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5

2010.03.02

혁신도시는 불신 덩어리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0-02-23 17: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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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을 본 순간 어리둥절했습니다. 전국 혁신도시 10곳 중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부산시의 공사 부지는 황량한 풍경이었습니다. 높게 올라가봐야 2, 3층. 이제 막 터 닦기 작업을 시작한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부산시의 공사 진척률 1위의 비밀은 간단했습니다. 아직 이전기관조차 결정되지 않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부산시는 일이 착착 진행되는 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산시 관계자들은 “이미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부산은 출발부터 다르다. 2012년까지 혁신지구 4곳을 완공하는 데 문제없다”며 의기양양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길은 순탄치 않아 보입니다. 부산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모두 13곳. 이전기관 직원들은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부산시의 말에 하나같이 코웃음을 쳤습니다. 이전을 둘러싼 분위기, 이전 조건 등 혁신도시에 대한 부산시와 이전기관 직원들의 의견은 극단을 달렸습니다.

    먼저 온도차가 가장 큰 부분은 이전지역에 대한 분위기입니다. 부산시 관계자들은 전국 10개 도시 중 그래도 부산이 낫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전기관 직원들의 속내는 달랐습니다. 한 직원은 “제주도를 제외하면 어딜 가든 마찬가지”라며 “다른 지역 수준으로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혁신도시는 불신 덩어리
    복지 문제에서도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기관협의체는 시장실 점거농성을 벌인 끝에 “원하는 지역에 브랜드 아파트를 설립해달라”는 요구를 관철시켰습니다. 이들의 핑퐁게임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목고 설립, 아파트 분양가, 배우자 취업 알선 등 민감한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양측 모두 혁신도시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혁신도시의 긍정적인 면을 설명하던 부산시 관계자는 말미에 “공공기관 13곳이 내려온다고 뭐가 크게 바뀌겠나”라는 말을 했고, 한 이전기관 관계자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계획이 수정됐으니 앞으로도 정책 방향이 어찌될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완공까지 앞으로 3년. 혁신도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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