 진행 중이다.

    ‘K-water 교육원’의 글로벌 물 교육도 그 일환. 처음에는 경험을 공유하다가 지금은 17개 교육 프로그램을 연 206명에게 교육하는 규모로 발전했다. 지금까지 동남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물 분야 공무원 1000명이 이곳의 현장 실습센터에서 첨단 물 관리기술을 배우고 갔다.

    식수와 관련한 해외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K-water는 기업 특성을 살린 ‘맑은 물 네트워크 개발’ ‘해외 식수개발’ 등으로 ‘물 나눔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2006년 타지키스탄 봉사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등 물이 부족한 마을로 가 우물을 파주는 등 식수 개발을 도왔다. 2009년 말 필리핀이 수해를 입었을 때는 수돗물 1만 병을 보내기도 했다. 황선민 차장은 “해외 봉사활동과 개발도상국의 수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것 모두 ‘물 나눔’의 일환이다. 특히 봉사활동은 해외사업과도 연계할 수 있어 더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물 나눔 사업 세계가 주목

    최근 K-water는 의외의 뉴스로 주목을 끌었다.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네덜란드 AMRO 은행에 탄소배출권을 판매, 1억 8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탄소금융에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국내기업 간 거래를 처음으로 성사시켰다. 수익은 약 2억 원. 김덕제 차장은 “수력발전으로 발생한 재생에너지 실적을 인정받아 탄소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지 않았지만, 기준에 맞추면 CDM으로 탄소배출권을 받을 수 있어요. 이번 거래는 UN이 마련한 전자시스템에 탄소배출권을 등록해 필요로 하는 기업에 판매한 거죠. 의무감축 국가의 기업들은 벌금을 내는 것보다 저렴하게 탄소배출권을 사는 게 이익이라 8군데 정도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해외 진출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K-water의 키워드는 ‘친환경’. ‘가뭄·홍수-기후변화-화석연료’의 연결고리를 잘 알아서다. 이를 위해 댐 건설부터 관리까지 환경 친화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계획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기본, 완공 뒤에도 두루미 먹이주기, 돌무더기와 나무더미로 수달의 서식환경 만들어주기, 어류산란장 설치하기 등 야생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런 노력으로 K-water의 청주정수장은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미국 수도협회가 주는 ‘5-star’ 인증을 받았다. ‘5-star’는 ‘정수장 운영관리능력 인증제도’의 최고 등급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정수장 9곳만 인증을 받았다. K-water는 2015년까지 운영 중인 정수장 36개 모두 최고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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