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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新약골시대 생존법 03

“전교생 아침달리기 성적이 좋아졌어요”

‘체력 좋은 아이가 공부 잘한다’ 과학적으로 연이어 증명

“전교생 아침달리기 성적이 좋아졌어요”

“집에만 있으면 갑갑한데 운동장에 나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 공부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이 문제잖아요. 이렇게 운동하고 나면 집중이 더 잘돼요”(김형래·14·가명)

“새 학기 적응하기도 바쁜데 운동할 시간이 어디 있어요. 운동하면 피곤하기나 하고….”(유동훈·13·가명)

3월 7일 일요일 서울 강남구 도곡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김군, 서울 동작구 한 PC방에서 만난 유군의 운동과 공부에 대한 생각은 이렇게 판이했다. 과연 어떤 방식이 실제 성적 향상과 효율적 학습에 더 도움이 될까. 현실은 유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과학은 냉정하게 김군의 손을 들어준다. ‘체력 좋은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는 명제는 ‘참’으로 증명된 지 오래다.

책 ‘운동화 신은 뇌’에 소개된 미국 일리노이 주 네이퍼빌 센트럴고등학교의 사례는 이미 전설이다. 이 학교 신입생들은 매일 아침 정규수업 전에 심장박동 측정기를 단 채 운동장을 1.6km 정도 달린다. 이 학교는 1년간 ‘0교시 체육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체육수업을 전혀 받지 않은 학생들보다 읽기 능력이 17% 향상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5년부터 실시한 ‘0교시 체육수업’ 덕분에 네이퍼빌 센트럴고교 학생들은 세계 학생들이 참가하는 학업성취도평가 팀스(TIMSS)에서 과학 1등, 수학 6등을 기록했다. 미국 평균이 과학 18등, 수학 19등인 것에 비하면 훌륭한 성과.

국내에서도 이런 연구결과가 적지 않다. 2008년 전주교대 체육교육학과 박용연 교수는 전라도 지역 초등학교 6학년 328명을 대상으로 체력장 및 체질량지수(BMI) 점수와 국어, 수학 등의 성적을 비교함으로써 공부와 체력의 상관관계를 알아봤다. 그 결과, 1000m 달리기가 빠르고 윗몸일으키기를 잘하며 BMI 지수가 낮은 학생일수록 성적이 좋았다. 박 교수는 “오래달리기는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으로, 지구력이 좋은 아이들이 한자리에 오래 앉아 꾸준히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성적도 좋다”고 말했다.



“체력이 좋으면 두뇌는 최적의 상태”

국내 최고 브레인만 모이는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는 체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아 입학시험에 체력 테스트를 포함시켰다. 민사고 학생이 되려면 4km 달리기에서 남자는 30분, 여자는 35분 안에 들어와야 한다.

‘체력이 좋으면 공부를 잘한다’는 명제는 뇌과학 분야(brain science)에서도 이미 증명됐다.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서상훈 교수는 “체력이 좋으면 두뇌가 공부하기에 최적의 상태가 된다”고 설명한다. 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운동은 온몸에 자극을 주는데, 기억력을 관장하는 뇌 속 해마도 운동에 의해 자극을 받는다는 것. 다시 말해 운동을 하면 학습내용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운동을 하면 몸속 혈액량이 풍부해지는데 이 역시 기억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 혈액이 많으면 그만큼 뇌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 서 교수는 “운동은 지속적으로 소뇌에 자극을 줘 뉴런을 활성화하며 머리 회전이 원활해지도록 돕는다”고 덧붙였다. 전주교대 박용연 교수도 “행동능력은 인지능력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려면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의 노화 및 치매 연구소 칼 코트먼 소장이 실시한 최근 동물실험이 이를 뒷받침한다. 칼 소장은 쳇바퀴를 이용해 2, 4, 7일 달리기를 시킨 쥐와 달리기를 전혀 시키지 않은 쥐의 뇌를 비교했다. 그 결과, 달리기를 한 쥐의 신경세포 성장인자가 비교집단의 쥐보다 훨씬 많이 증가했으며, 증가량 또한 운동을 많이 한 쥐일수록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경세포 성장인자가 많을수록 학습 속도가 빠르므로, 운동을 많이 한 쥐일수록 빨리 배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학습태도와 집중력 향상

운동을 하는 아이가 체력이 좋아지고 집중력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해보인 학교도 있다. 2009년 3월부터 전교생 아침달리기를 실시한 서울 성북초등학교는 체력 향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학기 중에는 오전 8시에 ‘아침달리기’를 실시한다. 운동장에 설치된 트랙을 따라 저학년은 3바퀴, 고학년은 6바퀴를 완주하면 스티커를 받는다. 스티커를 많이 모은 학생은 학기말에 선물도 받는다. 학생들이 지루해할까봐 가끔 허들, 물웅덩이 등 장애물을 설치하고 반별 이어달리기 경주도 한다.

