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2

2010.02.02

몸집 불리던 뉴욕의 어느 겨울날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In the New York Central Yards’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입력2010-01-27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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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집 불리던 뉴욕의 어느 겨울날

    ‘In the New York Central Yards’, 19.3x15.8cm, 1903

    19세기 사진의 주 대상은 자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Alfred Stieglitz·1864~1946)는 이전의 사진가들과 달리 카메라의 초점을 도시에 맞췄습니다. 20세기는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통신과 교통이 발달한 시기죠. 우편, 전화 등 통신기술의 발달은 사회 각 부분을 긴밀히 연결했고, 세대 간 지식의 축적과 정보의 전수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또 교통수단이 취약했던 19세기엔 도보로 이동 가능한 공장을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됐던 반면 20세기엔 마차, 기차, 전차 등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도시가 계속 확대되는 현상이 일어났지요. 특히 19세기 말과 20세기 초까지 철도를 따라 방사선 형태로 대도시가 형성되는 모습을 보였고, 자동차가 보급된 뒤에는 더욱 확대된 도시 형태가 생겨났습니다.

    스티글리츠는 이런 도시 형성이 20세기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냥 봤을 땐 사진의 대상이 될 것 같지 않은 도시 빌딩이나 철도를 찍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사진을 통해 정직하게 기록할 수 있고, 그 ‘기록의 정직성’이야말로 사진을 회화 등과 구분할 수 있는 고유한 속성이라는 사실을 간파했습니다. 당시 사진은 어떻게 하면 회화와 비슷해질까에 몰두하고 있었죠. 이른바 ‘예술사진(Art Photography)’이라고 해서 초점을 일부러 흐리거나 입자를 거칠게 하고, 심지어 직접 사진에 손을 대 회화처럼 보이게 했죠. 하지만 스티글리츠는 사진의 특성인 광학적 특성과 기계적인 기록성을 최대한 사용해 ‘있는 그대로’ 사진을 찍는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y·순수사진)을 주창했습니다. 다른 예술과 다른 사진만의 특성을 정확하게 짚어낸 대목이 아닐 수 없지요.

    스티글리츠의 철저한 사실주의적 특성과 도시에 대한 관심을 잘 담아낸 작품이 ‘In the New York Central Yards’(1903)입니다. 산업화 당시 어느 겨울날의 뉴욕 철도를 잘 포착해낸 작품인데요. 연기를 뿜는 열차를 건조하리만큼 정직하게 담아내면서도 벨벳 같은 질감으로 귀족적이면서 관능적인 느낌을 줍니다. 마치 눈으로 사진의 표면을 만지는 듯한 풍부한 질감의 비밀은 바로 인쇄과정에 있는데요. 사진 인쇄술 중 정교한 기술의 하나인 요판사진술 덕분입니다. 원본의 네거티브(필름)를 고급 일본 종이 위에 아카이벌 잉크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인쇄하는 방식인데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촉각적인 효과를 내는 데는 그만입니다. 스티글리츠는 이렇게 인화한 사진들을 자신이 발행하던 사진 저널 ‘카메라 워크’의 페이지마다 손으로 한 장씩 붙여 간행했습니다. 사진이 가진 대량복제라는 속성을 수작업의 극대화를 통해 최소화함으로써, 사진의 예술성을 제고한 것이죠.

    그런데 그가 사진을 찍을 때 사용한 카메라가 전문가용 대형 카메라가 아닌 소형 카메라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소형 카메라는 시시한 사진을 찍는 데 쓰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뜨리면서 ‘카메라의 크기가 작품의 질과 곧바로 연결되진 않는다’는 진실을 실천적으로 보여줬습니다. 1924년 감광도(빛을 감지하는 능력)가 높은 필름이 개발돼 빠른 속도의 셔터를 이용하는 소형 카메라가 각광받고, 사람들은 소형 카메라로 자신의 일상을 편리하게 기록할 수 있게 됐죠. 지금 소형 디지털 카메라가 가져온 사진 문화를 작품으로 예견한 그는 시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예술가이자, 사진을 독자적인 예술로 끌어올린 선구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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