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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두 얼굴의 ‘계약학과’를 아십니까?

맞춤형 인재 양성 취지에도 잇단 부작용 … 대학 정원 늘리기·부정입학 악용 우려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두 얼굴의 ‘계약학과’를 아십니까?

두 얼굴의 ‘계약학과’를 아십니까?
#1. 지난 2월9일 건국대는 2010학년도 1학기부터 대학원에 차세대 녹색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미래에너지학과를 계약학과로 신설한다고 밝히고,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태양전지과학 전공 석·박사 과정 신입생을 12일까지 모집했다. 건국대 측은 “대학에서 경험을 쌓고 현장에 진출하면 연구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어 바람직한 산학협력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2. 지난 1월27일 서울기독대는 신학과 등 계약학부 소속 학생 313명 전원에게 통지문을 보내 “계약학부 설치 관련 법령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감사 지적에 따라 입학을 취소하고 이에 따른 등록금을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계약학부 소속 교수 9명과 강사 98명 등 107명의 해임을 통고했다. 하루아침에 학교에서 쫓겨나가게 된 계약학부 학생들과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한 달째 학교와 대치 중이다.

기업과 학교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건국대뿐 아니라 서울대 임상의과학과 등 계약학과 설립이 잇따르자 언론에서는 계약학과를 ‘산학협력의 결실’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계약학과가 폐지되고, 학생들이 앞장서 계약학과를 반대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소동에도 일반인에게 계약학과는 여전히 생소하다.

계약학과는 산업교육기관(전문대·산업대·4년제 포함)이 국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기업 등의 요청에 따라 계약을 맺고 설립하는 특정 분야 학과를 말한다.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를 근거로 2004년부터 계약학과 설치가 이뤄졌다. 계약학과가 만들어진 취지는 ‘기업 맞춤형 인재 양성’이다. 성균관대 휴대폰학과 정민영 교수는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마쳐도 입사하면 재교육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는 인력 양성을 위해 계약학과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흔히 계약학과는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100% 보장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중심이 돼 채용을 조건으로 학자금 지원계약을 체결하고, 특별한 교육과정 운영을 요구하는 ‘채용조건형’은 5개 학교 12개 학과 401명에 불과하다. 채용조건형의 대표적인 사례는 성균관대 대학원 휴대폰학과다. 삼성전자와 협약을 통해 소프트웨어 분야 고급인력을 양성한다. 삼성전자는 입학생 전원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며, 졸업 후 삼성전자 DMC 부문 입사를 보장한다.

계약학과의 절대 다수는 ‘재교육형’이다. 재교육형은 부산대 냉동공조에너지전공을 비롯해 51개 대학 188개 학과 6168명에 이른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비의 일부를 부담하면서 소속 직원의 재교육이나 직무능력 향상 또는 전직 교육을 의뢰한다. 재교육형 계약학과가 압도적인 이유는 기업과 학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은 교육비 전액을 지원하며 고용까지 책임져야 하는 채용조건형에 비해, 비용을 기업과 직원이 절반씩 부담하는 재교육형을 선호한다. 기업이 부담하는 절반의 비용조차 반드시 현금일 필요는 없다. 기업체 현장을 강의 장소로 제공하는 방식의 현물출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의 부담은 그만큼 덜하다.

학교 측에서도 재교육형 계약학과는 남는 장사다. 입학정원이 정해져 있는 채용조건형과 달리 재교육형은 정원 외로 운영된다. 계약학과와 성격이 유사한 정규학과가 있으면 얼마든지 설치할 수 있다. 정규학과 중에 경영학과가 있으면, 이와 유사한 스포츠경영학과, 심리경영학과, 에너지경영학과 등의 계약학과를 만드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정규학과 학생 수보다 계약학과 학생이 많은 경우도 생긴다.

더욱이 계약학과를 만들더라도 추가로 전임교원, 교사, 교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학교의 부담은 적다. 경기도 H대학 계약학과 교수는 “강의실 등은 산업체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주로 산업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겸임교수로 데려온다.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살린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학교에서는 그만큼 싼 비용으로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두 얼굴의 ‘계약학과’를 아십니까?

서울기독대는 계약학부 설치 관련 법령 미비라는 교과부 감사 지적이 있자 계약학부를 폐지해 교수, 학생들과 대치 중이다.

이런 까닭에 대학들이 앞다퉈 계약학과를 설립하고 있다. 학교와 산업체 간 계약학과 설치 운영에 관한 계약을 맺으면, 손쉽게 설립이 가능하다. 이때 산업체에는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을 비롯해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와 의료기관, 군부대 등이 포함된다. 계약학과 교수들은 기업을 돌아다니며 ‘계약학과 설치·운영 계약’을 맺기 위해 세일즈를 벌인다. 서울 K대학 계약학과 교수는 “계약관계가 끝나는 순간 계약학과는 존립 근거를 잃는다. 계약학과 교수 대부분이 전임교수가 아닌 신분이 불안정한 겸임교수인 탓에 산업체 유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과부 “모든 산업체 조사 어려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체성이 모호한 사업체를 만들어 등록을 알선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A회사 직원이 B학교 계약학과에 들어가고 싶지만 A회사와 B학교 간에는 계약학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되지 않았다면, B학교에서는 A회사 직원이 C라는 사업체에 등록하도록 하는 식이다. C라는 사업체와 B학교는 MOU를 맺었기 때문에 A회사 직원은 C사업체 소속으로 계약학과에 등록하는 것이다.

물론 교과부는 매년 9월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대학 측에 산업체 명단을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문제는 학교당 수십 개에 이르는 산업체를 한두 명의 교과부 인력으로 ‘산업체 구성 요건은 갖췄는지’ ‘유령 사업체는 아닌지’ 등 MOU 진위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계약학과에 대한 면밀한 감사는 없는 실정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계약학과는 기본적으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설치, 운영하는 만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학교 측에서 제출한 산업체 명단을 보다가 크게 의심되는 산업체에 대해서는 조사를 벌여 적격 여부를 판단하지만 모든 산업체를 면밀히 조사하기에는 어려운 여건”이라며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제도 정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정입학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계약을 맺은 기업 간부들이 자신의 자녀를 직원으로 등록해 입학시킨다는 것. 약학대 계약학과 설립을 반대하는 전국약학대학학생회협의회 정수연 회장은 “약학대 계약학과는 편법적으로 정원을 늘릴 뿐 아니라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 응시를 통해 들어오는 학생들에 비해 불공정 입학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제약업체 직원이 입학하는 과정에 간부급 인사의 혈연 및 지연이 개입돼 청탁 등으로 인한 부정입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상당수 계약학과는 ‘소속 직원의 재교육 및 직무능력 향상’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 자신이 일하는 분야와 무관한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 재교육형 계약학과는 정규학과에 비해 등록금이 절반에 불과해 일반인 수요가 많고, 학교 측도 정원 늘리기에 혈안이 돼 계약학과 학생들이 소속된 산업체가 실제 재직 중인 곳이 맞는지 의심이 가도 이를 묵인하고 입학을 허가한다. 실제 교과부 감사 결과, 직원이 재직증명서를 제출한 곳(학교와 MOU를 맺은 산업체)과 고용보험 지급업체(실제 근무업체)가 다른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계약학과 설치에 가속 페달을 밟기에 앞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때다.



주간동아 2010.03.16 727호 (p44~45)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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