“전교생 아침달리기 성적이 좋아졌어요”

매일 아침 운동장을 달리는 서울 영서초교 학생들. 체력이 좋은 아이들은 공부도 잘한다.

꾸준한 아침달리기 덕에 학생들의 체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한국체대 체육과학연구소(KNSU)가 성북초 전교생의 4월과 12월 체력을 비교했다. 그 결과 남학생의 체지방률은 22.7%에서 21.5%로, 여학생의 체지방률은 23.5%에서 23.2%로 감소했다. 윗몸말아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등 신체능력 평가에서도 높은 수치의 향상을 이뤘다.

이 학교 신승현 체육부장 교사는 “체력이 향상되다 보니 학습태도와 집중력도 그만큼 좋아졌다”고 말했다.

“아침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학습태도가 확실히 좋아졌다. 전에는 잠에서 덜 깨 부스스한 채로 수업을 듣던 아이들이 아침달리기를 한 이후부터는 맑은 정신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아무리 어려운 것을 가르쳐도 지치지 않는다. 아침밥도 꼭 챙겨먹고 오기 때문에 3, 4교시 수업분위기도 덜 산만하다.”

‘아침건강달리기’를 하고 있는 서울 영서초등학교 학생들의 체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5학년 학생들의 60m 달리기 성적을 보면 아침건강달리기 시행 전인 4월에는 평균기록이 10초8이었지만 12월에는 9초25로 1.55초나 줄였다. 1000m 달리기 기록 역시 4분 30초에서 4분 10초로 단축됐다. 강성필 교사는 “오전 8시 50분에 교실에 딱 들어와 아이들의 얼굴 표정만 봐도 아이가 아침달리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아침에 운동을 안 한 아이들은 ‘공부 시동’을 거는 데 한참 걸리지만, 달리기를 하고 온 아이들은 1교시에도 생동감이 넘쳐요. 발표도 잘하고, 학습 내용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요.”

초등학생뿐이 아니다. 제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남훈(27) 씨는 “사법시험 합격 일등 공신은 농구동아리”라고 말했다. 김씨는 “공부에 지칠 때마다 코트에 나가 땀을 흘리고 오면 새로운 뇌를 장착한 것처럼 상쾌해져 공부가 더 잘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공부만 할 것 같은 신림동 고시촌에는 다양한 운동동아리가 있다. 헬스장, 복싱장 등을 찾는 사람도 있고 밤마다 고시촌 주변의 학교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도 많다. 고시촌 생활 8년차인 최모(30) 씨는 매주 일요일 낮 2시간 동안 서울 관악구 강남고등학교에서 조기축구회에 참여한다. 최씨는 “공부가 안 될 때 갑갑한 독서실 의자에 앉아 5시간 동안 책을 붙들고 있는 것보다, 운동장에서 땀 흘리고 샤워하고 낮잠을 잔 뒤 1시간 동안 공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주의력 결핍장애 고치는 역할도

운동으로 체력이 좋아지면 주의력결핍장애(ADHD)도 극복할 수 있다. 미국 호프스트라대학에서는 주의력이 결핍된 8~11세 남자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일주일에 두 번 무술을 배운 아이들과 두 번 유산소운동을 한 아이들,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한 것. 결과적으로 유산소운동을 한 아이들이 운동을 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행동이 안정됐고 학업성적도 많이 향상됐다. 그중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무술을 배운 아이들.

실제로도 산만한 자녀의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아이를 태권도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다. 서울 강서구 임채원(7) 군의 어머니 박세영(38) 씨는 “아이가 한자리에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산만했는데, 태권도학원에 보낸 뒤부터 나아졌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합기도국술관 오원호 관장은 “엄격한 규율과 예절을 배움으로써 자기 통제력이 향상되고, 상대방과 대련하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흥미를 느낄 뿐 아니라 집중력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14년간 서울 강서구 덕원여자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지성호 체육부장 교사는 단 한 해, 고3 체육수업이 없어졌던 해를 기억해내곤 이렇게 말했다.

“2004년,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체육수업 대신 자습을 했어요. 공부시간은 늘었지만 결국 입시 결과는 이전 해보다 좋지 않았지요. 결석, 조퇴를 하거나 잔병을 치르는 학생도 많았고요. 그렇게 ‘체육수업 하기 싫다’던 학생들이 학년을 마칠 땐 후회하더군요. 일주일에 단 한 시간이라도 체육수업을 했더라면 체력이 좋아져 더 오래 공부할 수 있었을 거라면서요.”



주간동아 2010.03.30 729호 (p22~24)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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