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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찰, 오피스텔 그리고 빅 브라더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서울 경찰, 오피스텔 그리고 빅 브라더

2월1일 아침의 일이다. 출근하려고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면 전체를 가린 채 큼지막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된다며 쓰레기장 곳곳에 CCTV를 달아 감시하겠다는 내용. 관리비로 수천만 원에 달하는 CCTV를 달면서 주민과 단 한 번 상의도 하지 않는 관리사무소의 배짱이 놀랍기만 했다. 더욱 충격적인 대목은 분리수거가 안 된 쓰레기봉투를 뒤져 호실이 밝혀지면 1층 로비 게시판과 오피스텔 홈페이지에 이름과 호수는 물론, 내용물까지 사진 찍어 올려놓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점이었다.

갑자기 오피스텔이 감옥 같다는 생각과 함께 범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출근길을 미루고 일단 관리사무소로 향했는데, 그곳에선 이미 입주자와 관리사무소장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민이 “지금이 박정희, 전두환 치하냐. 군부독재 시절에도 이러진 않았다”고 말하자, 비슷한 또래의 관리사무소장은 “나는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존경한다. 당시 CCTV가 있었다면 온 동네에 달았을 것이다. 인터넷이 있었으면 나쁜 사람들 다 공개했을 거다.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도 다 그때 독재했기 때문이다”라고 응수한다. 이어 오피스텔의 젊고 똑똑한 세입자들이 몰려오면서 관리사무소장의 ‘1일 독재’는 막을 내렸다.

서울 경찰, 오피스텔 그리고 빅 브라더
출근을 해 신문을 펼쳤더니 서울경찰청 관련 기사가 눈에 확 띈다. 조현오 청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지역 3만4000명 경찰관에게 개인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은행계좌 명세를 법원의 영장 없이 볼 수 있도록 사전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했다는 내용. 눈 씻고 다시 봤지만, 서울시내 31개 전 경찰서에 이미 공문까지 하달됐다고 한다. 법의 집행자들이 법을 무시하겠다는 발상. 인권, 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개념은 그들에겐 종잇조각보다 못했다. 자기네 식구들에게 이렇듯 안하무인이니 국민에겐 어떻겠느냐는 생각에 이르니 소름이 돋는다. 몇 년 사이 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의 냄새가 나의 후각을 자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우리를 슬프게 하는 ‘빅 브라더’는 과연 누구인가.



주간동아 2010.02.16 724호 (p16~16)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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