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9

2010.03.30

학업과 운동 병행의 매력

  • 박훈상 기자tigermask@donga.com

    입력2010-03-23 11: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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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 저는 미식축구 국가대표였습니다. 2007년 가와사키 미식축구 월드컵에 오펜시브 레프트 태클로 출전했습니다. 미식축구 본고장 미국 선수들과 했던 경기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제 앞에 선 커다란 미국 선수가 187cm, 108kg의 작은 체구(?)인 저를 가볍게 쥐고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한국팀은 재일교포 선수들과 한 팀을 이뤘습니다. 재일교포 선수들의 수준은 상당했습니다. 이들의 활약이 더해져 한국팀이 프랑스를 꺾고 5등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핏줄인데 그 차이가 어디서 왔을까 궁금했는데, 와세다대학에서 합숙훈련을 하면서 자연스레 의문점이 해결됐습니다.

    와세다대학 미식축구부 선수는 특기생으로 들어온 전문 운동선수가 아닙니다. 평소에는 그저 열심히 공부하는 일반 학생입니다. 하지만 공강 때마다 모여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아령을 들고, 운동장에서 끊임없이 뛰며 기초체력을 다집니다. 미식축구 기술, 전술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학업과 운동을 손에서 놓지 않았기에 졸업 뒤 사회의 주역이 됩니다.

    한국에는 운동선수와 일반 학생 간의 수준 차이가 큽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죠. 매년 새 학년이 시작되면 ‘한 체력을 요구하는’ 운동 관련 동아리들이 신입부원 모집에 애를 먹는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힘들게 신입생들을 뽑아놓아도 금세 동아리를 떠납니다. 그러면서 한마디씩 합니다. “취업 공부가 바빠서”“훈련이 힘들어서”“친목도모 수준인 줄 알았는데”…. 미식축구부가 소녀시대 뮤직비디오와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도 출연해봤지만 효과는 없었습니다.

    학업과 운동 병행의 매력
    7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역도부는 홍보 문구에 ‘헬스 동아리’를 집어넣었습니다. 맨발 구보로 유명한 태권도부는 전통을 중시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드럽게 변하려 합니다.



    저는 미식축구를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역도부, 태권도부 주장도 신입부원 모집의 어려움을 털어놓았지만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진정한 학원 스포츠의 모습이 아닐까요? 한국에 운동선수 같은 학생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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