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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뇌 속 욕망을 꺼내라! 05

“뇌, 대륙을 발견한 쾌감과 행복”

뇌 과학 최전선 조장희 소장·오가와 박사 “뇌세포의 언어 연구”

  •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뇌, 대륙을 발견한 쾌감과 행복”

“뇌, 대륙을 발견한 쾌감과 행복”
가천의대 한국뇌과학연구소 조장희(74·왼쪽 사진) 소장과 석좌교수 오가와 세이지(76) 박사는 신경과학계의 ‘바이블’로 꼽히는 ‘신경과학(Lippicott Willams · Wilkins)’에서 ‘뇌 활동의 기능성 이미지화를 가능하게 한 과학자’로 소개될 만큼 뇌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거장들이다.

조 소장은 1975년 뇌 기능 측정기기인 양전자 단층촬영(PET)을 개발했다. 그는 PET와 고해상도 뇌 영상촬영이 가능한 7.0T(테슬라·자기력선속의 밀도 단위)급 핵자기공명영상(MRI)을 결합한 ‘PET-MRI 퓨전영상기기’를 통해 뇌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했는데, 이는 뇌질환의 조기 발견과 치료를 가능케 했다. 오가와 박사는 1980년대 말 세계 뇌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연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를 개발했다. fMRI를 통한 그의 연구는 뇌의 시각, 청각, 감각 영역을 지도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인지과학’ 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1월27일 뇌과학연구소에서 두 석학을 만났다.

어떤 연구를 하고 있나.

오가와 뇌의 ‘세부 기능’을 연구한다. 호불호에 따라 뇌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뇌가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뭔가를 구별할 수 있는 건 작용하는 뇌의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fMRI의 기본 아이디어가 뇌 속 물의 흐름을 보는 것인데, 물이 많이 보이면 활성화되는 것으로 판단한다.

조장희 뇌를 정확하게 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동안 해상도가 떨어져 해마 등 뇌의 세부 부위를 보지 못했지만, 이제는 뇌의 신진대사 과정도 볼 수 있게 됐다. 파킨슨병 환자는 뇌의 흑질 부위가 70% 망가지는데, 이 또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25년간 연구하면서 자장의 세기를 70배로 키워 해상도를 높였다. 앞으로도 해상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뇌의 실체가 파악되고 있는 만큼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도 알려졌나.

이제 겨우 실체가 파악됐을 뿐이다. 여태껏 뇌 자체가 세부적으로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기 때문에 기능을 연구할 단계가 아니었다. 그러나 뇌 과학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오가와 박사의 fMRI 연구 덕에 산 사람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게 됐다. 요즘엔 한문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 반응을 살피면서 뇌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fMRI를 활용해 인지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곳이 세계적으로 수천 개가 생겼다. 이 연구소들은 심리학, 의학, 사회과학, 언어학 등의 분야를 뇌 과학과 접목해 숨겨진 뇌 기능을 찾고 있다. 인풋에 따라 패턴이 달리 나오는 것을 바탕으로 뇌 신호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연구를 하다보면 언젠가 뇌의 명령구조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오가와 박사는 “뇌세포 간 주고받는 특별한 언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언어를 해독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 그 코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것이 나의 꿈이다. 그래서 뇌 반응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에 주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뇌 반응은 워낙 순식간에 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측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테크닉을 측정하기엔 아직 우리의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

오감에 대한 뇌의 반응은 그동안 많이 연구돼왔다. 앞으로는 뇌세포 간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코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뇌에도 모스 부호(Morse Code·모스에 의해 발명된 전신부호) 같은 것이 존재하리라 본다. 나는 퇴행성 신경질환에도 관심이 많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뇌 현상을 더욱 자세히 보려고 노력 중이다.

세계적인 뇌 과학자인 만큼 뇌 건강법도 남다를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뇌가 좋아지나.

간단하다. 뇌를 많이 사용하면 된다.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뇌의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자주 이용하면 그만큼 뉴런 간 연결이 좋아진다. 즉, 학문을 배우고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뉴런 간 연결이 좋아지게 된다. 그렇게 좋아진 힘을 바탕으로 공부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처럼 너무 공부에만 치중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뇌의 일부분만 과도하게 사용하면, 뇌가 균형적으로 자라지 않을뿐더러 약해지게 마련이다. 뇌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 그래야 뇌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석학이 드문 이유가 뭘까.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뇌의 균형만 맞춘다고 뇌가 활성화되는 건 아닐 듯하다.

물론이다. 좋은 환경도 필요하다. 대학의 1차 기능은 연구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에는 연구 분위기가 잡혀 있지 않을뿐더러, 관료적 문화까지 만연해 연구를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진다. 학생들이 연구하는 환경에서 자란다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뇌과학연구소 연구자들의 전공이 다양한 것 같다. 당신들은 어떤 학문을 공부했나.

학부(도쿄대)에서 응용물리학을 배우고 대학원(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물리학을 공부했지만, 지금은 뇌 과학을 연구하고 있다. 뇌 현상에 관심이 많아 전공을 조금씩 옮겼다. 뇌 현상은 복합적이다. 이를 규명하는 기계 역시 복합적이다. 따라서 뇌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뇌만 연구한 사람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

학부(서울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응용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0년대에 PET 스캐너를 쉽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물리학을 전공한 나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흔한 실크가 다른 나라에 가면 귀해지듯, 사람의 재능도 마찬가지다. 한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가면 유리해질 수 있다. 다른 시각을 갖고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원의 경우 3분의 2는 물리, 기계, 음악, 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다. 이들이 있어야 복합적인 뇌 기능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다.

뇌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뭔가.

전에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되니 재미있고 즐겁다. 마치 콜럼버스가 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신나고 행복하다.

인간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기관이 뇌인데, 어떻게 흥미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주간동아 2010.02.16 724호 (p48~49)

이혜민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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