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3

2010.02.09

인공관절도 내비게이션 시대

정확한 수술로 관절수명, 운동범위↑… 자기 관절 보존하는 부분 수술도 큰 인기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객원기자 mhkoo@donga.com

    입력2010-02-04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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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관절도 내비게이션 시대
    벼농사를 지어 4남매를 키운 강만복(58·가명) 씨는 10년 가까이 무릎 통증을 달고 살았다. 5년 전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받았지만 지금껏 진통제로 고통을 억누르며 버텼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인공관절은 수명이 짧아 60세 이전에 수술을 하면 나중에 재수술 받을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그러나 최근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큰딸의 손에 이끌려 전문병원을 다시 찾았고, 결국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반평생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50대 임모(여) 씨는 어딜 가나 계단을 만나면 한숨부터 내쉬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경기장 청소를 하느라 다리에 무리를 준 것이 화근이 돼 관절염을 오래 앓았던 것이다. 걸을 때마다 무릎이 욱신거리는데도 임시방편으로 파스를 붙이고 일을 계속한 탓에 양쪽 다리가 안쪽으로 많이 휜 상태였다. 임씨는 고민 끝에 ‘하루라도 더 편하게 살자’ 마음먹고 연골이 닳아 없어진 무릎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흔히 관절염이라 하면 나이가 들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긴다. 오래 사용했으니 닳고 약해져 삐걱거리는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나이 탓으로만 돌리고 방치하면 큰 고통과 불편을 초래한다. 뼈와 뼈를 이어주는 관절에 생기는 염증을 통칭하는 관절염은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약하면 간단한 운동과 약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심하면 망가져버린 관절을 다 들어내고 인공구조물을 삽입하기 위해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무릎 10~12cm 절개, 부작용 최소화

    그럼에도 무릎관절염을 앓는 많은 노인이 적극적인 치료를 꺼리는 이유는 ‘뼈를 깎는’ 통증이나 수술 후 다리를 제대로 굽힐 수 없거나 걷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은 허벅지뼈와 정강이뼈 사이에 삽입하는 인공관절의 위치, 뼈와 인대의 균형이 얼마나 잘 맞는가에 성패가 달렸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인공관절센터 김용찬 원장은 “일반적으로 골 절제 후 3~4도 이상 어긋나면 실패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뼈와 인대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운동 범위가 감소한다”고 말한다. 수명이 다한 관절을 들어내고 인공관절을 넣기 위해 뼈를 약간 깎아야 하는데, 이때 뼈의 절단면과 인공관절이 무리 없이 맞물리려면 뼈를 깎는 각도와 주변 인대와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오차가 크면 무릎이 제대로 굽혀지지 않아 ‘뻗정다리’가 되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술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인공관절 수술에 ‘내비게이션’이 쓰이면서 수술이 정교해지고, 수술 후 환자의 만족도는 훨씬 높아졌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인공관절 치환술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GPS(위치추적시스템) 원리를 관절염 수술에 응용한 것이다. 환자의 다리에 부착한 특수장치가 환자의 다리 정렬 축과 관절 면을 계측한 다음, 잘라내야 할 뼈의 두께와 각도 등을 컴퓨터 모니터 상에 알려준다.

    고관절(엉덩이관절) 축 중심에서 발목관절 축 중심으로 수직선을 그었을 때, 그 선이 무릎 한가운데를 지나야 제대로 된 수술이다. 과거 의사의 육안에만 의존했을 때는 인공관절과 다리 축이 제대로 맞지 않아 통증에 시달리고 무릎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공관절의 수명을 단축시켜 재수술 가능성을 높였다.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인공관절센터 권오룡 소장은 내비게이션 도입 이후 “수술이 정교해지고 정확해짐에 따라 수술 후 무릎의 움직임이 한결 원활해지고 안정돼, 인공관절 수명이 기존보다 5년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때 안쪽 무릎 피부를 10~12cm만 절개하는 최소 절개 수술법을 쓰기 때문에 근육 손상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른 것도 장점이다. 수술 중 뼈 내부의 골수강을 건드리지 않아 혈전증이나 폐색전증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수술 다음 날이면 걸을 수 있고, 3~4일 뒤엔 무릎관절을 90도로 구부릴 수 있다.

    재활운동이 운동범위, 회복속도 결정

    인공관절도 내비게이션 시대

    내비게이션 수술은 과거 X-레이와 CT 촬영 사진에만 의존했던 수술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인공관절센터 김용찬 원장(왼쪽)과 권세광 부원장.

    무릎에는 내측관절, 외측관절, 슬개·대퇴관절이 있다. 퇴행성 관절염은 이 3개 관절 연골이 모두 닳은 경우가 약 70%, 3개 중 하나에만 문제가 생긴 경우가 약 30%다. 기존에는 연골 하나만 닳아도 3개 모두 바꾸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시행했지만 최근에는 부분치환술로 손상되지 않은 관절은 되도록 보존한다. 부분치환술은 7cm 정도만 절개해도 수술이 가능해 이전의 방식보다 회복이 더 빠르고, 수술 후 움직임도 훨씬 좋다. 무릎을 구부리기도 더 편하고 방바닥에 앉거나 쪼그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기능 회복 또한 뛰어나다. 인대를 비롯한 자기 관절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기 때문에 위치 감각도 유지할 수 있어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한결 수월하다.

    내비게이션은 휜 다리를 교정하는 절골술에도 쓰인다. 퇴행성 관절염이 진행되면 무릎 안쪽에 하중이 심해지면서 무릎관절이 변형을 일으켜 다리가 O자로 휜다. 절골술은 O자로 휜 다리를 바르게 펴는 수술로, 무릎 내측 관절에만 손상이 있고 외측 관절은 정상적일 때 효과적이다. 40, 50대에 진행된 중년의 퇴행성관절염은 우선적으로 이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절골술에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관절이 휜 정도를 정확히 계산하고 교정각도 또한 모니터로 볼 수 있어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다.

    인공관절 수술 후 불편감이 사라지려면 한 달 정도 걸리고 환자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회복하려면 3개월은 지나야 한다. 이 기간에 재활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인공관절센터 권세광 부원장은 “누워서 다리를 한 뼘 정도 들고 10초간 버티는 운동을 하루 100회 이상 하면 허벅지 근력을 키워 무릎관절에 좋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관절염은 예방이 중요하다. 노년의 인공관절 수술을 피하려면 평소 쪼그려 앉기나 재래식 화장실 사용을 피하는 등 입식 생활을 해야 한다. 무릎을 구부리는 각도가 클수록 관절의 마모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 퇴행성관절염이 발견되면 무리하게 걷는 것보다 우선 무릎 주위의 근력을 키우고 적절한 체중 조절로 관절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도움말 : 연세사랑병원(부천점) 인공관절센터 김용찬 원장, 권세광 부원장, 연세사랑병원(강남점) 인공관절센터 권오룡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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